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중후장대한 외관에 길다란 차체를 가진 ‘XJ’처럼 스타일이 독특한데다 제일 싼 모델이 6000만원일 정도로 가격이 만만찮았다. 그런 재규어가 6일 체급을 낮춘 ‘XE’모델을 내놓고 ‘준중형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해당 시장은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아우디 A4 같은 독일차들의 ‘아성(牙城)’이 굳건했다.

　백정현(49)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재규어 XE’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와신상담’의 자동차다. 재규어는 2006년 국내에서 2000cc급 ‘X타입’을 출시했다. 하지만 쓴 맛을 본채 물러섰다. 이 차는 단종되기까지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재규어 XE’는 설욕을 위한 다양한 무기를 갖췄다.

　먼저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가 최초로 자체 제작했다. 2000cc 디젤 엔진의 경우 180마력을 발휘하고, 3000cc 가솔린 엔진은 340마력의 풍부한 힘을 낸다. 또 동급 처음으로 ‘차세대 알루미늄’을 사용해 하부차체·차틀을 일체형으로 묶어(모노코크) 생산했다. 이 덕에 튼튼하면서도 몸무게를 줄였다. 디자인에선 준중형답지 않은 널찍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납작한 헤드램프, 긴 휠베이스로 위용이 당당하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뽑힐 만큼 외관에도 공을 들였다. 공식 출시는 9월이고,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모델별로 4760만~6900만원이다.
  　재규어 XE의 출연으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준중형 시장에선 벤츠 C클래스가 2843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BMW 3시리즈(2763대)와 아우디A4(2254대)도 만만치 않았다. 디젤 엔진 열풍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과 함께 날카로운 주행성능 등이 소비자들을 사로 잡았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차의 경우 한국인에게 ‘드림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품질·성능·연비 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의 판매량 상위 10위 수입차를 보면 9개가 디젤 엔진차”라며 “특히 독일산 디젤 엔진의 고출력·고효율에 소비자들이 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들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며 “수입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지난 4월 대표가 된 그는 “한국은 재규어의 5번째,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8번째 시장으로 최근 5년째 연간 40%씩 급성장한다”며 올해 신형 ‘재규어 XE’를 포함해 1만 대 판매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 성장 계획도 밝히면서 2017년까지 인프라 투자에도 힘을 쏟아 ‘부품 센터’ 면적을 넓히고, 중고차 전시장도 3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탄생한 재규어·랜드로버는 2008년 인도의 타타 그룹에 넘어갔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