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넘치는 빈티지 천국, 뉴욕 브루클린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7.94°C
Temp Min: 5.69°C


LIFE

여행 | 생기 넘치는 빈티지 천국, 뉴욕 브루클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03 07:53 조회1,999회 댓글0건

본문

택시에서 내렸을 때, 이스라엘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았다. 남자들은 온통 검은 옷차림에 머리에 키파를 쓰고 있었고, 여자들은 역시 검은 옷에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히브리어로 쓰인 안내판이 있었다. 미국의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여기는 뉴욕 브루클린(Brooklyn)이다. 브루클린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지역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다. 한데 이 독특한 광경은 브루클린의 시작에 불과했다.


벼룩시장의 지존 ‘브루클린 플리’
 

기사 이미지

브루클린 플리는 없는 게 없는 빈티지 천국이다.


브루클린은 뉴욕시의 5개 자치구 중 하나다. 인구가 가장 많고, 가장 다양한 민족, 인종이 살고 있다. 관광객 대부분이 찾아가는 곳은 맨해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뉴욕이라면, 몽땅 맨해튼에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나 가장 트렌디한 뉴욕을 보고 싶다면 브루클린으로 향해야 한다. 특히 하늘을 가릴 정도로 치솟은 맨해튼의 마천루와 교통 체증 때문에 현기증을 느낀 여행자라면 더더욱 브루클린을 주목해야 한다. 다채롭고 인간적인, 그러니까 맨해튼에서 만나기 어려운 도시의 면모가 살아있다.
 

기사 이미지

중고품만 파는 게 아니다. 디자인 제품, 의류도 많이 판다.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벼룩시장이었다. 도시 여행을 할 때, 벼룩시장이나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게 일종의 취미여서다. 그리고 브루클린의 벼룩시장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니 놓칠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가 ‘뉴욕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추켜세웠고, 가이드북 타임아웃이 ‘맨해튼에서 강을 건너 브루클린으로 가야 할 이유’라고 한 게 바로 브루클린의 벼룩시장이다.
 
사실 브루클린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주말이면 번화가, 심지어 자기 집 앞에서도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낡은 옷과 수십 년 된 전자제품을 내놓고 파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하나 수많은 매체에서 손꼽는 벼룩시장은 2008년부터 시작된 브루클린 플리(Brooklyn Flea)를 말한다. 날씨가 따뜻한 4~10월에는 야외장소에서 개최하는 5개의 벼룩시장이 10월 말부터 3월까지 단 한 곳, 인더스트리 시티(Industry City)로 헤쳐모인다.
 
부둣가에 자리한 인더스트리 시티는 원래 물류회사 건물이었다. 삭막하기 짝이 없던 건물은 지금 젊은 예술가와 스타트업 회사들이 쓰고 있다.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턴’에서 IT 기업이 오래된 공장을 사무실로 쓰는 것처럼, 지금 브루클린에는 이렇게 낡은 건물을 내부만 고쳐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더스트리 시티는 다채로운 이벤트 장소로 쓰인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매주 토·일요일에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없는 게 없는 시장, 넘치는 이색 먹거리
 

기사 이미지

브루클린 플리에는 먹거리 장터도 열린다.


지난 10월17일, 전철역 ‘36번가’에서 내린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뤄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행사장 1층에는 식당,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 벼룩시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벼룩시장에는 갖가지 물건을 파는 약 100개 점포와 음식을 파는 40개 점포가 있었다. 한마디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어야 할 것도 있는 장터였다. 빈티지 가구, 의류, 생활용품부터 공짜로 줘도 갖고 싶지 않은 지저분한 인형, 작동이 되는지 의심스러운 오래된 전자제품을 팔았다.

헌 것만 파는 건 아니었다. 선물용으로 좋은 양초, 주방용품, 화장품, 액세서리, 겨울용 모자와 목도리도 있었다. 참신한 미술, 사진 작품을 파는 예술가도 있었다. 정말 없는 게 없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가격이었다. 물론 이곳도 엄연한 뉴욕이기에 하찮은 물건도 다른 나라, 다른 도시보다는 비싸다고 한다. 특히 가구가 비쌌다. 500달러를 넘는 빈티지 의자도 많았다. 그래도 뉴욕의 다른 선물가게나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보다는 퍽 저렴했다. 선물용 양초와 사진, 70년대에 만든 물컵, 기념품, 간단한 먹을거리를 잔뜩 샀다. 50달러(약 6만원)도 쓰지 않았다.
 

