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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동지(冬至, winter solstice: 12월22·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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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22 09:37 조회1,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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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winter solstice: 12월22·23일)
 
 
태양이 늦게 떴다 어느덧 사라지니
낮 길이 가장 짧고 밤 길이 가장 기네
황진이 베어내려던 길고 긴 밤 왔구나
 
태양이 복원하여 새봄이 잉태되니
그 일을 기리고자 작은 설 선포했네
새봄은 저 멀리 있는데 기다리는 마음아
 
세시의 풍속 따라 악귀를 쫓아내고
이웃과 나누어서 친목을 다지려고
정성을 가득 담아서 붉은 팥죽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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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중앙 포토

 
대설 다음의 절기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의 동지다. 동지일(황경 270도)은 하지일(황경 90도)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로 지구가 공전 괘도상에서 하지일 때보다 180도를 더 돈 지점에 위치한 때이다. 동지에 이르면 이미 상당히 추워져 이 무렵에 흔히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온다. “아무래도 / 본때를 보여주어야 할까보다! // 때가 되면 올 테니 / 미리 준비해놓고 기다리라고 // 그리도 간곡히 일러줬건만 // 예정대로 찾아온 날 반겨주기는커녕 // 서둘러 왔다고 / 너무 세게 몰아 부친다고 // 움츠러든 몸으로 // 원망만 하고 있으니”[오보영, <기습한파>]. 이 추위가 닥치기 전부터 보리를 심은 경우에는 보리밟기를 해야 한다. 보리밟기는 대개 양력 1월까지 하게 되는데 너무 추워 서릿발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거나 너무 따뜻해 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북반구에서 동지일은 태양이 적도에서 남쪽으로 기울다가 다시 적도로 향하는 회귀의 지점으로 남위 23도 27분의 위선에 위치한 황도 상의 최남단인 남회귀선(南回歸線)까지 남하해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진 때로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 일 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으며 그림자가 가장 길고 태양의 복사 에너지가 가장 적은 날이다. 동지가 있는 달을 동짓달(음력 11월, 양력 12월)이라고 부르는데 황진이의 저 유명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동짓날을 정점으로 동짓달이 연중 밤이 가장 긴 때다. “당신 오지 않고 잊어야지 잊어야지 돌아눕는 그 다짐 비집고 들어오는 베갯머리 젖는 그리움 어쩌면 당신 지울 수 있을까요. 내 절망 같은 사랑, 동짓밤 참 길고도 깊은”[박남준, <동짓밤> 중에서]. 하지만 동짓날부터 하짓날까지 낮은 조금씩 길어지고 밤은 그 만큼씩 더 짧아지면서 복사 에너지도 조금씩 많아진다. 따라서 동짓날부터 새해와 새봄이 시작한다고 볼 수도 있다.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 샘물 소리 들려라 / 귀 기울여도 / 들리지 않는 샘물 소리 들려라”[김지하, <동짓날> 중에서]. 천문학적으로는 동짓날부터 춘분 전날까지가 겨울이다.

