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파릇파릇, 도다리 쫄깃쫄깃 눈도 입도 즐겁네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11.33°C
Temp Min: 9.01°C


LIFE

맛집 | 봄나물 파릇파릇, 도다리 쫄깃쫄깃 눈도 입도 즐겁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3-11 08:45 조회2,332회 댓글0건

본문

경남 남해의 봄 풍경
 

기사 이미지

유채가 가득한 다랑논이 겹겹이 경사를 이룬 두모마을의 유채단지. 노란 꽃을 피우는 4월 전까지 연초록빛 유채를 볼 수 있다.


경남 남해는 어느새 봄이었다. 봄바람 맞으며, 헐거워진 흙길 밟아가며 섬 곳곳을 누볐다.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두모마을 유채 단지를 지나 단항 포구까지 봄을 찾아다녔다. 길섶에도, 다랑논에도, 갯가에도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봄바람 일렁이며

 

남면해안도로 곳곳에 매화가 피었다.


남해는 섬이다. 바다가 육지를 온전히 품고 있다. 남해의 논과 밭은 해안을 따라 바투 붙어있다.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이 대부분이다. 하여 남해의 길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나 있다. 남해에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가 많은 까닭이다. 해안을 따라 ‘8’자 모양의 도로가 섬을 빙 두른다. 봄날 남해의 길 위에 서면 짙푸른 바다와 연둣빛 들녘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야에 들어온다.

운전을 해서 해안도로를 달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봄에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법이 더 어울린다. 성가시고 느리지만, 그래야 자잘한 야생화도 들여다볼 수 있고, 봄이 내뱉는 내음도 들이마실 수 있다.

남해에는 ‘남해바래길’이란 이름의 명품 트레일이 있다. 해안길을 따라 남해를 누리는 도보여행 코스다. 모두 10개 코스로 다 걸으면 약 140㎞에 달한다. 남해바래길 문찬일(58) 운영위원에게 봄 추천 코스를 부탁하자 1코스와 3코스를 꼽았다.

1코스 다랭이지갯길(남면 평산항∼가천 다랭이마을)과 3코스 구운몽길(상주면 벽련마을∼천하몽돌 해수욕장)은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이다. 다랭이지겟길에서는 명성 자자한 가천 다랭이마을을 걷고, 구운몽길에서는 두모마을 유채단지와 상주은모래비치 등을 지난다. 문씨의 추천사가 그럴 듯했다.

“다랭이지겟길하고 구운몽길은 남해 맨 남쪽, 그러니까 태평양과 맞닿은 해안선 길이재. 가장 먼저 봄이 당도해요. 나물도 꽃도 거기가 1등으로 여물거든. 봄을 안고 걸어가는 길이라고, 여기가.”

남해의 길은 도처가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들녘마다 시금치·마늘·유채·보리가 언 땅을 비집고 얼굴을 내밀었다. 시금치를 제외하면 아직 대부분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싱그러운 연둣빛만은 선명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막 돋아난 봄나물과 갓 피어난 야생화를 만났다. 다랑논 사이 논두렁을 걸을 때는 자꾸 고개가 숙여졌다. 봄까치꽃(큰개불알풀)·현호색·광대풀 등 봄 야생화가 흔했다. 냉이와 쑥도 지천이었다. 겨우내 단단히 얼어붙었던 땅은 진즉 헐거워진 상태였다. 꽃과 나물 구경을 하고 나니 신발과 바지 밑단이 온통 흙투성이였다.

상주은모래비치에 들어섰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봄이 실려 있었다. 빽빽한 솔숲이 방풍림 노릇을 했다. 솔숲에서는 바람이 연했다. 모래밭 해송이 거센 바닷바람을 걸러내 싱그런 봄바람만 전해져 왔다. 봄빛과 봄바람이 바다를 하염없이 은빛으로 튕겨냈다. 봄의 바다는 은색이었다.
 

다랑논의 초록 물결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남해에서도 남쪽, 상주면 두모마을에 들었다. 두모마을은 산비탈 아래 들어앉은 조용한 섬 마을이다. 남해에서는 ‘드므개마을’로 통한다. 마을 안쪽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양이 큰 항아리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드므’는 옛날 처마 밑에 두던 넓적한 독, ‘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가리킨다. 이 거대한 항아리에 유채가, 아니 봄이 가득 담겨 있었다.

두모마을에는 약 6만㎡(1만8000평) 면적의 유채 단지가 있다. 마을 위 도로에서 내려다보니 마을이 온통 연초록빛이었다. 유채는 겨우내 땅에 바짝 엎드려 있다가 날이 풀리면 새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이 상태로 3월을 보내고 3월 말께 노란 꽃을 피운다. 두모마을이 유채마을로 유명해진 건 최근 일이다. 손대한(46) 이장의 설명이다.

“2005년 어촌 체험마을을 시작하려다 보니 산비탈 휴경지가 문제였어요. 잡목이 마을을 다 가리고 있어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겠더라고요. 나무를 다 쳐냈고, 그냥 두기가 뭐해 유채를 심었죠. 그런데 유채가 대박이 났어요.”

두모마을의 유채밭 풍경은 남달랐다. 유채밭은 대개 너른 들판과 천변을 따라 조성하는데, 두모마을의 유채는 다랑논을 따라 피어 있었다. 유채가 가득한 다랑논이 겹겹이 거대한 경사를 이뤘다. 네모 반듯한 게 아니라 곡선이 살아있는 논이어서 흡사 연둣빛 파도가 치는 풍경이 연출됐다.

