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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산수화 같은 천하 절경 … ‘한 잔 술을 강 속의 달에 붓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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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15 05:06 조회1,4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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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크루즈 여행

 

‘창장(長江)은 동쪽으로 흘러가고 / 물결은 천고의 풍류 인물을 모두 씻어 버렸네 
인생은 꿈과 같은 것 / 한 잔의 술을 강 속의 달에 붓노니.’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1037~1101)가 유배 당시 창장에 배를 띄워 노닐면서 쓴 시 ‘적벽회고(赤壁懷古)’의 한 구절이다. 중국 대륙 중앙부 6300㎞를 횡단하는 창장은 양쯔강(楊子江)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국인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관광지’로 꼽히는 천하 절경이 긴 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다. 양쯔강 주변은 소설 『삼국지』의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4대 직할시 충칭(重慶)부터 양쯔강 하류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까지 약 640㎞ 구간을 크루즈를 타고 유람했다. 


잠에서 깨니 산수화가 눈앞에
 

창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곡으로 꼽히는 시링샤. 안개가 자욱하게 덮인 이곳은 기암절벽이 많아 유명하다.



크루즈에 승선하기 전 반나절 동안 충칭시를 둘러봤다. 충칭은 우리하고도 인연이 깊은 도시다.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충칭에 있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이후 45년 광복될 때까지 사용했던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95년 복원돼 공개됐다. 김구 주석실부터 외무부·문화부 등 주요 부처 사무실, 당시 사용했던 야전침대·전화기도 그대로 재현돼 있다.

밤 10시. 드디어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3박4일 크루즈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는 멋진 산수화가 펼쳐져 있었다. 크루즈는 이미 도시를 벗어나 100㎞ 이상 떨어진 펑두(豊都)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크루즈에서 내려 처음 들른 펑두귀성은 삼국시대 촉나라가 번성했던 지역이다. 유교와 도교의 문화가 모두 있는 이 지역에는 곳곳에서 죽은 영혼이 모인다고 해 중국 신곡(神曲)의 고향으로 불린다.

귀성으로 올라가는 길, 거대한 옥황상제상이 시선을 끌었다. 충칭시가 100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고 한다. 2006년 양쯔강 하류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三峽)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된 지역의 귀신석상도 옮겨왔다고 하는데, 왠지 으스스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옥에 있다는 염왕전(閻王殿)·귀문관(鬼門關)·음양계(陰陽界) 등 마치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


양쯔강의 진주 석보채
 

‘양쯔강의 진주’로 불리는 12층 목탑 석보채.

중저우(忠州)와 완저우(万州) 사이의 석보채(石寶寨)는 목탑 형식으로 이루어진 12층 건물이다. 아래 9개 층은 명나라 시절 못 하나 쓰지 않고 지었지만, 폭우가 계속되면서 이후 증축한 세 개 층은 못을 사용했다고 한다. 12층 꼭대기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설 수 있을 만큼 좁지만, 양쯔강의 빼어난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절경을 보겠다고 해마다 22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석보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흔들다리’ 현수교도 인상적이었다. 178m 상공에 떠있는 이 다리는 한 사람만 걸어도 심하게 흔들려 어지러웠다. 

『삼국지』에 나오는 백제성은 장강삼협(長江三峽) 중 한 곳인 취탕샤(瞿塘峽) 입구에 있다.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70만 대군을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갔다가 대패하고 쫓겨온 뒤 사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백·두보·육유 등 중국의 대표 시인이 이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한다. 백제성에 시성(詩城)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백제성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제갈량 동상이 서있고, 천하의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제갈량의 출사표가 비문에 새겨져 있다. 제갈량이 별을 보면서 점을 쳤다는 관성정(觀星亭), 유비가 죽기 전에 제갈량에게 아들 유선을 부탁하는 모습을 재현한 탁고당(託孤堂)도 있다.


천하 비경 협곡 싼샤
 

『삼국지』의 한 장면을 재연한 ‘백제성’의 탁고당.



중국인이 창장 물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는 곳이 싼샤(三峽)다. 192㎞에 이르는 대협곡인데 강 양쪽으로 해발 1000~1500m에 달하는 고산 절벽이 마주보고 서 있다.

싼샤는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 조조의 위나라가 쟁탈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 갑판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취탕샤. 중국의 10대 절경 중 한 곳이라더니 동양화 같은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취탕샤에서 가장 강폭이 넓은 곳이 100m 가까이됐고, 가장 좁은 곳은 수십 미터에 불과하다. 마주보고 서있는 기암절벽 사이가 가까워 웅장함이 훨씬 더했다.

해가 질 때쯤 우샤(巫峽)가 나타났다. 겹겹이 마주하고 있는 봉우리 모양이 ‘우(巫)’ 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우샤라고 불린다. 자욱한 안개가 봉우리를 덮은 풍광 앞에서 모두 숙연해졌다. 남·북쪽에 봉우리가 각각 6개 있는 무산12봉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전설의 신녀를 모시고 있다고 해서 ‘신녀봉’이라고 불린다.

크루즈 여행을 마친 뒤 중국이 만리장성 이후 최대 규모인 300억 달러, 100만 명을 투입해 건설했다는 싼샤댐을 둘러봤다. 93년부터 15년 동안 지은 대역사의 산물로 길이가 무려 2309m에 이른다. 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세계 최대 댐을 지었다는 중국인의 힘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여행정보=‘양쯔강 골드 크루즈’는 3월에서 11월까지 운행한다. 5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춘 1만7000t급 유람선에서 먹고 잔다. 객실마다 외부 전망 발코니가 있어 객실에서 편하게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중식·양식·한식을 즐길 수 있다. 선내에 극장·풀장·마사지샵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베스트레블(bestravel.co.kr)이 양쯔강 골드 크루즈와 이창 숙박을 포함한 4박5일 상품을 판매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충칭으로 날아가 크루즈 여행을 즐긴 뒤 다시 충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 1인 144만~149만원. 02-397-6162.


글·사진=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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