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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가죽향·곰팡이향까지 솔솔~ 독특한 개성미 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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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1-11 07:40 조회1,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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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가 매스티지(masstige·명품의 대중화)가 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향수다. 럭셔리 브랜드는 대개 가방 한 개, 옷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향수는 얘기가 좀 다르다. 명품백이나 옷보다는 접근이 쉽다. 공항 면세점의 인기상품이 명품 향수일 정도니까.

그러다 보니 대중이 알지 못하는, 색다른, 새로운 것을 늘 추구하는 트렌드 리더들이 즐기는 향수는 따로 있다. 향수 세계에서 최고급으로 대우받는 브랜드와 상품들, 이름하여 ‘니치 향수’다. 고급·희귀 원료와 독창적인 영감을 바탕으로 조향사들이 만든 향수들이다. 패션에 오뜨꾸띄르(고급 맞춤복)가 있다면 향수에는 ‘니치 향수’가 있는 셈이다. 명품 위의 명품, 니치 향수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명품 위의 명품 ‘니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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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꼬냑 제조 가문의 후손인 킬리안 헤네시가 만든 브랜드 바이 킬리안의 향수 ‘불레부꾸셰아베크므와’

 


아닉구딸 ‘로즈 압솔뤼’는 6종류의 장미에서 추출한 로즈 에센스를 배합해 장미향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톰 포드 뷰티의 ‘투스칸 레더’는 가죽에서 영감을 얻어 육감적인 향을 만들어냈다.


뉴욕의 향수 편집숍인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시그니처 오 드 퍼퓸’


12명의 조향사가 책을 출판하듯 향수를 만들어내는 프레더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


‘니치 향수’는 소량으로 생산하는 고급 향수를 뜻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남과 다른, 나만의 향을 원하는 소수의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틈새를 뜻하는 ‘니치(niche)’ 상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량 생산, 대량 판매로 이어지는 매스(mass·대중) 시장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국내에는 2000년대 들어 처음 소개됐다. 크리드·딥티크·아쿠아 디 파르마 등이 초기에 들어온 니치 향수다. 일반 향수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5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패션·문화계 트렌드 리더와 부자들이 애용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니치 향수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니치 향수 브랜드는 30여 개. 이 가운데 약 10개가 올해 판매를 시작한 점에 비춰보면 니치 향수 트렌드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

니치 향수의 성장률은 가파르다. 국내 일반 향수 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2.1% 줄어들 때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4.7% 성장했다. (유로모니터 2014년) 백화점과 고급 패션숍에서 니치 향수의 판매 신장률은 두자릿수를 넘어섰다.

니치 향수 열풍의 이유는 뭘까. 아모레퍼시픽 전병배 마스터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감성적인 제품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화장품 바이어 김경인 과장은 “독특한 향, 고급스러운 향기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니치 향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 상위 0.1%가 니치 향수를 소비했다면 이젠 상위 1%쯤으로 확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욕구에 맞춰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판교점에 10여 개 니치 향수 브랜드를 포함한 향수 제품을 모아 놓은 ‘퍼퓸 갤러리’를 열었다.

고급 패션숍들은 니치 향수 코너를 확대하고 있다. 분더샵 이지나 대리는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향보다는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나만의 향을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고객이 처음 접하는 향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분더샵은 스웨덴 럭셔리 퍼퓸 바이레도, 뉴욕에서 온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조향사 6명이 만든 르써클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100배 이상 비싼 고급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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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바이레도 등 다양한 니치 향수와 화장품을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 분더샵 뷰티 ‘라페르바’ 매장

 


니치 향수와 대중 향수를 구분 짓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정도인데,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원료에서 찾을 수 있다. 니치 향수는 향의 차별화를 위해 천연 원료나 희귀 성분을 주로 사용한다. 천연 향료는 향을 추출하는 과정이 섬세하고 복잡하며 소량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예를 들어 장미꽃 1㎏에서 추출할 수 있는 순수 장미향 원료는 2g 정도에 불과하다. 고도로 정제해서 얻는 에센스이기 때문에 향이 진하면서도 산뜻하다.

