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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50년 골초도 4박5일 만에 '담배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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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1-23 08:17 조회1,8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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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어야 하는데….” 흡연자는 이 말을 달고 산다. ‘담배 안 끊냐’는 주위의 질책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심이다.

 

본지 류장훈 기자의 금연캠프 체험기
금단증상 극심할 때 약물 처방
복용 하루 만에 담배 생각 안 나
참가자 54명 중 52명 금연 성공


끊고 싶어도 못 끊는다. 중독성이 얼마나 큰지 비흡연자는 잘 모른다. 오죽하면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참는 것’이라고 했을까.

지난 12일(목) 오후 1시 서울성모병원 별관에 마련된 서울금연지원센터. 금연 결의를 다진 19명이 이곳에 모였다. 이들은 각종 검사·처방·운동 등 금연 관련 프로그램을 4박5일 합숙하면서 제공하는 금연캠프 참여자다. 금연캠프에 흡연자인 기자가 직접 참여했다.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금연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했다.

캠프 입소 직전인 낮 12시40분.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4박5일간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조바심이 앞섰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인생의 마지막 담배가 되기를 소망하며 캠프에 들어섰다.

기자의 흡연 경력은 18년. 하루 흡연량은 담배 한 갑(20개비) 내외다. 군 입대 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하루 2~3개비에 불과했던 흡연량은 갈수록 늘었다. 모든 흡연자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다. 처음엔 내가 담배를 선택하지만 점점 담배에 이끌려 중독에 접어든다.

심리·정신건강 꼼꼼히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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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금연진료


입소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평가지 작성이다. 총 130여 가지에 달하는 문항을 작성한다. 평가는 심리평가와 정신건강평가 두 가지다. 심리평가는 니코틴 의존도, 흡연 유형, 금연 욕구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첫 담배를 보통 언제 피우는지, 언제 담배 맛이 가장 좋은지 등 흡연 기호와 패턴을 묻는다.

이튿날 나온 평가 결과에서 다행히 니코틴 의존도가 낮게 나왔다. 의외였다. 10점 만점 중 2점. 평가상 0~3점은 낮은 의존도, 4~6점은 보통, 7~10점이면 높은 의존도다. 흡연지표(Heaviness of Smoking Index·HSI)에 대한 점수도 별도로 산정한다. 하루 흡연량과 아침 첫 담배 두 항목으로 니코틴 의존도와 금연 성공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다. 4점 이상이면 니코틴 의존도 점수와 관계없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데, 다행히 1점이 나왔다.

흡연 유형은 여러 항목에 해당됐다. 스트레스 해소형(13점), 의존형(12점), 자극 추구형(12점), 편안함 추구형(11점)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집중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가 당기고, 금단증상이 큰 편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정신건강평가에서는 우울감, 스트레스 정도, 정서를 조절하는 방식 등 심리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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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건강검진 (폐기능)


1시간여 동안 평가지를 작성하면 숙소로 이동한다. 10층에 마련된 임상시험센터 병동이다. ‘임상시험’이란 단어가 삭막한 느낌을 주지만 출입을 통제하고 전문 인력이 상주해야 하는 금연캠프 숙소로는 오히려 제격이다. 숙소에 도착해 바로 신장·체중·체질량지수(BMI)·혈압 등 신체 정보와 호흡 중 일산화탄소(CO) 농도를 측정한다. CO 농도는 흡연 정도와 의존도, 금연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다. 측정 결과 6ppm을 안 넘으면 비흡연자, 넘으면 흡연자로 본다. 흡연자는 보통 15~20ppm이다. 니코틴 의존도가 낮은 탓일까. CO 농도는 기준을 살짝 넘는 7ppm이었다. 다음 날부터는 4ppm으로 줄었다.

낮은 니코틴 의존도에도 금단증상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흡연 후 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나타났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감이 들었다. 양쪽 턱 밑이 붓고 맥박이 빨라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평가지 작성 막바지에는 질문을 서너 번씩 반복해 읽기도 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1시간 지나자 금단 증상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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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자유 산책


세 시간 후부터 금단증상이 보다 강해졌다. 휴식시간이 문제였다. 교육 전 주어진 5분 휴식 때 흡연 충동이 엄습했다. 거센 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평상시였다면 분명 삼삼오오 나가서 담배를 피웠을 시간이다. 흡연을 안 하니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당황했다. ‘제한된, 막간의 휴식’이 흡연을 충동질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금단증상이 고조될 때쯤 금연 진료가 이뤄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일대일 면접 진료로 건강 상태, 금연 의지, 약물 부작용을 점검한다. 그 후 개인별 약 처방이 이뤄진다.

입소자는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과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 중 하나를 처방받는다. 둘 다 전문의약품이다. 부프로피온은 항우울제로, 담배 맛을 떨어지는 부작용 때문에 금연치료제로 쓰인다. 바레니클린 부작용이 심할 때 처방되곤 한다.

반면에 바레니클린은 직접 작용한다. 흡연하면 대뇌 전전두엽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이 붙어 충족감을 주는데, 이 수용체에 약물이 니코틴 대신 달라붙는다. 금단증상의 원인을 차단하는 셈이다.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은 각각 150㎎·0.5㎎씩 3일간 복용한 뒤 4일째부터 복용량을 두 배(2회)로 늘린다. 바레니클린은 1주일 후부터 1㎎ 짜리로 복용량을 또 한 번 늘린다. 약물로도 금단증상이 심하면 니코틴 패치 등 대체요법이 추가된다.

