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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품위 있는 디자인에 첨단 기능, 그녀의 손목을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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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0-07 07:22 조회2,5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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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 올림픽 경기, 심해저 탐사, 자동차 경주….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된 분야다. 명품 시계업계가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첨단 기능과 개척 정신, 스피드에 대한 동경을 앞세워 남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명품 시계들이 최근에는 여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여성 시계 제작 113년의 역사를 기리는 전시회와 축하 만찬을 열었다. 명품 시계가 여성에게 구애(求愛)하는 현장에 다녀왔다.
 

진화하는 여성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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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최한 만찬에 배우 니콜 키드먼(가운데)이 참석했다.


지난달 16일 저녁 밀라노 도심에 있는 행사장 ‘팔라쪼 델 기아치오’. 발끝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성들이 턱시도로 단장한 남성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섰다. 흡사 국제영화제 시상식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의 여성들은 오메가 고객들이었다. 약 5000㎡(1500평) 크기의 행사장은 샹들리에 100여 개, 촛불 수천 개를 밝힌 만찬장으로 꾸며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여성’. 오메가가 여성 시계를 만든 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고객 300여 명이 초대받았다. 이날의 주빈인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우아한 자태로 등장하자 만찬이 시작됐다.

스티븐 우콰드 오메가 사장은 “오메가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탁월한 기능과 아름다운 외관을 가진, 탁월한 여성 시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운을 뗐다. 키드먼은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1902년 만들어진 여성 시계, 50년대 간호사들이 맥박을 잴 수 있도록 초침을 넣은 시계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오메가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와 함께해왔다”고 화답했다.

올해 오메가는 여성, 그리고 여성 시계와 관련된 헤리티지를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 멀지 않은 전시장 ‘라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에서는 오메가 여성 시계 전시회 ‘그녀의 시간’이 개막했다. 1900년대 초반의 빈티지 시계와 오메가를 상징하는 제품 등 62점이 시대별로 전시됐다. 당시의 여성 시계 광고와 예술품도 곁들여졌다. 전시회는 이탈리아 일정을 마친 뒤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순회할 계획이다.

오메가는 여성 전용 온라인 다이어리 ‘그녀를 위한 시간(Time For Her)’도 이날 공개했다. 세계 유수의 여성 리더들을 인터뷰해 영감을 공유하고,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시계 이야기를 담았다. 우콰드 사장은 "어느 명품 시계 브랜드도 이처럼 독창적인 여성 시계 컬렉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손목시계는 여성용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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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메가는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손목 시계를 내놓고 있다. 이슬 모양 18K 골드를 엮은 ‘드빌 프레스티지 듀드롭’, 자성(磁性)을 견디는 기능을 넣은 ‘드빌 트레저 레이디’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레이디 마스터’, 여성 전용 오토매틱 시계 라인인 ‘레이디매틱’, 클러(갈고리 모양) 장식이 상징적인 ‘콘스텔레이션’.


시계학자들은 손목 시계의 탄생 시점을 1570~75년 사이로 추정한다. 학계의 다수설은 1571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년)가 애인 로버트 더들리 경으로부터 선물 받은 시계를 첫 손목시계로 본다. 고문헌은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장식한 장신구 속에 시계 장치가 들어있었다”고 전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손목시계 이전엔 시계를 넣은 반지도 애용했다. 반지·팔찌 같은 장신구에 시계를 넣다 보니 자연스레 최초 손목시계의 주인은 여성이 됐다.

손목시계는 1800년대 들어 유럽 여왕들과 귀족 여인들에게로 퍼져나갔다. 브레게·파텍필립 같은 시계 장인들은 주문을 받아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시계’보다는 ‘장신구’라는 인식이 강해 남자들은 외면했다. 야외 활동이 많은 남자들은 손목시계를 외부 충격이나 악천후,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웠다. 당시 흔했던 포켓워치는 조끼 주머니에 넣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여자의 물건’인 손목시계가 남자의 손목으로 건너온 것은 전쟁을 치르면서다. 전쟁과 탐험, 스포츠 경기가 활발해지면서 ‘남자의 물건’으로 탈바꿈했다. 가볍고 강한 소재 개발 등 기술의 진보 덕분에 가능했다.

 
1902년부터 2015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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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가 부각된 시기였다. 엘리자베스 1세의 손목시계 이후 300여 년 만에 여성 시계에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섬세한 플라워 디자인의 실버 케이스 시계, 즉 여성을 위한 오메가의 첫 손목시계가 탄생했다. 1902년이었다. 이전에는 여성용 포켓워치만 있었다. 최근에서야 첫 여성 시계를 내놓은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오메가는 시대를 꽤 앞서간 셈이다.

손목시계는 나왔지만 여성이 좀 더 편안하게 시계를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흘러야 했다. 여성이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을 무례하다고 보는 인식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이다. 지루하거나 무관심하다는 표현으로 간주됐던 것. 필요는 혁신으로 이어졌다. 오메가는 ‘시크릿 주얼리 워치’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주얼리처럼 보이지만 안쪽에 작은 시계를 숨겨두는 방식이었다. 1920년대에는 아르데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풍성한 컬러와 과감한 디자인의 제품이 대거 나왔다.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읽다

오메가는 일찍이 여성 시계에 주목했다. 오메가 박물관에 따르면 1894년부터 1935년까지 오메가의 프리미엄 무브먼트 생산량의 35%가 여성용 시계에 사용됐다. 1937년 선보인 ‘메디쿠스’ 시계는 이런 여성 수요를 제대로 읽은 제품이다. 간호사를 위해 제작했는데, 중앙에 초침을 달아서 가독성을 높인 덕분에 환자를 돌볼 때 요긴했다.

