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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맛 살리고 멋도 내고 신통방통한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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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4-28 07:32 조회1,5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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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채널을 어디로 돌려봐도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다. 요리사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연예인을 앞세워 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게 하거나 ‘먹방(먹는 방송)’을 보여주는 방송이 인기다. 여기에 집밥이나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도 한 번 집에서 해먹어 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럴 때 초보의 요리 솜씨를 보충해 주는 훌륭한 조력자가 있으니 ‘마법의 소스’로까지 불리는 액상 조미료다. 초보자도 한 방울만 있으면 요리 고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신통방통한 소스의 세계를 알아봤다. 


‘차줌마’의 비밀 병기, 참치액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에서 의외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차줌마’란 별칭을 얻은 차승원씨가 비밀 병기로 사용하는 제품이 바로 참치액이다. 그가 만든 콩나물국이나 홍합 짬뽕 등에 참치액이란 액상 조미료가 사용됐다. 참치액은 훈연한 참치(가쓰오부시)와 다시마·무·감초 등의 재료를 각각 추출기에 넣어 액상으로 뽑은 뒤 이를 배합해서 만든 것이다. 여기에 식염수만 더했을 뿐 화학 조미료는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 당시 자막에는 ‘듣도 보도 못한 참치액’으로 표기가 됐지만, 사실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많이 난 제품이다. 한라식품이라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3종의 참치액만으로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정에서 국이나 나물을 무칠 때 감칠맛을 내는데 주로 쓰이는 가정용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명 맛집에서도 쉬쉬 하며 사용하고 있다. 평양냉면과 불고기로 유명한 한 냉면집에선 이 제품을 쓰는 것을 비밀로 하기 위해 가정 주택으로 참치액을 받은 뒤 이를 가공해 가게 주방으로 가져다 썼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날 냉면집 사장이 주문하는 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참치액을 받지 못했고, 다급해진 냉면집 사장이 식품회사에 직접 전화해 주문을 하면서 해당 냉면집이 참치액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참치액은 ‘양념 공식’을 활용하면 국물 요리나 조림, 볶음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찌개엔 참치액 1큰술에 다시마물 3컵·멸치국물 3컵·고추장 1큰술을, 볶음용 양념엔 참치액 1큰술에 맛술 1큰술·참기름 1작은술을, 조림용 양념엔 참치액 1큰술에 청주와 설탕을 각 1큰술씩 넣으면 보다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닭표 소스’ 스리라차 

투명한 플라스틱 병과 초록색 뚜껑, 수탉 로고가 새겨져 있어 일명 ‘닭표 소스’로 불리는 미국산 핫소스다.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소스와 같은 종류인데, ‘스리라차’라는 브랜드가 워낙 유명해서 대부분의 베트남식 핫소스가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소스를 개발한 데이비드 트란(70)은 베트남 출신으로 1970년대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망명한 ‘보트 피플’이다. 

베트남에서 고추를 재배해서 팔던 그는 미국 망명 이후 고추로 소스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 소스가 인기를 끌자 그는 가족이 모아둔 5만 달러를 종잣돈으로 삼아 1980년 자신이 타고 온 배의 이름을 딴 ‘후이 퐁 푸드’라는 식품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로고에 수탉 모양이 들어간 건 그가 닭띠여서다. 후이 퐁 푸드는 대표 제품인 스리라차 소스로 승승장구하면서 86년에 캘리포니아 로즈미드로 확장 이전을 하게 된다. 2013년 기준 이 회사의 매출액은 8000만 달러(88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붉은색의 미국산 생 할라피뇨로 만든 스리라차 소스는 인공 색소나 물을 첨가하지 않아 풍부한 향과 톡 쏘는 매콤한 맛으로 매니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이 퐁 푸드와는 관련없는 회사에서 스리라차의 수탉 로고를 이용해 티셔츠나 앞치마, 과자, 방향제,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스리라차 쿡 북’이라는 스리라차를 활용한 요리책 역시 후이 퐁 푸드와 상관없는 회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스리라차는 원래 베트남 음식에 사용되는 소스였지만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스시나 롤 등 일식에 뿌려 먹어도 맛있고, 피자나 파스타, 리조또 등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 때도 쉽게 맛을 낼 수 있다. 햄버거나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 먹기도 한다. 제육 볶음이나 부대찌개 등 매콤한 맛을 내는 한국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스페인 요리사도 즐겨 쓰는 연두 

샘표의 야심작 연두는 이젠 대중적인 소스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에는 시장에서 찬밥 대접을 받았던 제품이었다. 2010년 5월 첫 출시 당시 ‘4세대 조미료’를 내걸었다. 1세대 미원, 2세대 다시다, 3세대인 산들애·원물 등을 뛰어넘겠다는 야심 찬 출발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존 조미료와의 차이를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고 조미료의 한 종류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이에 샘표는 만 2년 만에 ‘요리 에센스’라는 타이틀을 붙여 재도전에 나섰다.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연두는 재출시된 지 3년 만에 800만 병이 팔렸다.

