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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매일 샤워해야만 청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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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23 05:04 조회1,1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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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왜 자연스런 체취를 씻어낼까? 매일 아침 온몸에 엄청난 물과 화학물질을 들이부어가면서 말이다. 왜 몸에서 냄새나지 않는 것이 청결하다고 느낄까? 청결함이 곧 경건함이라는 착각 때문일까? 매일 아침 15분씩 뜨거운 물을 끼얹을 필요가 정말 있을까?

미국인은 사회에서 따돌림받지 않으려면 매일 샤워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해변에서 샌들 안에 양말을 신고, 출근할 때 요가용 바지를 입고, ‘Who farted(누가 방귀 뀌었지)?’ ‘여성 신체검사관(Female Body Inspector)’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매일 아침 샤워하지 않는 건 실례라고 여긴다.

하지만 청결과 살균소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매일 아침 샤워하는 습성은 미국인의 몸 상태를 후자 쪽에 가깝게 만든다. 도살장이나 탄광에서 일한다면 매일 샤워해서 오염물질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깨끗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매일 아침 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이 세상은 냄새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8월의 뉴욕처럼 악취를 풍기기도 하고, 때로는 파리의 제과점이나 겨울 바다처럼 기분 좋은 향기가 나기도 한다. 지구가 비로 샤워한 뒤에 나는 냄새보다 더 기분 좋은 향이 있을까? 비 온 지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공기 중에 상쾌한 향이 떠돈다. 지구는 늘 온갖 냄새를 풍긴다. 그런데 사람은 냄새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최근 뉴욕에서 발행되는 문화예술 잡지 ‘뉴욕’의 기자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샤워하지 않고 한 달 동안 생활하기 실험을 시작했다. “내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고 그녀는 썼다. “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주 금요일에 구글 채팅으로 그에게 요즘 내 모습과 냄새가 어떤지 솔직히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내가 그런 실험을 시작했는지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샤워 횟수를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과학자들은 장 속에 사는 유익한 박테리아가 장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듯이 피부에도 유익한 세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매일 샤워를 하면 피부가 건조해져 습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어떤 행동을 지지하는 건 늘 조심스럽다. 정반대의 결과를 주장하는 다른 연구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잦은 샤워를 반대하는 이유는 주로 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냄새는 동물로서 인간의 한 부분이며 우리 인격의 일부이기도 하다. 냄새는 우리가 어디에 갔었고 뭘 했는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물질적 존재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내적·외적 세력과 끊임없이 타협하는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운명이다. 체취를 씻어내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체성의 흔적을 씻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샤워는 우리 몸을 살균시켜 정체불명의 비누 노예로 만든다.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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