남해 남서쪽의 남면 유구마을에 들자 밭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시금치 캐는 할머니들이었다. 노지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남해 시금치는 진한 향과 입맛을 당기는 단맛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사진 찍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들이 앞다퉈 시금치 자랑을 늘어놨다.

“해풍 맞으면서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해서 간이 잘 맞재.” “하모하모 엄청 달다고.”

가천마을은 봄기운이 더 만연했다. 앵강만을 사이로 두모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가천마을은 비탈을 깎아 들인 계단식 논이 유명하다. ‘다랭이마을’이라고 따로 불릴 정도다. 가천마을은 유채·마늘·파·시금치가 뒤섞여 있어 분위기가 또 달랐다. 가천마을의 다랑논은 100여 개 층, 600여 개 논이 설흘산(487m)과 응봉산(472m) 기슭부터 남해 바다 절벽 앞까지 층층이 이어졌다. 푸른 들판 뒤로 바다가 겹쳐지는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서 동네 할머니가 좌판을 깔고 갓 뜯은 시금치·냉이·달래·쪽파 등을 팔았다. 한 봉지 2000~5000원. 봉지 위로 삐져나오도록 봄 채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바다에서 길어올린 봄

 

도다리쑥국. 도다리와 갓 뜯은 쑥으로 맛을 낸다.


이른 아침 창선면 단항 위판장을 찾았다. 남해 포구의 초봄 풍경은 분주했다. 고깃배가 생선을 부려놓기 무섭게 경매인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남해 어항의 주인공은 도다리와 털게였다. 둘은 모두 이른 봄 한시적으로 제철을 맞는 귀한 몸이다.

도다리에는 ‘봄 도다리’라는 말이 공식처럼 따라다닌다.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봄날 남해를 대표하는 별미다. 그러나 도다리의 제철을 두고는 말이 많다. 생선은 보통 산란기를 앞두고 살을 찌웠을 때 ‘제철’이라는 표현을 쓴다. 알을 낳고 나면 살이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 도다리 산란기는 겨울이다. 3월 도다리는 아직 몸을 키우지 못했을 때다. 그러나 남해에서는 예부터 ‘봄 도다리’를 으뜸으로 쳤다. 미조항 위판장 경매사 겸 횟집주인 박대엽(62)씨의 주장이다.

“3월 중·하순부터 4월까지 가까운 남해 바다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진짜예요. 부지런히 먹이 활동하며 충실히 살을 찌운 놈들이라 맛이 여간 아니에요.”

맛보지 않고서는 답이 없었다. 식당으로 달려가 “도다리”를 외쳤다. 자연산 도다리 회에 소주를 곁들였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입에 착착 감겼다. 회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 도다리쑥국이 올라왔다. 조리법은 단순했다. 회를 치고 남은 뼈에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이다, 막 들녘에서 뜯어온 어린 쑥을 크게 한 움큼 넣었다. 소금 말고는 별다른 간도 하지 않았다. 박씨가 “도다리와 쑥 이외의 재료를 최소화하는 게 맛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국물도 뜨기 전에 향긋한 쑥 냄새가 코를 채웠다. 개운한 국물 맛이 계속 입맛을 당겼다. 정신이 맑아졌다.

남해 털게도 도다리 못지않은 봄의 진객이다. 1∼4월 두루 잡히지만 3월 중·하순부터 4월 중·하순까지 잡은 것이 특급 대우를 받는다. 털게는 12월부터 탈피를 하는데 3월 이전에 잡은 것은 아직 크기가 작고 살이 물러 상품성이 떨어진다. 5월부터는 껍질이 너무 돌처럼 굳어져 먹기가 불편해진다.

살이 단단히 차오른 3월의 털게는 찜으로 먹는 게 보통이다. 털게는 겨우 어른 손바닥 크기만하지만 버릴 게 없는 놈이다. 등껍질만 떼어내고 통째로 씹어먹는다. 등껍질도 버리지 않고, 내장에 밥을 쓱쓱 비벼 먹는다. 털게 한 마리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단항 위판장 털게 경매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말을 전한다.

“서울 촌놈은 대게가 최고인 줄 알지만, 남해에서는 털게가 한 수 위야. 가시게(가위) 따위 필요 없이 싹 씹어 묵고, 밥 비비 묵어보면 알 거야. 맛이 야무져.”

 


기사 이미지

●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남해군청까지는 차로 약 4시간 30분 걸린다. 두모마을과 가천 다랭이마을은 남해읍에서 남쪽으로 1시간 가까이 더 들어가야 한다. 두모마을 유채꽃축제가 다음달 16∼17일 열린다. 남해바래길 여행은 탐방안내센터(055-863-8778)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도다리회·도다리쑥국·털게찜은 이맘때부터 4월 중·하순까지가 제철이다. 미조면 촌놈횟집(055-867-4977), 설천면 진주횟집(055-862-3535) 등이 맛집으로 통한다. 남해 읍내 남해전통시장에도 도다리와 털게를 다루는 식당이 많다. 도다리회·털게찜 각 2인 5만∼8만원. 도다리쑥국은 도다리회를 먹고 난 뒤 추가 요금(1인 2000∼3000원)을 내면 맛볼 수 있다. 개별 메뉴로는 한 그릇에 1만5000∼2만원이다. 남해 관광안내콜센터 1588-3415.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154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