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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노인 '외롭지 않고 용돈벌이' 젊은이'방값 싸고 편해'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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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7-03 18:45 조회1,3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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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손자가 만들어드린 조각상 앞에서 한 장 찍는 게 어때요?”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복녀씨(78)와 임현선씨(26). [김하온 기자]


“얘, 바지가 너무 짧지 않니?” “할머니, 저 정도면 양반이에요.”

 친손녀와 할머니의 대화 같지만 이 둘은 사실 연고가 전혀 없는 ‘남남’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20대와 70대가 한 지붕 아래서 친가족처럼 지내게 된 건 ‘홈 셰어’ 덕분이다.

 노인만 사는 집에 대학생이나 새내기 직장인이 싼값으로 방을 얻어 지내는 공존 형태가 공동 주거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어렸을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임현선(26·여)씨는 고국이 그리워 한국을 찾았고 머무는 동안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처음 1년간은 친척집에서 지냈지만 직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다. “고시원은 환경이 너무 안 좋고 원룸은 목돈(보증금)이 들어 부담스러웠다”는 임씨는 지인의 소개로 김복녀(78·여)씨를 알게 됐다. 남편과 오래전 사별하고 자식들도 분가시킨 김씨는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다 임씨의 사연을 듣고 함께 지내보기로 했다. 김씨는 “현선이 덕분에 집 분위기가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임씨도 보증금 없이 관리비 정도의 월세로 아늑한 거처를 마련했고 친할머니 같은 자상함을 덤으로 얻었다.

 

01.gif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사는 ‘홈 셰어’ 사업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세대 융합형 룸셰어링’, 일본의 ‘한 지붕 아래에서(오른쪽)’ 포스터.

 ◆젊은이-어르신 행복한 동거=낯선 사람끼리 집을 나눠 쓰는 ‘셰어 하우스’는 원래 5년 전쯤부터 젊은이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등장했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주거 형태였다. 집값·관리비를 아낄 수 있어 여전히 각광받는 ‘셰어 하우스’의 진일보한 형태가 세대 간 ‘홈 셰어’다. 불황의 시대에 집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젊은이들과 자녀를 분가시키고 텅 빈 자리가 허전해진 노인들이 서로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대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무대가 됐던 신촌하우스 같은 하숙집과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홈 셰어의 방값이 싼 만큼 식사까지 주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매 끼니 반찬을 챙겨주기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이 원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만 빌려 잠만 자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조손 같은 친밀감이 가져오는 변화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임현선씨는 “혼자 지내기 외로울까 걱정했는데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 좋다”고 했다. 김복녀씨도 “평소 혼자 있을 때는 밥을 제대로 차려 먹지 않았는데 이제는 밥을 함께 먹을 손녀딸 같은 젊은이가 생겨 요리가 하고 싶어진다”며 “요즘엔 쇼핑도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교회 지인의 소개로 서울 창천동에서 ‘홈 셰어’를 하고 있는 고시생 이현빈(26)씨는 “서울에 또 하나의 우리 집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년 주거, 고령화 동시 해결=청년 주거의 고민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홈 셰어’가 주목받으면서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적극 나선다. 현재 광진·노원 등 여러 구청에서 청년과 어르신을 연결해 주고 있다. 광진구의 경우 지난해 총 14가구 15명, 올해는 전반기 총 10가구 12명을 맺어줬다. 대부분 보증금 없이 임대료만 월 20만원 정도 받는다. 임대 기간은 1년으로 책정돼 있다. 올 들어 동참한 성북구에선 SH공사와 함께 노후한 주거환경 개선공사도 진행한다.

 대학가에선 ‘대물림 홈 셰어’도 생겨났다.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할머니께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시고, 편하게 해주신다” “1년째 살고 있는데 여태껏 살았던 곳 중 가장 편하고 좋다” 등 ‘홈 셰어’ 후임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월세와 주거 공간의 특성 설명과 함께 “할머니 말투가 좀 세지만 마음이 따뜻하셔서 떡이나 고구마도 자주 챙겨주신다” 는 추천사도 올렸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안암동에서 노부부와 살고 있는 김하은(23·여)씨는 “할머니·할아버지께서 가족처럼 잘해주시지만 함께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어르신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눈치는 어르신들도 본다. 서울 창천동의 ‘홈 셰어’ 집주인 홍모(58·여)씨는 “내 집이지만 거실에서 TV를 마음대로 볼 수 없고, 손님들을 초대하기 힘든 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 노원구의 경우 ‘홈 셰어’에 참여한 어르신 18명과 학생 18명 중 각각 17명 모두 ‘매우 만족’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계속 현재의 어르신과 사는 것을 희망했다.

 남이지만 가족처럼 오순도순 지내는 데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김하은씨는 “어르신들께는 인사를 꼬박꼬박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먹을 것을 챙겨주시면 당장 먹고 싶지 않더라도 감사 인사를 꼭 표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씨는 또 걱정이 많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귀가 시간 지키기’는 필수라며 “할머니께서 밤 11시쯤 주무셔서 그 시간에 맞춰 들어가려고 노력하는데 사정이 있다면 아침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다정함이 느껴지는 깜짝 선물도 좋아한다. 창천동 홍씨 부부는 “우산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니까 같이 지내는 학생이 선물이라며 우산을 조용히 사다 주더라. 전에 지나가는 말로 명화가 그려진 학생의 우산이 좋아 보인다고 했는데 그걸 기억한 거다”며 “정말 가족같이 작은 일에도 마음을 써 주는 게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하온 기자, 김지혜 인턴기자 kim.haon@joongang.co.kr

[S BOX] 프랑스 ‘두 세대 함께’ 일본 ‘한 지붕 아래’ 확산

고령화 사회에 먼저 들어간 나라들에서는 이미 세대 간 홈 셰어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프랑스에서는 ‘두 세대가 함께’라는 뜻의 ‘앙상블 2 제네라시옹(Ensemble 2 Generations)’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9년째다. 협회에선 빈 방이 필요한 청년과 방이 남는 노인의 매칭을 도와주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2400명의 학생이 노인들의 집으로 들어갔다. 일본은 한 비영리단체가 시작한 ‘한 지붕 아래에서’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스페인에서도 ‘함께 살자(Live and Live Together)’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60세 이상 독거노인의 집에 30세 미만 대학생들이 무료로 거주하도록 연계하고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와 사회복지사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더 나은 조화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 스위스와 영국·미국·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에서 세대 간 홈 셰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영국의 ‘홈 셰어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세대 간 홈 셰어의 장점은 노인은 청년들에게 살 공간을 제공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은 세대 간의 존중, 공감과 이해를 배워 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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