합성향료를 섞어서 장미향을 만들 수도 있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미 특유의 풍성한 향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한다. 터키산 로즈향 원료가 1㎏에 400만원이라면 합성향료로 만든 장미향은 1㎏에 3만원에 불과한 이유다.

이처럼 천연향료를 주로 사용하는 니치 향수들은 소재 명칭을 상품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브랜드 조말론 런던의 상품명은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오렌지 블라썸’, ‘너트맥 앤 진저’처럼 재료명이 이어진다. 프랑스 브랜드인 아닉구딸의 ‘로즈 압솔뤼’는 6가지 천연 장미 향료를 배합해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향을 만들어냈다.


희귀 원료, 다양한 영감

남다른 향을 만들기 위해 조향사들은 희귀한 원료를 찾아나선다. 최근 인기인 우드(Oud)향이 대표적이다. 침향나무가 습한 곳에서 변질돼 곰팡이가 생기면 그로부터 색과 향이 농익은 진액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채취한 항료가 우드다. 자주 발견되지 않아 매우 희귀하며 채취하기도 어려운데 매혹적인 향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우드향은 한약 냄새, 종교의식에 쓰이는 향, 시가 향이 섞인 듯한 소위 ‘상남자 냄새’다. 톰 포드 뷰티의 ‘우드 우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우드 새틴 무드’, 딥티크의 ‘우드 팔라오’ 등이 요즘 인기다.

영감의 원천도 다양하다. 대중 향수 브랜드가 상큼한 시트러스 향, 달콤한 프루티향, 묵직한 나무향 같이 자연스러운 것에 집중한다면 니치 향수는 영감의 폭이 훨씬 넓다. 가죽, 곰팡이 등 독특한 향을 향수로 만들어낸다. 톰 포드 뷰티의 ‘투스칸 레더’는 질 좋고 감각적인 질감의 가죽에서 영감을 얻어 동물적인 향을 부드럽고 육감적으로 표현했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시그니처 오 드 퍼퓸’의 주원료는 루바브다. 샐러드와 디저트 등에 사용하는 음식재료로 향수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원료인데, 독특한 달콤한 향을 조향사가 찾아냈다.


‘얼굴있는’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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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바이레도 등 다양한 니치 향수와 화장품을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 분더샵 뷰티 ‘라페르바’ 매장



니치 향수는 조향사 또는 조향 디렉터가 주인공이다. 조향사가 다양한 영감을 얻고, 창의성을 발휘해 독창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고급 맞춤복인 오뜨꾸뛰르를 창조하는 패션 디자이너들과 비슷하다. 니치 향수 브랜드는 태생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대형 브랜드에서 아트 디렉터나 조향사로 활동하다가 독립한 경우 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장인 브랜드다.

크리에이터 출신들이 만든 브랜드는 모던하고 예술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다. 크리스찬디올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시세이도 아트 디렉터 출신인 세르주 루텐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향수 브랜드를 탄생시켰는데, 진귀한 원료를 사용해 깨끗하고 풍부하면서 차별적인 향을 창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장 폴 고티에에서 세계적인 조향사로 성장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프레더릭 말은 향수에 출판의 개념을 도입했다. 저자가 책을 내듯이 조향사가 향수를 발행하고, 고객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향수를 고르는 것이다. 매장에는 향의 저자인 조향사 12명의 흑백사진을 액자에 담아 전시한다. 향의 서가, 시향 공간과 냉장 진열장 등 향의 세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를 뒀다. 프레더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는 가수 지드래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티크는 디자인과 홈 데코레이션을 공부한 세 명의 창업자가 여행의 추억과 매혹적인 장소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밀러 해리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정통 조향사인 린 해리스가 만든 브랜드다.