약 처방 후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금연 진료비 2만2830원, 약제비 1만600원(2주일치) 등 총 3만3430원이다. 캠프에서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은 이것이 전부다. 그 외 비용은 모두 정부에서 지원한다.

처방받은 약은 바레니클린이었다. ‘구역질이 난다’ ‘역한 기분에 담배는 생각도 안 난다’ 등 과격한 복용담을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의외로 약이 몸에 잘 맞는 듯했다. 전에도 금연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눈의 동공이 확대되는 느낌과 함께 정신이 멍해지는 증상이 심해 포기하곤 했었다. 이번에는 이튿날 아침 약간의 더부룩함을 제외하곤 부작용이 없었다. 금단증상은 전혀 없었다. 담배 생각이 신기할 정도로 전혀 들지 않았다.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입소자도 있었지만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금연 약물이 금단증상을 최소한으로 줄여 금연의 문턱을 낮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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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스트레칭


금연 캠프를 통한 금연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8월부터 시작된 서울금연지원센터 금연캠프는 앞서 다섯 기수(집중치료형 기준)가 진행됐다. 총 54명이 다녀갔다. 서울금연지원센터 박민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금연 캠프 이수자 54명 중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52명”이라며 “현재까지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최소 2주, 최대 3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96%에 달하는 금연 성공률이다. 반면에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해 성공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 캠프에 참여한 70대 흡연자 김모씨는 “50년간 피우면서도 끊지 못했던 담배를 이곳에 와서 비로소 끊게 됐다”며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사실을 확인해 마음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숙소에도 금연 전문가 배치

높은 금연 성공률은 ‘합숙’의 힘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모여 생활하고, 금연 전문인력이 배치돼 금연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든다. 실제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의 임상연구 상 금연율은 96%에 못 미치는 29.7%와 44.2%였다. 또 하나는 치밀하게 짜인 프로그램이다. 금연 진료를 비롯해 그룹·개별 심리상담, 금연 교육, 운동 프로그램으로 하루 일과가 꽉 채워진다.

특히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금연 의지를 높이는 요소다. 소변·혈액검사를 비롯한 흉부X선 검사, 동맥경화도 검사, 심전도 검사, 폐기능 검사, 폐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총 아홉 가지 검사를 받는다. 이 중 저선량 폐CT 검사를 통해 흡연으로 인한 폐 손상 정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온 사람은 금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고, 결과가 좋은 사람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동기부여를 하도록 만든다. 상담을 맡았던 박민현 전문의는 “흡연은 각종 심·뇌혈관질환과 암 등 중증 질환을 유발하는 질병”이라며 “캠프의 캐치프레이즈(Your Health, Our Dream)처럼 금연 캠프는 흡연자의 금연을 응원한다. 흡연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해방구가 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유성혁·윤성철

금연캠프 참여하려면?

● 집중치료형

기간 4박5일 참가비 무료(단, 약물 본인부담금 발생)

대상

① 하루 한 갑 이상 흡연 경력을 가진 자

② 2회 이상 금연 실패를 경험했지만 금연 의지가 있는 흡연자

③ 흡연 관련 질병 치료 후에도 재흡연 중인 사람(한 가지만 해당돼도 참여 가능)

신청 방법 각 지역 금연지원센터 홈페이지 및 전화, 금연상담전화(1544-9030)


● 일반지원형

기간 1박2일 참가비 무료

대상 금연을 시도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 방법 각 지역 금연지원센터 홈페이지 및 전화, 금연상담전화(1544-9030)

흡연 유형별 금연 공략·주의법

● 자극 추구형

담배가 정신집중, 창의력을 높이는 유형.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담배 대신 간단한

체조·운동·샤워 등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담배 없이 무료한 형

손에 뭔가 있어야 만족하는 유형. 흡연이 지루함을 잊게 한다. 담배 대신 작은 물건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좋은 방법. 연필, 볼펜, 작은 돌, 동전이 훌륭한 대역이 된다.

● 즐거움 추구형

흡연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유형에 비해 큰 어려움 없이

금연할 수 있는 유형. 명상이나 심호흡 등 흡연 외에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

● 스트레스 해소형

담배를 신경안정제로 이용한다. 일단 금연에 성공하면 다시 피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재흡연한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피하되 긍정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의존형

금단증상이 가장 심해 금연이 제일 힘든 유형. 신체적·심리적 금단증상 모두 대처해야 한다. 무조건 참지 말고 니코틴 패치·약물요법 등 증상을 줄이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 습관형

늘 피워왔기 때문에 피우는 유형. 하루 흡연량을 차차 계획적으로 줄여가는 방법이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배 보관 장소(주머니)를 바꾸거나 흡연일지를 기록해 흡연 과정을 의식하는 것이 효과적.

● 사회성 추구형

다른 사람이 권하거나 흡연하면 따라 피우는 유형. 금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 흡연을 유혹·자극하는 모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흡연자는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남. / 출처: 미국가정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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