이즈음 오메가 광고에는 ‘직장에서, 집에서, 여가 시간에도(From work, to home, to play)’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직장 일도 하면서 가사 노동도 하는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지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여전히 가정 주부의 정형화된 역할에 초점을 맞출 때에도 오메가는 여성의 개성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951년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있다. ‘인생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여성은 남성 못지 않게 바쁘고, 활동적이며, 스포츠를 좋아한다. 여성도 남성처럼, 정확한 시계를 필요로 한다.’

 
여성을 위한 기술, 그리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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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계 전시회가 열린 행사장


오메가는 1950년대 중반까지는 남성용 시계 라인에서 사이즈를 작게 만들어 여성용으로 내놨다. 55년 첫 선을 보인 ‘레이디매틱’은 오메가 최초의 여성 전용 라인이었다. 남성 시계의 미니 버전이 아닌, 여성 전용 디자인의 탄생이었다. 레이디매틱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는 시계에 가해지는 미세한 진동으로 동력이 발생하는 시계 작동장치이다. 작은 무브먼트 덕분에 여성만을 위한 혁신적인 우아함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여성을 위한 시계 아이디어는 계속 진화했다. 최근 제품인 ‘드 빌 프레스티지 듀드롭’은 이슬 모양의 옐로 골드를 팔찌처럼 엮어 시곗줄을 만들었다. 같은 이슬 모양을 체인으로 엮은 목걸이를 함께 전시했다. ‘드 빌 트레져’는 시계 안에 1.5테슬라(1만5000G) 이상의 자기장 앞에서도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항자성(抗磁性) 부품으로 제작한 무브먼트를 넣었다. "여성들이 많이 드는, 자석 달린 클러치백을 들어도 시계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안내자의 설명이었다.

 

우아한 시계는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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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우콰드 오메가 사장


스티븐 우콰드(사진) 오메가 사장은 명품 시계업계 산증인이다. 1968년 오메가에 입사한 이후 47년 동안 명품 시계 브랜드에 몸담았다. 오데마피게에서 최고경영자를 역임했고, 다시 오메가로 돌아와 1999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오메가를 진두지휘해 온 우콰드 사장의 최근 관심은 여성 시계다.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오메가 여성 시계 전시회에서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 여성 시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오메가는 초기부터 여성 시계에 강했다. 이런 브랜드 스토리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좀 더 부각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좋은 시계를 가진 여성들은 많지 않다.”

- 여성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인가.

“반드시 ‘여성’ ‘남성’ 이렇게 카테고리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자들은 아직 남자들처럼 시계에 열렬히 빠지지 않았는데, 여성들과도 시계의 매력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여성 시계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 오메가는 남성 시계가 60%, 여성 시계가 40%다. 중국 시장은 남녀 비중이 50대 50인 반면 전통적인 서유럽 시장은 여성 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여성에게 시계를 파는 건 어떻게 다른가.

“남자들에게 시계를 말하기는 쉽다. 무브먼트(시계 작동 장치)나 컴플리케이션(시간 계측 외에 더 복잡한 기능들)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이런 데에 관심이 없다. 여성에게 ‘시계에 문페이즈(주기에 따른 달의 모양을 표시하는 창)가 있다’고 얘기하면 ‘그래?’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남성과 여성을 설득하는 과정은 다르다.”

- 예를 들면.

"남자들은 ‘제임스 본드 시계’를 산다. 여자들은 더 똑똑하다. 누가 찼다는 이유로 사지 않는다. ‘니콜(키드먼)이 찬 시계, 나도 갖고 싶어’라고 하지 않는다. 참 미묘하다. 여성에게 맞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여성을 대하는 게 좀 더 복잡하다.”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1995년 ‘골든 아이’ 때부터 오메가 시계를 찼다. 곧 개봉하는 새 영화 ‘스펙터’에서도 제임스 본드의 시계는 오메가다.

-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는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가 많은데.

“맞다. 내가 어렸을 적 시계는 교회에만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시간이 제대로 맞지도 않았다.(웃음) 그래서 당시엔 시계를 갖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곳곳에 널려있다. 스마트폰에도, 냉장고 문에도, 자동차마다 ‘시간’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젠 시계를 살 필요가 없는 셈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가 주는 매력은.

“우아한 시계는 무언가 감정을 자극하고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사람과 사람간 관계의 가치를 나타낸다. 독특한 디자인적 특성도 있다. 적게는 100여 개, 많게는 수천 개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작은 기계장치는 남다른 가치를 드러내는 물건이다.”

- 여성도 남자 시계를 많이 차는데.

“시계 사이즈는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간다. 요즘은 여성들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청바지를 일상적으로 입고, 스포츠를 즐긴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큰 시계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다. 트렌드의 문제라기보다는 생활 방식에 따른 선택이다.”


밀라노=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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