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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이야기가 있는 음식] 영화 ‘헬로우 고스트’와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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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ha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29 07:54 조회3,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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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상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조리장이 영화 속 미나리 김밥을 재연했다. 천 조리장은 “미나리는 20~30초 정도만 살짝 데친 후 바로 얼음물에 담가야 아삭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록 기자]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김밥입니다.

‘매일 이렇게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행복을 타고나야 하는 걸까.’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주인공 상만이 연수와 자신 곁을 떠도는 귀신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한 생각입니다. 요즘 신문과 TV에서 ‘집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야근에, 학업에 바쁜 가족들이 마주앉아 밥 한 끼 먹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일까요. 어릴 적 소풍날이면 김밥 싸는 엄마 옆에서 집어 먹던 김밥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이번 주말엔 가족이 좋아하는 재료 하나씩 넣어 우리 가족만의 김밥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소풍날 엄마 옆에서 집어먹던 게 젤 맛있었는데
 

영화 속 귀신들은 상만에게 소원을 들어줘야 떠나겠다고 한다. 울보귀신의 소원은 ‘상만과 같이 장을 봐 상을 차리고 싶다’는 것이다. 소원대로 상을 차린 울보귀신. 상만과 함께 둘러 앉아 밥을 먹던 울보귀신(오른쪽)이 연수에게 미나리 김밥을 권하는 장면이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상만(차태현)과 연수(강예원). 전날 연수는 상만이 귀신을 본다는 걸 알고 놀라 가버렸다. 다음 날 다시 만난 둘 사이는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상만이 싸온 김밥을 나눠 먹으며 어색함이 조금씩 풀린다.
 

연수: 어젠 미안했어요. 저한테 익숙지 않은 일이라.
상만: 아뇨. 그 사람들, 아니 그 귀신들. 이제 갔어요. 저도 걔들 딱 싫거든요. 담배에 술에 눈물에, 생각만 해도 싫어요. 이제 걔들 떠났어요. 저 이제 그런 사람 아니에요.
연수: 그런 게 가능해요?
상만: 네. 이상하게 죽었다 싶으면 누가 깨워요. 깨고 나면 못 죽은 것 때문에 화나고 그랬어요. 차 안에 연기는 차기 시작하는데, 뽀얀 연기 속에서 자꾸 보이더라고요. 연수씨 얼굴…. 보였어요. 이번엔 내가 깼어요. 한번 살아보려고요. 연수씨랑.
연수: (미소 짓는다)
상만: 구두 예쁘네요.
(둘 사이에 놓인 찬합의 김밥을 먹는다.)
연수: 어제부터 신기했는데 보통 김밥에 시금치를 넣잖아요. 그런데 상만씨는 미나리를 넣네요.
상만: 아, 그거요? 그거 우리 엄마가 미나리가 피에 좋다고 늘 시금치 대신 미나리를 넣었거든요. (그 순간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상만의 기억 속 엄마: (김밥을 싸며) 미나리가 피를 맑게 해줘서 좋아. (김밥을 상만의 입에 넣어주는 엄마 얼굴이 보인다. 울보귀신의 얼굴이다.) 


1000원 김밥 이전에 엄마표 사랑의 음식
현미밥·크림치즈 등 고급화로 ‘제2 전성기’
5대 영양소 고루 갖춰 외국선 건강식으로


 

영화 ‘헬로우 고스트’ 중에서 엄마가 어린 상만의 입에 김밥을 넣어주는 장면.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년)는 외로움에 지쳐서 죽는 게 소원인 남자 상만의 얘기다. 어느 날, 자살을 시도한 상만에게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은 변태귀신, 꼴초귀신, 울보귀신, 초딩귀신까지 무려 네 명이다. 이들은 상만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조른다. 점쟁이도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줘야 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상만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귀신들은 각자 소원을 말하는데 늘 울기만 해 울보귀신이라 부르는 여자는 “밥상을 차리고 싶다”고 한다. 소원대로 상만과 함께 시장에 간 울보귀신은 싱싱한 미나리를 사와 미나리 김밥을 싸고 불고기·찌개를 만들어 상을 차려내고, 상만은 귀신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맛있게 밥을 먹던 울보귀신은 상만에게 “마음 같아선 매일이라도 차려주고 싶은데 못 차려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또 운다. 다음 날 연수와 함께 미나리 김밥을 먹던 상만은 어린 시절 미나리 김밥을 싸주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며 울보귀신이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또 다른 귀신들도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울보귀신은 상만이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였다. 상만을 돌봐주지 못한 게 안타까워 상만을 보면 늘 울었던 거다.

