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러서 먹고 사는 일상, 한일 양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 JTV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JTV

길러서 먹고 사는 일상, 한일 양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3-30 12:42 조회3,638회 댓글0건

본문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29)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계절마다 생각나는 자신만의 '몇 장면'이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눈이 오면 뒷산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신나게 눈썰매를 탔던 일이나 봄이 되면 엄마랑 언덕에 가서 냉이와 쑥을 캤던 일, 정월 대보름에 논에서 쥐불놀이했던 일 등 소소하지만 행복한 추억들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는 듯 최근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느끼게 해 주고 있습니다. '김태리의 삼시세끼'라고 불릴 정도로 그저 땀 흘려 일하고 매 끼니를, 그것도 밭에서 얻은 신선한 식재료들로 해 먹는 것이 전부인 이 영화가 인기인 것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인기에 더불어 영화의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두편으로 나눠 개봉했던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로 묶여 재개봉했습니다.
 
포레스트'를  먼저 본 후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을 본 저로서는 두 영화가 같은 점도  많지만, 또 다른 점도 많다는 걸 두 영화에선 참 많은 음식이 등장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생각나는 시원한 식혜, 가을에 수확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밤 조림, 잘 딴 감을 깎아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말린 곶감, 추운 겨울, 눈 치울 때 생각나는 수제비 등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에 침샘이 자극됩니다. 공복에 봤다간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를 듣게 되니 부디 공복엔 보지 마시길. 
 
원작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은 1년 동안 도호쿠현 코모리에서 직접 밭을 일구고 요리하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고,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4번의 크랭크인과 4번의 크랭크 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화 안에 자연 그대로의 사계절을 담아 관객들에게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선사하고 싶었다 전했는데요. 그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그 두 가지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이는 혜원(김태리 분)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에서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로 등장하죠. 한국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혜원의 친구들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 역시 일본판에서 각각 유타(미우라 타카히로 분), 키코(마츠오카 마유 분)로 등장합니다.

 
혜원과 이치코 모두 도시생활에 지쳐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와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것이 이 두 영화의 큰 흐름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일본판의 경우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해 먹는 장면 위주로 극이 흐릅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랄까요? 농사짓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몇 번 보다 보면 농사짓는 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농사처럼 정직한 직업은 없다고 하죠.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이 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밖에 요리를 위해 생선을 잡아 내장을 발라내는 장면이나 닭을 해체(?)하는 장면들은 다소 자극적이어서 저렇게까지 자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반면 한국판에서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혜원은 서울 생활에서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고향에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재하와 은숙이 있죠. 그리고 엄마도요.
 
이런 관계들을 중심으로 음식이 등장합니다. 남자친구에게 싸다 주던 도시락, 화가 날 때 재하·은숙과 함께 먹은 알싸하게 매운 떡볶이, 어릴 적 친구들에게 따돌림받을 때 엄마가 해주던 달콤한 크렘 브륄레까지.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라고 하죠. 한집에 함께 살진 않지만 끼니를 함께 함으로써 같이 먹는 밥의 행복을 전합니다. 소박한 한 끼와 그 한 끼가 선사하는 따듯한 위로. 식사 시간이 30분이 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하죠. 
 

결말도 다릅니다. 아주 심기를 위해 고향을 떠났던 혜원은 1년 동안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자신이 처음 내려왔던 것처럼 다시 홀로 돌아옵니다. 다시 돌아온 집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죠. 
 
일본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치코는 고향을 떠났다 5년 후 다시 돌아옵니다. 혜원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의 옆에는 남편이 있습니다. 친구 유타와 키코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이 되었구요. 
 
 '아주 심기'는 농사에서 더는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입니다. 혜원도 이치코도 아직 젊은 나이이니 또다시 흔들릴 수 있겠지만, 도종환의 시처럼 다시 흔들리면 어떻습니까. 좀 더 단단해지겠죠.

