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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시따따 만화, 펑마마 노래 … 시진핑 ‘친민 이미지’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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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7-05 13:19 조회1,0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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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를 먹고산다면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먹고산다. 백성의 마음은 어떻게 얻나. 공적(公的) 인물로서의 좋은 이미지 수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좋은 이미지는 어떻게 만드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공약 실천으로 믿음을 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과 가까운 친민(親民)의 이미지를 수립해 호감을 얻는 방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집권 이래 중국인의 마음을 잡기 위한 친민 이미지 형성에 심혈을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우선 말투다. 상투적인 관방 언어를 피하고 듣는 이를 배려한 화법(話法)을 구사한다.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2012년 11월 15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이 던진 첫말이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따위로 시작되는 판에 박힌 말 대신 기자들에 대한 안부 인사로 말문을 연 것이다. 2013년 7월 우한(武漢) 시찰 때는 한 여성에게 “미인이시군요. 안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해 주민의 환호를 샀다. 인터넷 유행어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지난해 말 새해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자리에서 시진핑은 “일을 잘하기 위해 우리 관리들이 ‘만핀(蠻?)’ 뛰고 있다”고 말해 네티즌의 웃음을 자아냈다. ‘만핀’을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허벌나게’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음은 그에 대한 호칭 유도다. 중국 관방에선 시진핑을 ‘시쭝(習總)’이라고 일컫는다. ‘시진핑 총서기’를 줄인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통’으로 부르는 셈이다. 그러나 민간에선 그를 ‘시따따(習大大)’라고 부른다. ‘따따(大大)’는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방언으로 ‘아저씨(叔叔)’라는 뜻이다. 그의 총서기 취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생긴, 그를 지지하는 인터넷 팬클럽의 멤버들이 붙여 준 별칭이다.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전국 교사 대표와의 만남을 가졌을 때 한 교사가 “당신을 ‘시따따’로 불러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대한 시진핑의 대답은 “예스(Ye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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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1984년 중국 건국 35주년을 맞았을 때 베이징(北京)대 학생들이 ‘샤오핑 안녕하세요’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행진을 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당시 중국 최고 영도인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지만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鄧小平)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란 평가를 받았다. 시따따에도 시진핑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흠뻑 담겨 있다. 인터넷상에서 시따따가 시진핑을 가리킨다면 ‘펑마마’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엔 ‘시따따가 펑마마를 사랑하네(習大大愛着彭麻麻)’라는 노래(왼쪽 사진)까지 등장했다. 노래에서는 펑마마 대신 발음이 같은 펑마마(彭麻麻)를 썼다.

 시진핑의 행동을 빗댄 노래는 또 있다. ‘만두집(包子鋪)’이라는 중국 민요풍 노래다. 이는 시진핑이 2013년 말 베이징의 칭펑(慶豊) 만두집을 불쑥 방문해 서민들과 함께 21위안(약 3560원)짜리 식사를 같이한 걸 풍자했다. ‘만두집에서 그가 내가 선 줄의 맨 뒤에 섰네’ 또는 ‘21위안어치 음식을 시켰지’ 등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이는 시진핑이 줄을 서지 말고 주문하라는 주인의 호의를 사양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을 시킨 것이나 훗날 21위안짜리 ‘주석(主席) 세트’로 알려진 만두와 간볶음, 갓요리를 주문한 것 등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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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친민 형상 다지기는 시각적으로도 계속된다. 시진핑이 만화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베이징시 당위원회 선전부가 주관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첸룽왕(千龍網)은 시진핑이 집권 이후 바삐 활동하는 모습을 ‘시진핑 주석의 시간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하에 만화(위 사진)로 그려 중국인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회색 점퍼에 남색 바지 차림의 소박한 시진핑의 모습은 정치인을 더 이상 차가운 얼굴이 아닌 인정미 넘치는 인물로 대중에게 다가서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과거 중국 영도인은 옷깃을 여미고 단정하게 앉아 있거나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또 좀처럼 웃지 않는 엄숙한 표정을 짓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중국의 리더 시진핑은 서민과 함께하는 친민 지도자의 모습을 구축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또 이제까지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엔 부정적 보도를 막을 수 있는 중국 공산당 선전부의 막강한 파워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이미지 띄우기 작업은 개인 숭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쇼를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은 말한다. “쇼라면 군중이 바로 알아차릴 것”이라고. 진심 그 자체이기에 거칠 게 없다는 것이 시진핑의 친민 형상 다지기 행보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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