 한국 사람들에게 김밥은 영화 속 상만처럼 추억의 음식이다. 어린 시절 소풍 날이면 김밥을 싸주던 엄마의 모습은 동화책의 한 장면처럼 가슴에 남아있다. 엄마가 싸준 김밥을 친구들과 나눠 먹는 재미는 소풍을 더욱 즐겁게 했다. 김밥에는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담겨 있다. 같은 김밥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넣는 재료나 재료를 요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우엉조림·단무지·고기·시금치처럼 공통으로 들어가는 재료도 있다. 김밥을 잘랐을 때 단면에 보이는 붉은·노란·초록색 등의 색이 나와 보기 좋고 각 재료의 식감을 골고루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단백질·무기질·지방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 요즘엔 멸치볶음을 다져 함께 넣기도 한다. 실제 압구정 ‘리김밥’의 대표 메뉴인 매콤견과류김밥은 멸치볶음과 견과류를 넣어 멸치와 견과류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 있어 인기다. 김 가루를 넣을 수도 있다. 천덕상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조리장은 “김밥에 김 가루를 넣는 게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마른 김 가루를 잘게 부순 뒤 참기를 더해 무친 후 함께 넣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밥이다. 천 조리장은 “평소보다 약간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으므로 고두밥으로 조리해야 한다. 밥의 양을 10으로 했을 때 소금·참기름·참깨 비율을 1.5:1:1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밥은 한국의 먹거리가 낯선 외국인에게도 인기다. 지난달 유튜브에는 김밥을 처음 맛본 영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영상 속 영국인들은 김밥을 일본의 스시라고 착각했다. 회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김밥이라는 이름을 알려줘도 여전히 먹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맛을 본 후에는 “진짜 맛있다” "식사를 한입에 다 먹는 것 같다” "하나 더 먹어도 되냐”며 감탄했다. 리김밥의 이은림 대표는 “영국에서 거주할 당시 외국인들이 건강식이라며 김밥을 좋아하는 걸 종종 봤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김밥이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유래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남아있지 않다. 여러 가지를 넣어 함께 먹는 한국의 보쌈문화에서 발전했다는 주장과 일본의 후토마키(속 재료를 밥 안에 넣고 김으로 싸는 요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다만 후토마키에는 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김밥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동국여지승람 등에 조선시대 전라남도 광양군의 토산품으로 김이 나오는 것을 보아 조선시대부터 김 양식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엄마표’ 음식이던 김밥은 1990년대 이후 그 위상이 조금 달라졌다. 1000원짜리 김밥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김밥전문점들의 등장 때문이다. 외환위기(IMF)를 겪으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데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1000원짜리 김밥은 간편하고 가격까지 저렴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웰빙을 내세운 김밥집들이 하나둘 문을 열며 김밥도 요리로 진화하고 있다. 죠스떡볶이를 운영하는 죠스푸드는 2013년 ‘바르다 김선생’을 오픈했다. 이 외에도 ‘고봉민김밥인’ ‘찰스숯불구이’ ‘로봇김밥’ 등 단순한 분식 이상의 김밥 메뉴를 선보이는 프랜차이즈 김밥집이 늘며 김밥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김밥 속이 꽤 달라졌다. 불고기·제육볶음 같은 요리를 넣거나 체다치즈 대신 크림치즈를 넣는 등 재료의 질을 높였다. 로봇김밥은 흰 쌀밥 대신 노란 현미밥으로 김밥을 만든다. 재료가 달라진 만큼 가격도 4000~5000원대로 껑충 뛰었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질 때는 김밥이 상하기 쉽다. 실제 김밥은 만든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김밥 안의 대장균이 급속도로 증가한다. 천 조리장은 “여름철에는 시금치 나물처럼 무치는 재료보다 완전히 익히고 볶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소금의 양을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김밥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먹고 남은 김밥이 처치 곤란이라면 튀김 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면 된다. 이렇게 만든 김밥튀김은 떡볶이나 라면과 함께 먹으면 김밥과는 다른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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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이야기

