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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무심코 마시는 가공음료, 아이 잡는 '단맛 괴물' 숨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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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3-23 19:08 조회1,1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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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에 사는 홍모(45·여)씨의 딸(5)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음료수를 찾는다. 특히 포장에 캐릭터가 그려진 음료를 좋아한다. 보통 하루에 두세 잔 마시는데 최근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더 많이 마신다. 홍씨는 “동네 마트를 운영하다 보니 아이가 가공음료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주 마시게 된 것 같다”며 “건강이 걱정돼 과일이나 물을 대신 먹도록 자제시키고 있지만 말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건강한 목요일] 나쁜 단맛, 첨가당 주의보


중학교 2학년인 한모(14·서울 동작구)군은 하루 2~3캔의 탄산음료를 마신다. 엄마가 “그만 좀 마시라”며 말리지만 학교나 학원 근처에서 직접 사서 마시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한군은 “탄산음료가 그리 달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마시면 입안에 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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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청소년 ‘단맛 중독’ 건강 해쳐
최근 젊은 당뇨 환자 부쩍 늘어
정부, 내주 첨가당 표기 의무화 발표


단맛에 빠진 아동·청소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당(糖)류 섭취량을 조사했더니 만 3~5세는 34.7g, 6~11세는 45.2g, 12~18세는 57.5g으로 나타났다. 윤은경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 연구관은 “3~5세와 12~18세 연령대는 섭취 기준치를 넘어섰고 6~11세도 거의 기준치에 육박할 만큼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당만 따져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의 10% 이하로만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기준(하루 30g)에 비춰봐도 국내 3~18세 아동·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조윤옥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당(포도당)은 세포의 주 에너지원으로, 특히 뇌와 적혈구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당은 피곤할 때 기운을 낼 수 있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주스·음료에 인공적으로 넣은 당분
한 병만 마셔도 하루 당 기준치 넘어
WHO “ 비만과 만성질환의 주범”


문제가 되는 건 가공식품을 만들거나 요리할 때 인공적으로 첨가하는 첨가당(糖)이다. 첨가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비만과 만성질환의 주범”이라고 지목한 ‘나쁜 당’이다. 아이들의 경우 음료를 통한 첨가당 섭취가 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 연구관은 “유아는 주로 과일·채소 주스와 가공 우유, 청소년은 탄산음료를 통해 첨가당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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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 “초콜릿·과자보다 가공음료가 더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음료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당이 들어 있고 매일 습관적으로 마시는 중독을 일으키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렌지주스(235mL 한 병에 21g), 초코 우유(180mL 한 팩에 23g), 콜라(250mL 한 캔에 27g) 등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음료엔 한 병만 마셔도 하루치 섭취량을 채울 만큼 많은 양의 당류가 들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하게 당을 섭취하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어릴 적부터 단맛에 길들여지면 갈수록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되고 결국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살이 찔수록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나중에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줄여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최근 병원을 찾는 젊은 당뇨병 환자가 부쩍 늘었는데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살이 찌면서 건강이 나빠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010년 14.6%에서 2014년 20.4%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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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탄산음료 등 당 함량이 높은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100mL당 당류가 5g 이상 함유된 음료에 400원가량의 추가 세금을 물릴 계획이다. 주스와 유제품은 대상에서 빠졌다.

영국 정부가 이처럼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아동·청소년 비만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오즈번 장관은 “탄산음료가 아이들을 살찌게 하고 병들게 하면서 적잖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탕세로 거둔 돈은 전액 초등학교 체육 활성화에 쓰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다음주 ‘1차 당류 저감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음료를 포함한 가공식품에 첨가한 당의 양을 따로 표기하게 하고 제품을 가공하거나 조리할 때 당을 적게 넣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아동·청소년의 당류 섭취를 20% 줄이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공공시설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퇴출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겐 어느 정도까지 먹여도 될까. 전문가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과일이나 흰 우유를 통한 천연당은 마음껏 먹어도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첨가당은 하루 25~30g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등학생 600여 명을 대상으로 과일과 흰 우유, 가공음료 등의 섭취가 미치는 영향을 4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과일과 흰 우유는 비만·대사질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일·우유 등 천연당은 제한할 필요가 없지만 첨가당은 가급적 덜 먹는 게 몸에 이롭다”고 권고했다. 

이에스더 기자, 이지현 인턴기자(서울여대 국문과 4년)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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