연두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이다. 샘표의 마케팅팀 서동순 이사는 “보통 조미료의 주원료로 쓰이는 멸치나 쇠고기 등은 고유의 맛이 있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맛이 섞일 수 있다”며 “하지만 콩은 고유의 맛과 냄새가 없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탕·찌개·무침·조림·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스페인의 엘불리 출신 페란 아드리아가 소장을 맡고 있는 알리시아 연구소와 공동 테스트를 통해 장 지도를 만들었다. 맛의 성격이나 강도별로 장을 분류한 지도와 이를 활용한 150가지 레시피를 개발했다. 알리시아 연구소의 자우마 비아르네즈 수석 셰프는 “연두를 넣으면 연두의 맛이 나지 않으면서도 요리가 맛있어진다”며 “식물성 재료라 육류 섭취가 많은 현대인의 식습관을 바로잡기에도 좋은 재료”라고 평가했다.


중식도 어렵지 않은 이금기 소스 

굴소스로 유명한 이금기 소스는 실수로 탄생한 소스다. 1880년대 중국 광둥성의 어촌 마을에 있는 허름한 식당 주인이었던 이금상(李錦裳)은 다른 일을 하느라 굴을 센 불 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굴즙이 졸아들어 걸쭉한 갈색 액체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 망친 굴 요리에서 기막힌 향기를 맡은 그는 굴 소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굴소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그는 이 소스에 자신의 이름에다 가게를 뜻하는 ‘기(記)’를 붙여 ‘이금기 굴소스’라 이름을 붙인 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공장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1902년 굴소스 공장이 화재로 모두 소실되면서 이금상은 사업기반을 마카오로 이전한다. 이어 1903년 해외 화교 시장 개척을 위해 홍콩으로 본사를 다시 한 번 이전하게 된다. 굴소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건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72년을 기념해 판다 로고를 사용한 굴소스를 론칭하면서다.

어촌 마을의 가족경영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6000명의 직원을 가진 식품 회사로 성장했다. 굴을 졸여 소스로 만드는 만큼 맛의 비결은 굴의 품질에 있다. 청정해수에서 2~3년 동안 자란 굴을 엄선해 수확 즉시 농축 공장으로 보낸다. 깨끗이 세척한 굴을 고농축 추출물이 생길 때까지 10시간 이상 끓여낸다. 중화 요리뿐 아니라 볶음 요리, 국물 요리, 찜요리, 조림 등 다양한 한국 요리에도 어울린다. 이 회사에서 만든 XO소스 역시 말린 가리비·건새우·고추·고추기름 등을 주재료로 매콤한 맛을 내, 면이나 밥 등 볶음 요리에 유용하게 쓰인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 소스들.
1위 하이몬 피넛 월남쌈 소스
2위타바스코 소스
3위 A1 스테이크 소스



대형 유통 업체도 소스 전쟁 

백화점·할인마트에서도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지난해 소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소스 종류는 35% 증가했다. 특히 좋은 원료와 건강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급 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소스 매출의 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소스는 20%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홈플러스는 올 초 로스트 갈릭 홀그레인 머스타드, 스위트 허니 칠리 소스 등 9종의 PB(독자개발 브랜드 상품) 소스를 출시했다.

이마트 역시 전통 한식 된장 양념인 ‘된장 비빔장’과 양파·마늘·무·생강·대파·배를 농축해 만든 ‘향미즙’을 선보였다. 된장 비빔장은 어육장 명인인 권기옥 명인이 국산 대두와 천일염을 이용해 1년간 발효시켜 만든 된장을 이용한 것으로 국수나 샐러드 위에 바로 뿌려 먹을 수 있다. 향미즙은 고기 누린내나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세계백화점도 기순도 명인이 직접 만든 식혜로 만든 조청에 야채·배를 갈아 넣은 ‘조청 맛장’을 개발했다. 야채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사용해도 되고 떡갈비·갈비찜·불고기 등 육류의 양념 소스로 사용하면 단 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신세계 백화점 우동숙 과장은 “최근 식재료의 가격이 비싸지면서 이를 가공하거나 조리한 식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신선한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문화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정에서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도 요리의 멋도 낼 수 있는 소스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을 개발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글=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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