어쩜 이리 같을까, 엄마와 나의 김밥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음식을 정말 잘하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 음식점을 하셨는데 그때 엄마가 하신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두고두고 얘기하며 잊지 못할 정도였죠. 그런 엄마에게도 아쉬운 요리가 김밥이었습니다. 맛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맛있었어요. 그런데 모양이 제 마음에 안 들었어요. 흔한 소시지도 들어있지 않고 채소는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거든요. 묵은 김장김치가 질리는 2월이면 그걸로 김밥을 만들어 주셨어요. 김치를 물에 살짝 씻은 뒤 프라이팬에 살살 볶고 달걀부침을 넣어 김밥을 말아주셨습니다. 전 모양 없는 엄마표 김밥을 친구들 앞에 내놓기 싫었어요. 고등학생 소풍 날도 제 김밥은 여전히 볼품이 없었죠. 그때 친구의 누드 김밥이 보기 좋아 보여서 바꿔 먹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새 30년 차 주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하던 대로 김에 묵은김치 넣고 김밥을 말아서 아침 밥상을 차려내고 있습니다. 정영선(53·고양시 탄현동)



▶서울의 김밥 맛집 

서울에서 유명한 김밥 맛집 3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천덕상 조리장,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석정호 PD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리김밥]

“재료 각각의 맛이 느껴지고
이들의 조합 역시 뛰어나다”

 

○ 특징: ‘좋은 식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겠다’며 5년 전 문을 연 압구정 대표 맛집이다. 최상급 버섯·파프리카만 사용하고 네덜란드에서 직수입한 에담치즈 등 고급 식재료만 고집한다. 만들어진 김밥을 넣어놓는 쇼케이스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인데 만든 후 2시간 이내에 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김밥을 구매할 수도 있다. 20~30대 여성에겐 채소가 많이 들어있는 수퍼야채·버섯파프리카가, 남성에겐 고기가 풍성하게 들어있는 불고기치즈·불고기김치가 인기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메뉴는 견과류가 가득 들어있는 매콤견과류다. 지난해 6월부터 2층까지 확장해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이 있다.
○ 가격: 매콤견과류 4000원, 매콤견과류더블치즈 5000원, 버섯파프리카에담치즈 5500원, 김치더블치즈 4800원
○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548-5552
○ 주소: 강남구 압구정로 30길 12(신사동 610) 1층
○ 주차: 불가


[로봇김밥]

“가게 이름과 김밥 이름 모두 재미있다
이름처럼 먹고 나면 정말 기운이 난다”

 

○ 특징: ‘한 줄만 먹어도 로봇처럼 기운이 나는 김밥’이라는 뜻으로 ‘로봇김밥’이라 이름 지은 곳이다. 백미 대신 식이섬유·리놀레산이 풍부한 현미로 지은 밥을 넣어 만다. 김밥을 마는데 찰기가 없는 현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찹쌀현미를 혼합해 사용한다. 생와사비참치마요김밥, 알래스카크림치즈김밥, 갈비김밥처럼 새로운 메뉴의 김밥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문 즉시 김밥을 말기 때문에 여유 있게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목동을 시작으로 이태원·압구정·건대·강남고속터미널·분당수내점 등 매장이 늘고 있다.
○ 가격: 생와사비참치마요김밥 4300원, 알래스카크림치즈김밥 4300원, 로봇갈비김밥 48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 전화번호: 02-794-9595
○ 주소: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3(이태원동 563)
○ 주차: 불가


[연희김밥]
 
“들어서면 산처럼 쌓여 있는 김밥에 놀란다
먹고 나선 맛에 더 놀란다. 가격도 저렴하다”

 

○ 특징: 연희동의 터줏대감이다. 더덕 향이 물씬 풍기는 산더덕김밥, 매콤한 맛 때문에 자꾸 손이 가는 오징어김밥 등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김밥을 먹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단무지·당근·어묵·우엉·오이·계란지단 등 기본 재료도 푸짐하게 들어있는 데다 요즘 유행하는 다른 김밥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아줌마들이 쉴새 없이 김밥을 말지만 줄 서 먹어야 할 정도로 늘 사람들로 붐빈다.
○ 가격: 오징어김밥·산더덕김밥·장조림김밥 3000원씩, 꼬마김밥 2000원
○ 영업시간: 오전 5시~오후 8시(매주 수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23-8090
○ 주소: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2(연희동 129-3)
○ 주차: 불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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