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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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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4-18 12:02 조회1,4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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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또 하나의 대형사고였다. 사실 나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한국은 내게 처음부터 그런 나라였으니까.

 

떠나기 전부터 다시 돌아와서까지 한국에서 대형사고는 흔했다. 1세대로부터 들었던 바로 비리와 비상식이 난무한다는 복잡한 나라, 아빠가 보는 한국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가끔 소식을 들었던, 그렇지만 몸으로 느껴본 적 없이 관념으로만 아는, 그런 한국에 살러 가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던 먼저 한국을 경험해 본 선배들이 있었다.

 

나는 언제든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이 땅을 밟았다.

 

2014년 봄이었다.

 

세월호 침몰은 마음 아픈 사고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임을 알았다.

 

골든 타임에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허술한 관행과 무책임함이 충격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참담한 사고를 막지 못한 이들이 해야 할 차선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생명보다 자신의 유익을 충족하기 위한 기득권의 선택을 보는 것은 섬뜩했다.

 

소수와 약자들을 대하는 모습으로 한국사회의 메커니즘이 벌거벗겨졌다. 관념으로만 알았던 한국의 실체가 몸으로 느껴졌던 사건이었다.

 

다시 봄이다. 이제 4월은 과거의 4월이 아니고 바다는 지난 날의 바다가 아니다. 이제서야 한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으로 어떤 의식과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 자문했다.

 

캐나다에선 외국인이란 이유로 사회나 타인의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내 수준을 되돌아보았다.

 

내 문제에 집중되어 있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그들의 아픔이 내 것이 되는 공감능력은 부족했다. 내 안에도 한국 사회와 같은 메커니즘이 꿈틀대고 있었다.

 

예부터 도성을 하루에 한 바퀴 돌면서 소원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2주년, 참회하는 마음과 진실을 향한 간절한 소망으로 서울의 내사산을 둘러싼 한양도성을 돌았다.

 

여러 시민과 세월호 사건이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길 염원했다. 두발로 걷는 일은 평범하지만 항상 정직하다. 걸음 마다 잊히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기억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빌며 10시간을 함께 걸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라는 신영복 선생의 가르침처럼 내가, 한국사회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약하고 소외된 자들과 동일한 입장으로 생각하길 기도했다.

 

누구나 언제든 약하고 소외 될 수 있는 시절 아닌가.

 

사랑 없이 살아온 내가 감히 무슨 생각을 기록 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나의 다짐일 것이다. 바뀔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경쟁사회인 한국에 사는 내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겠다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겠다고, 이기주의 논리에 물들지 않겠다는 다짐의 증거이다.

 

행정적 국적이 다시 외국인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잠시 살고 돌아갈 나라라고 무관심 할 수 없다. 이것이 모국이다.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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