이처럼 동지는 북반구에서 볼 때 태양이 가장 멀어졌다 다시 점점 가까워지는 전환의 시기로 역법(曆法)의 기산점(起算點)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 크고, 24절기 중 가장 큰 명절로 즐겼으며, 직접적인 풍습도 가장 많은 절기다. 동짓날이 지나면서 낮 길이가 길어지는데 옛 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축하하고 그래서 옛날에는 동지를 설날 즉 새해의 첫날로 삼기도 했었으나 설날이 음력 정월 초하루로 바뀌면서 대신 “작은설”, “아치설” 또는 “까치설”, “아찬설”, “아세(亞歲)”라고 부른다. “21세기가 코앞에 온 / 한반도 서울의 한복판 / 천 원짜리 단팥죽을 / 자판기에서 뽑아 먹고 / 동짓날 퇴근길 버스에 오르면 / 유난히 한강대교는 막히고 / 내 생애의 길도 자꾸 어두워진다 / 까치설 까맣게 잊은 사람들이 / 까마귀같이 길을 가득 메운다”[오탁번, <까치설> 중에서]. 서양에서도 동지부터 태양이 북으로 올라오므로 이를 태양이 복원(復元)한다 하여 동짓날을 축일로 삼았다. 특히 태양신을 숭상하던 페르시아의 미트라교(Mithraism)에서는 태양의 복원이 확인된 12월 25일을 “태양탄생일”로 정해서 태양의 부활을 축하했다. 이 미트라교의 동지제가 고대 로마로 넘어가 크게 유행하였고, 유럽이나 중근동 지방에서는 이 동짓날이 설날이 되었다가 4세기경부터 현재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짓날에 절식으로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시원한 동치미와 동태국을 곁들이기도 한다. “동지가 낼인데 / 죽이나 쑤렴 /.../ 땅버들 냉기엔 까치가 짖는데 / 새색씨 똬리엔 어럼이 엘린다 / 벳낱가리 높구 우물 깊은 동네 / 눈 덮인 초가집 굴뚝에서는 / 동지죽 쑤는 연기가 쿠울 쿨 / 자꾸 올라간다.”[양명문, <동지(冬至)> 중에서]. 여기에는 어쩌면 따뜻한 색인 팥죽의 붉은 색으로 햇볕이 가장 약한 날에 색으로나마 따뜻함을 느껴보려는 마음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팥죽을 먹는 진짜 이유는 그 붉은색이 양(陽)의 색으로써 음귀(陰鬼)를 쫓는다는 믿음에서라고 한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 곳곳에 뿌리거나 방, 마루, 광, 헛간, 우물, 장독대 등에 한 그릇씩 떠놓고 가족과 이웃 간에 나누어 먹는 풍습은 귀신과 액운을 쫓는다는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날 떡국처럼 새알 옹심 먹는 날 /.../ 역질 사귀 물리치려 문간에 바르고 / 집안 당산나무 등에 뿌려 악귀 쫓는 / 상징 주술적 의미 깃든 우리네 풍습”[손병흥, <동지 팥죽> 중에서]. 그러나 동짓날이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라 부르는데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데 먹으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속설에 따라 동지가 음력 11월 중순에 드는 중동지(中冬至)와 하순에 드는 노동지(老冬至)에만 팥죽을 먹는다.

겨울의 제철 생선으로는 온대성 어류인 방어 그리고 한류성 회유어족인 명태와 대구를 꼽을 수 있다. 방어는 동해나 남해의 어디에나 있지만 특히 난류인 쓰시마 해류의 영향권에 있는 제주도 근해 남부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고소하여 회로 많이 먹는 고급어종으로 산란기 직전인 12월과 1월에 기름기가 많아 가장 맛이 좋다. 잡아서 바로 먹기보다는 냉장고에서 한나절에서 하루쯤 숙성시켜 먹으면 더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난다. 제주도 모슬포 항에서는 해마다 방어축제를 개최하는데 한겨울인 동지 어간에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때는 축제를 하기에는 너무 춥기에 추위가 오기 전인 입동 끝 무렵 즉 11월 중순경에 개최한다.

동해 수온의 상승으로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감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양명문, <명태> 중에서] 동지 전후 특히 동짓달 보름께에 북쪽으로부터 함경도 앞바다로 몰려드는 명태의 떼를 “동지받이”라고 불렀는데 볼이 붉고 등이 넓으며 알배기가 많았다고 한다. 명태는 가장 서민적인 생선으로, 봄철 남서해안에서 잡히는 조기에 비견되는데, 싱싱한 것으로는 생태 탕을, 얼린 것으로는 동태 탕을 끓여 먹고, 명태를 바닷바람에 바싹 말린 북어나 산정에서 겨우내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말린 황태는 술안주나 해장국으로 먹고, 내장을 제거하고 꾸들꾸들하게 반쯤만 건조시킨 코다리는 찜이나 조림으로 먹고, 명태의 알로는 명란젓을 담가 먹는다. 겨울에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나 평창군 대관령의 황태덕장에 가면 수백만 마리에서 수천만 마리에 이르는 명태들이 황태로 건조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겨울의 그리고 남해의 대표적 고급어종으로 대구가 있다. 대구는 명태와 함께 대구과에 속하기 때문에 명태와 비슷한 모양이나 훨씬 더 크고 통통하다. 대구는 동지를 전후로 알을 낳기 위해 북쪽에서 남해로 회유해 오기 때문에 이 무렵부터 거제도와 통영 앞바다에서 많이 잡힌다. 대구는 어느 한 부위도 버릴 것이 없는 알찬 생선이기도 하다. 대구는 매운탕으로 끓여먹어도 좋지만, 싱싱한 경우에는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대구와 무를 넣고 한참 끓인 후에 애호박, 미나리, 팽이버섯, 대파, 청양고추, 콩나물, 쑥갓 등을 넣고 맑은 국으로 끓여 먹으면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를 꾸들꾸들하게 말린 대구포는 고급 안주로 먹는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도 연어와 함께 대구는 비교적 많이 먹는 편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토종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의 피시가 바로 대구의 살이다.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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