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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한나의 우아한 비행]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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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5-30 12:22 조회2,0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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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서질 않는 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그 사랑이/ 이다지도 깊을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아~ 진정 난 몰랐었네.” 어릴 적부터 아빠는 노래하는 자리에서 꼭 이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캐네디언 직원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도 이 노래를 구성지게 불렀다. 아빠가 부르는 이 노래가 무슨 뜻이냐 묻는 직원들 때문에 그제야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언제부턴가 나는 홀로 길 위에서면 종종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길 위에서면 나는 묻고 싶은 게 많다. 때론 걷고, 때론 달리며 길 위에서 나의 현재와 다음을 묻는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수 없지만, 살아서 길로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팔당에서 아침을 맞았다. 팔당역에서 두물머리까지 자전거 길을 달렸다. 페달을 밟을 때 밀려가는 자전거의 둥글고 이어진 걸음이 좋았다. 계절을 건너는 시기, 시원한 강바람이 좋아 얼굴을 내미니 햇살이 고스란히 쏟아진다. 속도를 내어 한강을 옆에 두고 달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나뉘는 강길 까지 닿았다. 오르막에선 멈칫했지만, 기어를 바꿔가며 때론 자전거를 밀고서라도 길을 따랐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을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소설가 김훈 선생의 명문장이 떠올라 발을 세차게 저었다. 내 앞에 놓인 오르막을 오를 수 있었던 건 현실적인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자전거 여행은 외부 동력을 이용하되, 내 두발로 속도를 일으키니 걷기와 다른 역동성이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눈으로 담아내고 살갗으로 바람의 질감을 느꼈다. 자전거와 함께 내 몸으로 길이 들어오자 마음속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생각이 정리된다. 동시에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잡다한 생각의 조각들은 세상의 길 위로 다시 흘러나간다. 낯선 햇살과 강바람으로 생각을 뽀송뽀송 말린다. 자전거 여행으로 사유와 감각의 풍요화를 경험한다. 강과 함께 흐르는 자전거 길은 평화로웠다. 내겐 자유였다.

 

떠나온 길마다 이정표가 보였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길이었는데,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잘못 들어선 길엔 어긋난 만남과 사건도 있었다. 돌아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하늘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길을 떠나는 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약속을 믿고 떠나온 길이었다. 되돌아 보면 길 위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풍경은 내면과 생각을 깨웠다. 잃어버린 그 길 위에 있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한참을 달리는데, 앞선 일행은 보이지 않고 뒤를 보니 따라오는 이도 없다. 외로움은 잠시, 길 위에서 느끼는 고독이 좋았다. 함께였다가 혼자였다가, 앞서 가다 뒤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흩어지고 다시 혼자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후회 하지 않는 건 가슴의 뜨거움을 따랐기 때문이다. 마음이 깊이 말하는 곳으로 흘러왔을 때 치러야 할 대가는 있어도 후회는 없다. 오늘도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언제 돌아서고, 멈춰서야 하는지, 계속 나아가도 되는지. /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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