[출처: 중앙일보] 길러서 먹고 사는 일상, 한일 양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JTV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515건 3 페이지
JTV 목록
번호 제목 날짜 조회
415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33회 정기연주회 10-28 2058
414 새봄음악회 실황 녹화중계 04-04 2054
413 北 스마트폰 사용자 400만명…모두 스크린당한다 12-07 2054
412 정희주 밴쿠버콘서트 2부 03-21 2043
411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밴쿠버에서 개봉! 04-20 2027
410 "1500만원어치 샀어요" 1인 방송 인기인 이유는? 01-09 2000
409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영상 05-05 1995
408 세계 최초 플라잉카 내년 4월 시판…1억3100만원 12-18 1980
407 중국 AI, 인도 콜레라…"감염병 위험 59개국, 여행 전 확인해야" 12-28 1979
406 TV 똥덩이 - 치매에 관한 모든 것 3부 03-01 1978
405 준결승전 [리아-가온s] : 중앙일보-한남배 한인축구대회 10-28 1973
404 해마다 다짐하는 다이어트, 이런 사람이 살 잘 빠진다 12-26 1962
403 봉춘홍의 수퍼심플쿠킹 4 Pita 09-28 1945
402 제2회 테니스협회장배 테니스대회 녹화중계 07-29 1940
401 TV 똥덩이 - 공부에 대한 모든 것 1부 (공부가 싫은 이유, 공부가 힘든 이유) 03-21 1931
400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대한민국에 구하는…'이별에 대한 예의' 02-09 1921
399 올해 최고의 인기 유튜브 동영상은 '트와이스'는 1위에 'KNOCK KNOCK' 12-08 1895
398 JTV 션샘과 함께 노는 영어 (6) 10-01 1884
397 시온선교합창단 아메니다 크리스마스 공연 12-24 1872
396 Biology concepts + study methods: Nervous system & Brain Par… 03-09 1852
395 오드리 헵번 닮은 AI ‘소피아’, 유엔 최고 인기 동영상 12-26 1842
394 21일 M2페스티벌 홍보영상 11-19 1828
393 [이종은의 음악세계] 2019 Enchanted Music of Grace Jong Eun Lee 09-30 1817
392 경험을 통해 배우는 두뇌기능 07-23 1805
391 과거, 현재, 미래의 이름, 동해 05-05 1802
390 공부와 자녀교육의 모든 것 - 지식을 묻는 질문을 없애야 하는 이유와 방법 02-07 1801
389 JTV '제이슨 케니 연방장관' 기자회견 09-24 1794
388 K-Voice 두번째 연습 모습 09-16 1792
387 [광고영상] 버퀴틀람 캐피탈 04-06 1791
386 “울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방탄소년단 슈가가 팬들에게 울먹이며 한 말 12-12 1787
385 캐네디언 친구를 사귀자 - James' Hour 09-30 1773
384 좋아서 하는 밴드라, 여기까지 왔죠 12-18 1766
383 한-캐나다 FTA 활용 진출전략 세미나 개최 (녹화중계) 09-13 1765
382 생물학의 개념과 공부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강의 시리즈 1 - 자연 선택설 09-21 1765
381 (실황녹화) 제19회 이종은의 음악세계 09-09 1754
380 영화 '히말라야' 예고편 12-29 1751
379 자녀를 피라미드식 사회구조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 02-12 1751
378 '마이크 드롭' 2주 연속 '핫 100'…빌보드+오리콘 쌍끌이 간다 12-12 1747
377 “약간 펴면 ‘노트북’, 완전 펴면 ‘태블릿PC’로 변하는 갤럭시X” 12-26 1724
376 m2페스티벌 1부 실황녹화 11-25 1723
375 세계에서 아이폰이 가장 비싼 나라 11-28 1691
374 JTV '이종은의 음악세계' 전체 녹화중계 09-22 1681
373 SK AUTO [특별기획] 한인비즈 화이팅! <1> 01-11 1679
372 (실황녹화) M2 Fair 예선 09-04 1676
371 K-Voice 첫 연습 모습 (밴쿠버 어린이 합창단) 09-16 1676
370 노레시피 랩 ep1 궁합 대백과 사전 - 프렌치 오믈렛 09-23 1661
369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조금 더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 01-29 1658
368 [VOA 뉴스] “북한 환경학자 등 6명 캐나다 연수” 11-25 1657
367 '어린이합창교실' K-Voice, 공개수업 05-23 1649
366 Biology concepts + study methods: Nervous system & Brain 02-13 1648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