왕실의 향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들은 ‘왕실의 향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왕실 조향사로 활동했다거나 왕실 공식 향수라는 점을 내세운 브랜드도 있다. 1760년 조향사 제임스 헨리 크리드가 창업한 크리드는 7대에 걸쳐 향수 제조 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왕실의 향수로 지정돼 있다. 펜할리곤스는 5년 이상 영국 왕실에 제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는 기업에 수여하는 ‘왕실 조달 허가증’을 받았다. 고 다이애나비가 애용한 ‘블루벨’ 등이 유명하다.


알쏭달쏭 향수 용어
향의 농도, 퍼퓸 > 오 드 퍼퓸 > 오 드 뚜왈렛 > 오 드 코롱 순

패션·뷰티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감각적으로 느끼고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향수는 조금 다르다. 프랑스어로 된 용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쓰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알쏭달쏭한 향수 관련 용어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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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농도에 따라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농도가 짙은 순으로 퍼퓸(parfum), 오 드 퍼퓸(eau de parfum), 오 드 뚜왈렛(eau de toilette), 오 드 코롱(eau de cologne)이 있다. 퍼퓸은 향수 원액이 15% 이상으로, 부향률이 가장 높다. 부향률은 향수에 포함돼 있는 향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퍼퓸은 향이 가장 풍부하고 완성도가 높으며, 최대 10시간까지 지속한다. 오 드 퍼퓸은 원액 함유량이 10~15%이어서 향이 깊고 풍부하다. 향 지속시간은 6~7시간쯤. 정돈하는 물이란 뜻의 오 드 뚜왈렛은 향료가 5~10% 들어있고, 지속시간은 3~4시간 정도다. 향이 가볍고 부드럽다. 향료가 5% 미만인 오 드 코롱은 상쾌한 느낌의 향이 1시간을 넘지 않는다.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이같은 공식도 일부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 아틀리에코롱은 향수 원액 비율을 퍼퓸 수준으로 높여 지속력은 있으면서도 오 드 코롱의 상쾌함을 가진 ‘코오롱 압솔뤼’를 내놓았다.

향수 제품 형태도 다양해졌다. 딥티크는 휴대하기 간편한 고체 향수, 퍼퓸오일을 문질러 바를 수 있는 롤온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케이스에 담긴 고체 향수는 손가락이 닿으면 살짝 녹아서 쉽게 발린다. 오 드 뚜왈렛을 농축한 퍼퓸 오일 역시 액체가 흐를 염려가 없어 들고다니며 수시로 바르기 좋다.

향수를 뿌린 뒤 향기가 나는 단계를 노트(note)라고 한다. 향의 한 꼭지라고도 표현한다. 복합노트 향수는 톱, 미들, 베이스의 3단계 노트로 구성된다. 톱 노트는 향수를 처음 뿌렸을 때 알코올이 날아간 다음 바로 맡을 수 있는 향수의 첫 향이다. 5~10분 뒤 사라진다.


미들 노트는 향수의 특징을 좌우하는 메인 향이다. 톱 노트가 끝난 시점(분사 후 약 10분 후)부터 진행되며, 1~2시간 동안 유지된다. 베이스 노트는 맨 마지막에 길게 여운이 남는 잔향을 말한다. 향수를 뿌린 뒤 약 2~3시간 후부터 나타난다. 예컨대, 밀러 해리스의 ‘시트롱 시트롱’은 시칠리아산 레몬과 스페인산 오렌지, 자메이카산 라임 향이 먼저 치고 나온 뒤(톱 노트) 쿨 민트와 이집트산 바질에 의해 향이 더 풍성해지며(미들 노트) 끝으로 푸른 이끼, 모로칸 삼남무가 결합한 베이스 노트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향조 변화가 거의 없이 처음의 향취가 끝까지 동일하게 지속되는 향은 단일 노트라고 한다. 요즘 향수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단일 노트 향수가 인기다. 니치 향수의 상당수는 단일 노트 향수다. 톰 포드 뷰티의 ‘프라이빗 블렌드’ 라인은 22종류의 단일 노트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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