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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배론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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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2-13 09:16 조회4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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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원주 간의 국도변에 있는 배론 성지는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로 천주 교회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한국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와 화전과 옹기를 구워서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을 키워나간 교우들의 마을이다. 

 

배론 성지는 지리적으로 치악산 동남 기슭에 우뚝 솟은 구학산과 백운산의 연봉이 둘러싼 험준한 산악지대로 외부와 차단된 산골이면서도 산길로 10리만 가면 박달재 마루턱에 오르고, 이어 충주, 청주를 거쳐 전라도와 통하고, 제천에서 죽령을 넘으면 경상도와 통하며 원주를 거쳐서 강원도와도 통할 수 있는 교통의 길목으로 배론 이란 지명은 이 마을의 모양이 배 밑바닥 모양이기 때문에 유래한 것으로 한자 새김으로 주론 또는 음대로 배론 이라고도 한다.

 

조선 시대의 행정지명으로 제천현 근우면 팔송정리 도점촌으로 옹기를 굽던 곳이다. 배론에 천주교 신자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791년에(정조15) 일어난 신해박해 이후로 추정되는데 탄압을 피하고자 숨어든 교우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1775~1801)이 당시의 박해상황과 신앙의 자유와 교회의 재건을 요청하는 백서를 배론 성지 토굴 속에 숨어 집필한 지역이며, 1855년(철종 6년)에서 1866년(고종 3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배론 신학교가 소재했던 지역이다. 또한, 1861년 별세한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이며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신부가 된 최양업의 분묘가 소재한 지역인 동시에 1866년 병인박해의 순교자인 남종삼의 생가가 있는 지역이다.

 

황사영은 교회 창설 초기 지도적 신도중의 한 명으로 순교자이며, 자는 덕소, 본관은 창원이며 남인 명문 집안 출신이다. 부친 황석범과 모친 이 씨 사이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정5품 정랑직을 역임하였다. 그는 1790년(정조 14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진사시에 급제하여 정조의 특별한 격려를 받았고, 정조가 그의 손을 잡아주기까지 하였으므로 그는 이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손목을 명주로 감고 다녔다 한다. 그는 과거에 급제한 직후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 명련(마리아)과 결혼하였다. 그는 1791년 이승훈에게서 천주교 서적을 얻어 보았으며 정약종, 홍낙민과 함께 천주교 신앙에 관하여 진지하게 토론을 한 후, 알렉산데르란 세례명으로 영세 입교하였다. 

 

그의 영세 직후인 1791년 10월(음)에 신해박해가 일어나, 그의 많은 친척과 친우들이 천주교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그는 천주교를 “세상을 구제하는 좋은 약”으로 확신하며, 조상에 대한 제사의 포기는 관직으로의 진출을 단념하는 일이었다. 그는 주문모 신부가 입국한 직후인 1795년 주 신부를 최인길의 집에서 만난 후 주 신부의 측근으로 활동하였고, 주 신부가 조직한 명도회의 주요 회원이 되었다. 앞날이 촉망되던 양반인 그가 대부분이 양인이었던 이들과 함께 어울려 신앙생활을 다져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는 1796년 이승훈과 함께 주문모 신부와 협의하여 북경의 주교에게 서양 선교사의 파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였다. 청년 황사영이 이처럼 당시 교회의 극비상황에 간여하고 있음을 보면, 교회 내에서 그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798년 이후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고양을 떠나 서울로 이주하여 애오개(아현동), 북촌(삼청동) 등지에서 거주하였다. 그는 서울에서 신도 자제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지냈고, 천주교 서적을 필사하며 생활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1801년 신유박해 직전에는 가장 활동적인 교회지도자로 부상되었다.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정약종 등 교회지도자들이 체포되었고, 황사영에 대한 체포령도 내려졌다. 체포를 피하여 상복으로 변장하고 배론으로 피신하였다. 제천으로 피신한 황사영은 김귀동의 집에서 은거하며, 자신이 겪은 박해상황을 기록해 두었다. 그가 작성한 기록들은 ‘백서’를 쓰는데 기본적인 자료가 되었다. 

 

한편 박해를 피해 떠돌아다니던 황심은 1798년과 1799년 북경에 가서 주문모 신부의 서한을 구베아 주교에게 전달했던 인물이다. 8월 26일(음) 황심을 만나 황사영은 박해의 경과와 교회의 재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비단에 적어 북경 주교에게 발송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가 작성한 이 백서는 황심의 체포로 인해 사전에 발각되었으며, 황사영 자신도 1801년 11월 5일(음) 서소문 밖에서 능지처참(머리·몸통·팔·다리를 토막 쳐 죽이는 극형)을 당하였다. 그의 묘소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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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영 백서 

 

백서는 비단에 쓴 글을 뜻하는 보통명사이다. <황사영 백서>는 1801년 당시 천주교회의 박해현황과 그에 대한 대책 등을 북경의 주교에게 건의 보고하려다 사전에 발각되어 압수당한 비밀문서이다. <황사영 백서>는 가로 62cm, 세로 38cm의 흰 명주에 작은 붓글씨로 쓴 것인데, 모두 122행 1만 3,311자에 달하는 장문으로 되어 있다. 이 백서는 ‘서론’, ‘본론’, ‘결론’, 내지 ‘대안 제시’ 등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서론’은 1행부터 6행까지로, 여기에서는 1785년 이후 교회의 사정과 박해의 발생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본론’은 7행부터 90행까지로 전체 분량 중 거의 70%에 해당된다. 본론에서는 신유박해의 전개 과정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특히 황사영은 여기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했거나 전해들은 교회 관계 사건들을 정리해서 보고하고 있다. 즉 그는 최필공, 이중배, 김건순, 권철신, 이안정, 이가환, 강완숙, 최필제, 오석충, 정약종, 임대인, 최창현, 홍교만, 홍낙민, 이승훈, 김백순, 이희영, 홍필주, 조용삼, 이존창, 유항검, 윤지현 등의 체포와 죽음을 증언하고 있으며, 주문모 신부의 활동과 자수 및 죽음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밝혀 주고 있다. 한편, 91행 이하의 ‘결론’ 내지 ‘대안 제시’의 부분에서는 먼저 박해로 인한 교회의 피해 상황과 박해의 종식에 관한 강한 열망을 담고 있다. 청나라 황제의 명으로 조선이 서양인 선교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해 주기를 요청하였고, 서양의 무력시위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얻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황사영은 서양과는 달리 조선에서는 영원히 박해가 그칠 수 없고 자신을 포함한 신자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기는커녕 생명조차 부지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는 백서를 통해 우선 주문모 신부와 박해로 순교한 동료들의 죽음을 구베아 주교에게 알리고 그 순교 기록을 후대에 남김으로써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희망하였다. 그것은 곧 ‘순교자의 피가 천주교의 씨앗’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아울러 박해를 받는 조선 교회의 어려움을 이해시키고 앞으로 이를 재건하는 데 관심을 두도록 요청하는 데 있었다.

 

<황사영 백서>는 1801년 압수된 이후 의금부에서 계속 보관해 오다가 1894년 원본이 발견되어 당시 조선 교구장 뮈텔 주교에게 전달되었다. 뮈텔 주교는 1925년 7월 5일(음)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 순교 복자 79위의 시복식 때 이 자료를 교황 비오 11세에게 선물하였고, 현재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백서의 사료적 가치는 아주 높다. 우선 그 내용이 초기의 천주교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신자들의 활동이나 박해 과정, 순교자들의 신심이나 순교 사실들이 이를 통해서 정확히 규명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백서의 내용은 그 시대인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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