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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사림 문화의 산실, 누정(누각과 정자)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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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0-31 09:11 조회2,5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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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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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위치는 무등산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성산이라 불리는 산언덕 위에 지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이 눈에 잘 뵈는 곳이다.

 

 

 

특히 원효계곡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성산의 주변을 감싸고 있어 천혜의 경관은 수많은 시인 묵객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덕분에 식영정에서 가사 문학의 백미라고 하는 성산별곡이 탄생하였으며, 식영정에서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경관 20가지를 임억령, 김성원, 정철, 고경명 등이 시로 엮기도 했던 곳이다.

 

 

 

식영정을 창건한 연대는 소쇄원보다는 30여 년 후인 1560년(명종 15년)에 세워졌다. 처음 식영정은 지금처럼 기와지붕이 아닌 초가로 만든 허름한 정자였지만 훗날 후손들이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식영정을 건립한 사람은 식영정의 바로 아랫자락에서 살던 김성원이다. 김성원은 스승이자 장인인 임억령을 위하여 식영정을 지어주고 자신은 그 아랫자락에 서하당을 짓고 살았다.

 

 

 

현재 식영정의 관리는 정철의 후손이 하고 있는데, 이는 임억령이 말년에 해남으로 내려가고 이곳에서 임억령에게 시문을 배웠던 정철의 발자국이 깃들인 것을 기억하는 정철의 후손들이 관리하면서부터이다.

 

 

 

송강정, 환벽당, 식영정 이 세 곳을 정철의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다.

 

 

 

임억령(1496~1568)이 담양 부사를 그만두고 성산에 머물렀는데 김성원이 정자를 지어주면서 이름을 부탁하자, ‘그림자를 쉬게 함’, 또는 ‘그림자를 끊음’이라는 의미로 [장자] 제물편에 나오는 말인 식영을 당호로 삼았다.

 

 

 

"나의 휴식처로 삼고

 

정자의 이름 지어줄 것을 나에게 청함에 내 이르기를,

 

그대는 장주(장자)의 말을 들었는가?

 

장주 이르되 옛날 그림자 두려워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햇빛 아래에서 빠르게 도망가도

 

그림자는 끝까지 쉬지 않고 따라 왔다.

 

나무 그림자 아래에 들었더니 그림자는 문득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무릇 그림자는 물체의 형상이 되어 오직 사람의 형체를 따르기만 하여

 

사람이 굽히면 따라서 굽히고 일어서면 따라서 일어서며,

 

그밖에 가고 오고 다니며 머무는 일 등이 오직 형체가 하는 대로이다.

 

그러나 그늘에서나 밤이면 없어지고

 

불빛에서나 낮에만 생겨난다.

 

사람의 처세도 또한 이와 같다.

 

옛날에 이르기를

 

인생은 몽(꿈), 환(근심), 포(거품), 영(그림자)이라 하였다."

 

 

 

세상 영화를 일부러 버리고 산림에 묻혔던 임억령, 그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았던 선비였다.

 

 

 

집주인인 석천 임억령은 김성원, 고경명, 정철 등에게 시문을 가르쳤으며, 성산(별뫼)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재로 한 식영정 20영과 서하당 8영 등을 지었던 분이다.

 

 

 

송강 정철은 이곳에서 식영정과 서하당 그리고 성산의 주변 경치를 읊은 한시들의 영향을 받아 국문 시가 <성산별곡>을 남겼는데 이는 전원 가사 또는 강호 가사의 백미로 꼽힌다.

 

 

 

▷ 성산별곡 ◁

 

1. 어떤 지날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듣소

 

인생 세간에 도흔 일 하건마는

 

어찌 한 강산에 가지록 나이 어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시는고

 

 

 

2. 송근을 다시 쓸고 죽상에 자리 보아

 

적은 덧 올라 앉아 어떤고 다시 보니

 

천변에 떳는 구름 서석을 집을 삼아

 

나는 듯 드는 양이 주인과 어떤한고

 

창계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천손 운금을 뉘라서 버혀 내어

 

잇는 듯 펴치는 듯 헌사토 헌사할사

 

산중에 책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친 경이 철철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이라

 

 

 

3. 매창 아적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산웅의 해을 일이 곧 없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편에 외씨를 삐혀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달화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다.

 

망혜를 배야 신고 줒장을 흩어지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세라

 

닦볶은 명경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 벗을 삼고 새와로 함께 가니

 

도원은 여기로다 무릉은 어데메오

 

 

 

4. 남풍이 건 듯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절 아는 꾀꼬리는 어디로서 오돗던고

 

희황 베개 위에 풋잠을 얼풋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고야

 

마의를 의믜차고 갈건을 기우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빗기운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기 없어서 만산이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 보아 태극을 묻잡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혔는 듯

 

노자암 바라 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 삼아 석경에 앉아하니

 

인간 유월이 여기는 삼추로다

 

청강에 떴는 오리 백사에 옮아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깰 줄 모르나니

 

무심코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고

 

 

 

5. 오동 서리 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 만학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뉘라서 옮겨 온고

 

은하를 건너 뛰어 광한전에 올랐는 듯

 

짝 맞은 늙은 솔란 조대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갈대로 더져 두니

 

홍뇨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나관데

 

환벽당 용의 소가 배 앞에 닿았느니

 

꺼강 녹초변에 소먹이는 아이들이

 

어위를 겨워 단적을 비끼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깨어 일어날 듯

 

내끼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버리고

 

반공에 솓아 뜰 듯

 

소선 적벽은 추칠월이 좋다 하되

 

팔월 십오야를 모다 어찌 과하는고

 

섬운이 사권하고 물결이 채잔적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솔 위에 올랐으니

 

잡다가 빠진 줄이 적선이 헌사할사

 

 

 

6. 공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걷우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 오니

 

천공이 호새로와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을 꾸며곰 낼세이고

 

앞여울 가리 얼어 독목교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꼬

 

산옹이 이 부귀를 남다려 헌사마오

 

경요굴 은세계를 찾을 이 있을세라

 

 

 

7. 산중에 벗이 없어 황권을 쌓아 두고

 

만고 인물을 거살이 헤어하니

 

성현을 커니와 호걸도 하도할사

 

하늘 삼기실제 곧 무심할까마는

 

어찌 한시운이 일락배락 하였는고

 

모를일도 하거니와 애달음도 그지 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돗던고

 

일표를 떨친 후에 조장이 더욱 높다.

 

 

 

8. 인심이 낯 같아야 보도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엊그제 빚은 술이 어도록 익었나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

 

마음에 맺힌 시름 적으나 하리나다

 

거문고 시옭 얹어 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주인인동 다 잊어버렸어라

 

장공에 떴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요대 월하에 행여 아니 만나신가

 

손이서 주인다려 일오대 그대 진가 하노라

 

 

 

                                                                  송강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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