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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불안 참으면 몸까지 아파 … 마음의 병도 조기 치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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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25 07:36 조회1,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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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치료 시기 놓치면 만성화

Q (친구 발작에 충격받은 고2 학생) 고2 여학생입니다. 지난해 가을 같은 반 친구가 뇌전증 발작으로 인해 쓰러지는 장면을 두 번 목격했어요. 그런 장면을 처음 보고 너무 놀랐고 친구가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저렇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병명을 치고 관련 정보를 밤새도록 검색했는데, 점점 더 불안해졌어요. 단 한 번도 친구처럼 쓰러진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상한 증상이 생기더군요. 다리가 저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움찔움찔하는 증상이었어요. 그러니 더 불안해지더군요. 계속 관련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봤고, 공황장애 카페에 가입해서 증상들을 물어보곤 했어요. 그런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갔어요. 그렇게 1년쯤 지났습니다. 괜찮을 때도 있었지만 증상이 심할 때도 있었고요. 지루하게 불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화를 보다가도 불빛이 번쩍거리는 장면이 나오면 쓰러질까 싶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이기구는 아예 못 타요. 비행기는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A (과도한 불안은 병이라는 윤 교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불안이란 감정 신호 자체가 병적인 것은 전혀 아닙니다.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죠. 긍정적인 행복감보다 더 중요한 감정이 불안입니다. 불안이란 내 생존을 위한 위기관리 신호니까요. 불안하기에 현재의 위험을 피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불안이 생존을 위한 수준을 넘어서 과도해질 때입니다. 오늘 사연은 친구가 뇌전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본 후 불안 신호가 과도하게 급증한 상황입니다. 공황은 과도한 불안 신호의 한 모습이죠. 순식간에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오며 다양한 신체적 증상이 동반됩니다.

 그런데 이런 불안 증상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불안이 내 삶의 폭을 줄어들게 하는 것입니다. 영화 보기도 겁나고 놀이기구도 못 타게 되고 비행기 타는 것도 두렵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니 삶이 위축되고 사회적 기능도 떨어지고 행복감도 줄어들기 쉽습니다.

 과도한 불안 신호가 다시 금방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힌다면 적극적 대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만성화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02 약물 복용 미루다가 후회

Q (종종 숨쉬기 불편하다는 ‘공시생’)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입니다. 고등학교 때 공황장애에 대한 글을 읽은 후 갑자기 공황증세를 겪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점점 나아졌습니다. 지난 1~2년 동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거의 완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여행 땐 비행기도 잘 탔고 스카이다이빙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면서 증세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지하철에선 심장이 마구 뛰거나 답답해지고 공부할 땐 글자가 머리에 잘 안 들어오고 숨쉬기가 불편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이전에 겪었던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취미나 운동도 도움된다는 윤 교수)시험을 준비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공황 관련 글을 읽은 것이 자극이 되어 불안 증상이 과도하게 생긴 경우입니다. 불안이란 것은 감정이기에 논리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 증폭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처럼요.

 신체 증상의 형태가 달라지고, 다른 증상이 찾아오면 이전 증상은 없어진다는 걸 보니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 심장이 답답한 것이라면 갑자기 그 증상이 없어지고 배가 아플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 뇌 안에서 생존을 담당하는 스트레스 시스템은 다양한 경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스트레스 시스템을 과도하게 작동시키는 불안 신호가 생기면 몸으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불안 증상이 내 삶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우선은 이런 과도한 불안을 재빠르게 잠재워야 합니다. 불안이 불안을 만드니까요. 어떻게 되겠지 하고 내버려 두면 뇌에서 회로가 굳어져 만성화됩니다.

 만성화를 막으려면 조기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은 크게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불안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적·치료적 역할을 하는 약과 증상이 생겼을 때 그것을 잠재워주는 약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방적 약물의 예는 우리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과 연관된 약물이 대표적입니다. 외부 자극에 과도한 불안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래도 불안 증상이 심할 때는 그 방어를 뚫고 증상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땐 그 증상을 금방 사라지게 하는 항불안제를 사용합니다.

 보통 참을 때까지 참다가 영 안 되면 약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그러다 보면 불안을 느끼는 내 뇌 안의 스트레스 시스템이 더 자극을 받고 예민해져서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과도한 불안 증상 자체가 내 뇌에는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약을 통해 불안 증상을 잡아내 뇌가 힘든 경험을 안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한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심해서 꼭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악화하지 않았을 때 빠르게 대처해야 적은 용량으로 증상을 쉽게 잠재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모든 증상이 다 그렇지만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특히 마음의 증상은 시간이 지나 굳어져 버려 만성화되면 그만큼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단기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면서 중장기적으론 삶의 스타일을 조금씩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불안증상이 과도하게 왔다는 것은 너무 생존을 위해 뛰기만 했다는 증거이니깐요. 편히 마음을 이완하고 뇌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취미나 운동 등을 내 삶에 중요한 내용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삶의 변화는 내가 너무 불안할 때는 동기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안을 일단 잡고 서서히 변화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리고 불안 증상 때문에 생긴 2차 증상에 대해선 노출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2차 증상의 예는 공황장애 환자가 비행기 안에서 공황 증상을 경험한 경우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노출요법은 단계별로 견딜 만한 불안에 나를 노출하여 자신감을 찾게 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비행 공포가 심했던 여성이 동생 결혼식 때문에 미국 LA까지 무사히 다녀오기 위해 부산행 비행기, 제주도행 비행기 등 국내선부터 타기 시작한 겁니다. 그다음 일본행, 홍콩행 순으로 노출의 강도를 높여갔고, 결국 미국 LA 왕복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습니다. 노출요법도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면서 노출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죠. 처음엔 ‘약만 먹으면 이 정도는 괜찮아’에서 ‘약을 먹지 않고 그냥 갖고만 있어도 편해’로 불안에서 점점 벗어나게 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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