기사 이미지

쇼핑을 하다가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벼룩시장 안에서 파는 음식도 매력적이었다. 4~10월에 스모거스버그(Smorgasburg) 지역, 야외에서 열리는 푸드 마켓이 규모를 줄여 이곳 인더스트리 시티에 합류했다. 푸드 마켓에서 가장 유명한 라면버거, 랍스터 샌드위치 등은 일찌감치 동났고, 바비큐 요리와 송로버섯 오일에 볶은 파스타, 파이를 사먹었다. 굳이 1층에서 요기를 하고 온 걸 후회했다. 과연 뉴욕타임스가 스모거스버그를 일컬어 ‘먹거리의 우드스톡(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이라 비유한 이유를 알 만했다.
 

기사 이미지

겨울에 브루클린 플리가 열리는 인더스트리 시티에는 예술가의 작업실도 있다.


벼룩시장이 전부가 아니었다. 주말에는 인더스트리 시티 건물에 있는 예술가 작업실을 공개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건물 3~5층을 돌아다니며 작업실을 개방한 예술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살 수 있었다.
 

예술·미식 명소 ‘윌리엄스버그’
 

기사 이미지

브루클린에서도 세련된 식당과 바, 갤러리가 많은 윌리엄스버그.


‘브루클린 플리’ 말고도 브루클린에는 가볼 만한 벼룩시장, 빈티지숍이 수두룩하다. 유명 맛집과 갤러리 등이 몰려 있는 윌리엄스버그 브릿지 동쪽 지역에 벼룩시장, 빈티지숍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윌리엄스버그 브릿지가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골목에는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고, 허름한 베이글 카페에 앉아 아침을 먹는 사람들만 간간이 보였다. 브루클린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의 빌딩이 유난히 많았고, 거리에는 기괴한 모양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기사 이미지

아티스트 & 플리에서 디제이가 음악을 틀고 있다.


카페를 찾았다. 윌리엄스버그에서는 스타벅스를 찾아서는 안 될 일이다. 뉴욕의 다른 지역보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이 많지도 않거니와 윌리엄스버그에서는, 아니 브루클린에서는 개성 있는 독립 카페를 찾아가야 한다. ‘블루 보틀 커피’에서 향긋한 드립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아티스트 & 플리(Artists & Fleas)를 찾아갔다. 벼룩시장이라고 하지만 먼지 풀풀 쌓인 중고품보다는 주로 디자인 제품을 많이 팔았다. 그림, 사진 등 예술품과 수공예품,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주로 팔았다.
 

기사 이미지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는 유대인 밀집지구가 있다.


브루클린의 수많은 벼룩시장은 저마다 개성을 자랑한다. 가구, 여성 혹은 남성 옷만 파는 벼룩시장도 있다. 한국에서 카페나 식당을 하는 사람도 이곳 벼룩시장을 찾아와 오래됐지만 빈티지 가구와 그릇, 컵 등을 왕창 사간다고 한다.

윌리엄스버그에서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기회를 놓치면 안되지만 브런치도 꼭 먹어봐야 한다. 벼룩시장과 소규모 갤러리 몇 곳을 둘러보니 정오가 가까웠다. 이미 인기 식당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투 도어 태번(Two Door Tavern)이라는 바에 들어갔다. 술집인데도 브런치 메뉴는 수십 가지에 달했다. 바텐더가 추천하는 에그 베네딕트를 먹었다. 칼을 들었다. 수란을 터뜨린 뒤, 노른자 범벅이 된 빵을 베어 물었다. 눈을 슬며시 감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한참 음미했다.
 

기사 이미지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콘돌호텔

 

◇ 여행정보= 브루클린에 대한 자세한 여행 정보는 뉴욕관광청 웹사이트(nycgo.com)에 있다. 브루클린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 추천 식당과 갤러리, 클럽 등 구체적인 정보가 있다. 뉴욕관광청이 이번 겨울부터 언락 뉴욕(Unlock NYC) 캠페인도 주목해보자. 5가지 주제(숨은 명소, 먹거리, 상점, 브로드웨이)로 진짜 뉴요커처럼 뉴욕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윌리엄스버그 숙소는 콘돌 호텔(condorny.com)을 추천한다. 객실 35개의 아늑한 부티크 호텔이다. 모든 객실에 간이 주방을 갖추고 있어 편하고, 콘티넨탈 조식을 모든 투숙객에게 제공한다.



글·사진=최승표 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767건 4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