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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일자리 창출 원하는가 기존 일자리 파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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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01 16:50 조회1,5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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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오른쪽)와 사공일 본사 고문은 일자리보다는 실업급여 등으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지나친 일자리 보호가 신기술 개발 등 역동적인 경제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프리랜서 함소망]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67)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노동시장 연구로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요즘 그의 시선은 유로존 위기에서 중국 경제 진단까지로 넓어지고 있다. LSE 연구실에서 이뤄진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과의 대담이 경계를 뛰어넘어 이뤄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두 석학은 특히 노동시장과 실업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피사리데스 교수는 “일자리가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하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길 <4부> 사공일이 만난 석학 ②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

일자리 과보호 말아야
일자리 창출·파괴 쉽게 이뤄지게
취업 나서는 사람에겐 인센티브를


 ▶사공=현 세계 경제 상태, 유럽연합(EU)의 앞날, 중국 경제 등 논의해 보고 싶은 주제가 많다. 우선 최근 파리 테러 사태가 EU의 경제와 미래에 미칠 파장이 어떨까.

 ▶피사리데스=파리 테러가 유럽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독일과 프랑스뿐 아니라 심지어 영국마저 뭉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사공=하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도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게 하고 있을 정도다.

 ▶피사리데스=게다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사실 올랑드는 이전 프랑스 대통령들과 견줘 자국 문제에 몰두했는데, 테러 이후 국제 문제에 대해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사공=파리 테러가 당장 구체적으로 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약속한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

 ▶피사리데스=솅겐조약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솅겐조약 26개국 가운데 몇몇 나라는 탈퇴할 수도 있다. 또 이민 위기(난민사태)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더욱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유럽은 부채 위기에서 시작해 난민사태까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율적이지 못했다.

 ▶사공=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비극적인 사건(파리 테러) 자체는 EU 미래를 바꿔놓을 만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애초 당신은 유로화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당신의 발언과 글에는 유로화는 오히려 유럽을 분열시키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유로화에 대한 현재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피사리데스=유로화 도입으로 회원국 간 교역이 늘어나고 재정정책 등과 조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처음에는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의 뜻을 (다른 회원국에) 강요하면서 다른 나라의 정치적 반발과 거부감을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사공=단일 통화 시스템을 해체하는 일은 현실적인 대안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유로존 경제는 앞으로 어떨까. 앞으로도 꾸역꾸역 굴러가는(muddling through)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봐야 하나.

 ▶피사리데스=‘꾸역꾸역 굴러간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현재 회복 추세는 무기력하다. 자칫하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사공=이제 노동시장과 실업 문제로 화제를 돌려보자. 당신의 노동시장 관련 핵심적 정책 건의는 ‘일자리가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하라(protect workers, not jobs)’이다. 그리고 ‘능동적 노동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ies)’을 강조한다. 한국 독자를 위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피사리데스=역동적으로 바뀌는 경제에선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가 계속 창출된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기존 일자리 파괴가 아주 유연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가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일자리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으면 결국 높은 보수를 받게 되고 경제는 발전한다. 그래서 정부는 일자리를 지나치게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능동적 노동정책’, 다시 말해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고 또 일자리를 갖게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장기 실업률이 영국과 독일에 비해 높은 것은 ‘능동적 노동정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사공=그런 측면에서 강성 노동조합에 의한 일자리의 과보호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존 일자리 과보호는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피사리데스=노조는 기본적으로 내일보다는 오늘, 회사나 국가경제보다는 노조원들의 단기적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노조의 자세가 자신과 전체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사공=이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피사리데스=정부는 근로자(workers)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한편 노조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강성노조는 일자리를 잃었을 때 정부가 각종 사회안전망으로 실직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자 해고 유연성을 받아들였다.

 ▶사공=나도 동감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본다. 노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결국 일자리 창출을 막아 전체 근로자가 손해 본다는 사실을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피사리데스=옳은 말이다. 나는 정부가 곧장 국민을 직접 상대하기 전에 노조와 소규모로 대화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공=지금부턴 세계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피사리데스=분배, 달리 말해 불평등이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은 대외적으로 개방된 요즘 경제 체제와 디지털 기술이 부를 소수의 수중에 집중시키는 데서도 비롯된다. 소수의 수중에 권력이 집중되고, 이는 다시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하지만 기업 입지가 자유로운 시대에 국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개별국가 차원에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저 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취업에 도움돼야 한다.

 ▶사공=그렇다고 당신은 부유세를 부과해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론』 지은이)와 같은 극단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피사리데스=나는 피케티의 극단적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 자체는 대중이 불평등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공=나도 피케티가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당면한 큰 도전의 하나인 불평등 문제에 세계적 주의를 환기시킨 것만으로도 기여했다고 본다. 이제 중국 경제를 얘기해 보자.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다. 최근에도 당신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피사리데스=아주 낙관적으로 본다. 그들의 독특한 일 처리 방식과 정책 담당자들의 능력 때문에 그렇게 본다. 예를 들면 최근에 전격적으로 두 자녀 정책을 채택했다. 사전에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최고위층 결단이었다. 이것이 그들의 일처리 방식인데, 다행히 내가 보기엔 중국의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리더들은 현재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공=나도 동감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경제 성장 속도를 줄이고 경제구조 전환으로 뉴노멀(New Normal)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

 ▶피사리데스=내가 보기에 중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투자 과잉이다.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이다(2014년 투자가 중국 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은 48.5%였다). 투자의 대부분이 국유 기업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생산성도 높지 않다. 일자리 창출도 변변찮다. 서류상으론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생산적인 투자는 다른 나라보다 결코 많지 않다.

 ▶사공=유럽으로 다시 눈을 돌려보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QE)가 예상되는데 이것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피사리데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대될 때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만, 유럽과 일본의 QE가 신흥시장 자금이탈을 어느 정도는 완화해줄 수 있어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줄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 QE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특히 중앙은행이 미래에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가늠하게 해줬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유로존 QE는 취약한 회원국을 겨냥해 돈을 풀어줄 수 있어 미국보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미국 QE는 특정 주를 겨냥한 정책이 아니다).

 ▶사공=그러나 ECB의 추가적인 QE는 이미 돈을 많이 빌려 쓴 나라가 더 차입하게 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들 나라의 구조조정이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QE가 미래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피사리데스=동의한다. ECB도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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