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홍산(훙산) 문화(기원전 6,000년 ~ 기원전 800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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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13 12:50 조회3,7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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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불완전한 우리의 고대사이지만 이를 자세히 고찰해 보면 동국의 주족인 단군의 후예들이 발달해온 실제 자취가 훤히 드러난다. 동국 민족을 선비족, 부여족, 지나족, 말갈족, 여진족, 호족의 여섯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단재 신채호. <독사신론>
1984년 뉴허량 출토 옥룡(신석기시대). 츠펑(적봉)시의 상징
중국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자치구)에는 하가점 하층 문화 지역으로 잘 알려진 츠펑(적봉)이 있다. 내몽골자치구와 랴오닝성 접경 지역 일대에는 인류의 찬란한 고대 문화 유적지인 홍산 문화 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1,900년대 초부터 신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무수히 발굴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원전 7,000년 전경부터 이곳에는 소하서 문화, 흥륭와 문화, 사해 문화, 부하구 문화, 조보구 문화 등이 있었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 발굴된 홍산 문화와 그 이전부터 발굴되어온 하가점 하층 문화는 한민족의 고대 국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츠펑’은 ‘붉은 산봉우리’란 뜻으로, 이 말은 시 동북쪽에 있는 ‘붉은 산’, 즉 ‘홍산(암홍색 화강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는데, 이곳에서 홍산 문화가 발견되었다. 이 문화를 세상에 처음 알린 사람은 일본의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 이다.
그는 1906년 츠펑 일대 지표 조사를 하다가 많은 신석기 유적과 돌무지무덤을 발견하였다. 그의 조사는 만주와 네이멍구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침략을 위한 정지작업의 시작이었다.
20세기 초부터 일본에서는 교토대학을 중심으로 이른바 ‘만주학’이란 하나의 관학이 발족하여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 관한 정보 탐지에 악용되었다. 이것이 발단되어 츠펑을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굉장한 유물들이 잇달아 발굴되었다. 1955년에는 이러한 유물들이 시사하는 문화 일체를 ‘홍산 문화’라고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발굴 결과를 놓고 보면, 홍산 문화의 포괄 범위는 동쪽으로는 차오양(조양), 남쪽은 발해만, 서쪽은 네이멍구 초원, 북쪽은 대싱안링산맥 남쪽까지의 광범위한 지역이다. 이 문화는 신석기시대 문화가 주종이지만, 청동기시대나 동석(청동기와 석기)병용시대 문화 등 여러 문화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 문화의 성격도 초기 농경문화와 유목문화, 정주농경문화 등이 섞여 있다. 15만 년 전 인류의 거주를 비롯한 구석기문화도 관련되어 있다.
이 문화집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문화들로는 ‘중화 제1촌’ ‘중화 시조촌락’이라는 싱룽와(흥륭하) 문화(8,000년 전), 훙산(홍산) 문화(6,000년 전), 뉴허량(우하량) 문화(5,000년 전), 샤오허얜(소하연) 문화(4,900년 전), 씨야지야디앤(하가점) 상, 하층 문화(4,200년 전~3,300년 전), 링허(능하) 문화(2,800년 전) 등이 있다.
훙산 문화 유적의 밀도는 문화의 유구성과 다양성을 말해주는데, 예를 들면 츠펑 인근의 아오한 한 기에만 옥과 토기로 유명한 싱룽와 문화와 샤오허얜 문화, 씨야지야디앤 문화가 얼기설기 얽혀 있다. 8,300㎢의 이 아오한 한 기에만도 신석기 유적 1,000여 곳, 청동기 유적 2,000여 곳이 있다.
훙산 문화는 몇 가지 내용에서 ‘가장 오래됨’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른바 ‘세계 4대 문명’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다링강 서쪽 강기슭에 있는 당산 절벽에 있는 비둘기 동굴에서는 15만 년 전 원시 인간이 불을 사용한 흔적과 함께 300여 점의 석기류와 호랑이, 야생말, 산양 등 30가지가 넘는 포유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곳에서 60km쯤 떨어진 젠핑(건평)현에서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속하는 5만 년 전 ‘젠핑인’의 생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구석기시대를 이어 나타난 것이 훙산 문화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아오한기의 싱룽와 문화다. ‘중화 제1촌’ ‘중화 시조촌락’, 즉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조 마을이라는 이 마을은 175채의 집이 10채 단위로 줄지어 계획도시처럼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주위는 마치 해자처럼 도랑으로 에워싸여 있다. 여기서 빗살무늬토기와 옥기가 발견되었다.
사실 인류 최초의 농경문화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이라크)에서도 이렇게 정연하게 계획된 촌락이 발견된 적은 없다. 1983~1994년에 모두 7차례에 걸쳐 발굴한 이 마을의 면적은 무려 4만㎡에 달하는데, 집 자리 규모는 보통 60㎡(약 18평)며 한복판에 있는 가장 큰 두 집은 140㎡이다. 이 두 집에는 우두머리가 살았거나, 집회장이나 종교의식의 장소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마다 생산도구나 취사 용구를 갖추고 있으며, 식품 저장용 움막까지 갖추고 있다. 같은 열에 속하는 가족끼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주민들은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고 일정한 사회적 조직과 활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일종의 씨족사회를 연상케 한다.
‘중국 제1 마을’이라고 하는 싱룽와 마을 유적(8,000년 전)
여기서 200km 떨어진 차하이에서도 55채의 주거지가 발견되었는데, 구조나 유물들은 싱룽와와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 두 곳을 한데 묶어 싱룽와, 차하이 문화라고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돼지가 사람과 함께 순장된 사실인데, 이것은 돼지가 일찍부터 종교의식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곳에서 출토된 옥귀고리와 옥룡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옥기라고 해서 츠펑시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이상의 몇 가지 예에서 보듯, 홍산 문화는 화하족이 창조한 중원의 황허 문명보다 더 오래된 문화라는 것이 주창자들의 주장이다. 여러 문화 중 훙산 문화(6,000년 전)를 기준으로 잡더라도 1천여 년을 앞선 것인데,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보다 그 편년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훙산 문화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라고 자랑하는 이유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훙산 문화가 화하족이 창조한 중원문화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채도처럼 관련된 유물도 있지만, 상당히 다른 점도 있다. 예컨대, 출토된 빗살무늬토기나 돌무지무덤 같은 유물이 중원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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