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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천재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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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4 09:30 조회1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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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구글 검색엔진 사이트의 로고는 보통때와 달리 훤칠한 노신사의 얼굴과 알 수 없는 몇가지 그래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구글 사이트는 특별한 날이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첫 화면의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하곤 하는데, 이를 두들(doodle)이라고 합니다. (Doodle은 ‘낙서’, ‘끄적임’이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잘 알려진 특별한 날들을 두들을 이용해서 나타내기 때문에 금방 그 뜻을 알 수 있지만, 이 노신사의 얼굴은 아마도 많은 분들이 ‘누구지?’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셨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노신사의 이름은 레프 란다우(Lev Davidovich Landau, 1908-1968)입니다.  지난 1월 22일은 그의 111번째 생일이 되는 날이고, 올해는 그가 사망한지 만으로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란다우는 1908년 지금은 독립된 공화국인 아제르바이잔(당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수도인 바쿠에서 태어났습니다. 공학자인 아버지와 내과의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수학과 과학분야에 천재성을 나타내었고, 13세에 이미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과정을 마쳤습니다. 바로 대학에 입학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바쿠 경제 전문학교(Baku Economic Technikum)에 입학했지만, 일년뒤 바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이곳에서 전문적인 수학, 물리학, 화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19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하여 레닌그라드 물리 공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때에 이미 란다우는 양자역학에 관련된 중요한 논문들을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무서운 잠룡이었던 란다우가 물리학계의 핵심인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1929년 덴마크, 영국 등 유럽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서 였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보어,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의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20년이 넘도록 다져진 양자역학라는 분야가 그 기초를 거의 완성했을 무렵, 란다우는 비록 일년반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유럽 전역을 돌며, 양자역학의 선구자였던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지식과 과학사조를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이론 물리 연구소에서 닐스 보어에게 사사받은 후 평생 보어를 자신의 스승으로 여기게 되고, 영국 캠브리지 연구소에서 폴 디렉(Paul Dirac), 스위스에서는 파울리(Paul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모두 생소한 이름일 수 있으나, 쉽게 말씀드리면 당대에 살아있는 대부분의 노벨 물리학 수상자들에게 직접 그들의 연구내용을 사사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학기간 동안 굵직굵직한 연구 결과들을 발표한 란다우는 이후 레닌그라드 물리 기술 연구소로 돌아온 이후에도 끊임없이 양자역학분야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론 물리학 분야에 자신의 이름을 딴 중요한 발견들을 쏟아냈습니다. 금속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상현상과 관련한 란다우 반자성(Landau diamagnetism), 양자 역학 계산의 기본 수학도구에 해당하는 밀도행렬(density matrix),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입자를 이해하기 위한 란다우 준위(Landau level), 초전도체를 이해하는데 기본이 되는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Ginzburg-Landau Model), 플라즈마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란다우 감쇠현상(Landau Damping), 등 현대물리학을 공부한다면 어떤 분야를 공부하던지 상관없이 란다우라는 이름을 피해가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분야에 많은, 심지어 그 모든 분야들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이론들을 밝혀내고 알아낸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천재 과학자였습니다. 란다우가 집필한 책중 하나인 이론 물리학 강의록(Course of theoretical physics Vol. 1)에는 천사처럼 날개가 달린 란다우가 선생님자리에 앉아 가르침을 주고 있고, 학생 자리에 앉아있는 당나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란다우의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을 그린 우스꽝스러운 삽화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당나귀에 비교하면, 란다우의 천재성은 거의 신적인 존재라는 의미의 이 삽화는 란다우라는 물리학자를 설명하는데 자주 인용되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굉장한 물리학자였으나 냉전시대 소련의 박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1937년에서 38년 사이 스탈린이 일으킨 소련 공산당 대숙청때 독일 간첩이라는 누명을 받아 구속되었지만, 카피차(1978년 노벨 물리학 수상자) 등의 동료 과학자들이 그의 결백을 주장하고 탄원을 넣는 등의 노력을 통해 석방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를 계속해 온 란다우는 1962년 트럭과 정면충돌하는 큰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이후 란다우는 한 달 이상을 의식불명 상태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살려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세계 물리학계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고, 냉전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서방세계의 의료진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다시 연구를 시작할 정도로 회복되지는 못했습니다. 사후에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기준때문에, 란다우가 죽기 전에 노벨상을 수여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졌고, 사고를 당한 해 196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지만,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사고 후유증에 고생하던 란다우는 1968년 60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과학사에 이어지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현대물리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이후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을 꼽습니다. 파인만은 란다누보다 열살 아래인 당시 함께 활동했던 과학자입니다. 란다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재 물리학자들의 레벨을 나누어 이야기했습니다. 0-5등급으로 나누었고 0등급에는 뉴튼, 0.5등급에 아인슈타인, 1등급에 보어, 하이젠베르크, 디렉, 슈뢰딩거, 2등급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켰고, 2-4등급은 교과서에 나오는 다른 물리학자들, 5등급은 그외의 모든 물리학자들이라고 구분했습니다.이 계보에 따르면 파인만은 교과서에 나오는 물리학자 정도에 해당하니 적어도 본인은 파인만보다는 더 천재스러운 과학자로서 자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자만심이 넘치고 안하무인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들을 살펴보면, 자만심이 아니라 자부심이고 안하무인이 아니라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과학자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냉전시대의 소련의 과학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아인슈타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파인만만큼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을 란다우.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축을 세운 그의 111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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