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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꽃심의 전주, 세계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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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8-11 09:11 조회1,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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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한글학교 교육자 한국전통문화연수를 마치고  

해오름한국문화학교 박은숙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올 여름, 해봄재외동포교육재단을 통해 9박10일간 전주시 주최, (재)한국전통문화전당이 주관한 재외동포 교육자 한국전통문화연수에 참여했다. 이 연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내가 몸담고 있는 해오름한국문화학교 학생들과 뿌리 깊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나누고 싶은 간절한 바램에서이다. 우리 학교는 한국입양인과 그들의 양부모가 대상으로 건강한 입양가족을 위한 지지 프로그램 및 정체성 확립을 위한 모국의 언어, 생활, 정신문화교육을 겸한 학교이다. 

9박10일의 일정은 폭염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빽빽한 연수과정으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함께한 분들과 쏟아낸 땀의 열정과 끼, 격려와 배려로 차고 넘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언어문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체험을 넘어 몸으로 익히고 정신으로 옷 입은, 재외 한국학교 교육자들이 가장 갈급했던 모국에서의 연수였다. 연수회를 마련해주신 기관과 이 연수를 위해 쏟아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리며 함께 달뜬 시간을 나누려한다. 

 전주다움을 추구하는 전주, 전통문화의 원형을 지키는 전주의 꿈을 펼쳐 보인 김승수 시장님의 환영사에서 우리는 꽃심의 싹을 틔웠고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의 정신을 배우고 채워나가 차세대를 육성하고자 하는 각오도 아로 새겼다. 조현용 교수님의 한국어와 문화 시간,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씀을 통해 그 그릇에 담길 문화를 익히고 또 익히며 뜨거운 여름 낮과 밤을 달궜다. 

 독서교육과 글쓰기의 최영환교수님의 목적에 따라 보는 게 다른 교육의 본질도 새삼 깨우쳤다. 정문성교수님 말씀하셨다. 오늘 하루가 기대되는 삶이기를. 재외 동포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정점이 되고자 다짐을 얹는 기회가 되었다. 백자 달 항아리에서 이동희관장님의 전주 사랑을 엿볼 수 있었고 밟아도 죽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우리 민족의 저력을 동감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마지막 강의였던 이종미교수님의 한국의 음식 문화시간에는 동서양의 음식 문화를 통해 철학이 담긴 한국전통음식문화에 대해 더 폭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밖에 캘리그리피 한글 글자 모양으로 만든 나만의 텀블러, 한지공예로 만든 탈과 꽃등, 한지 만들기 체험, 전통 문화연수원에서 보낸 선비 체험과 장명류 만들기는 얼마나 깊은 한국의 멋과 맛과 예절, 풍류로 넘치던 지. 한복 입기를 통해 궁중여인의 의복 예절과 직접 한복을 입는 체험까지 곁들여 한껏 부푼 나비의 꿈을 꾸었다.  

 폭염 속에 한옥마을 탐방하던 날은 마당전인 심청전을 관람했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 우리는 가슴의 봇물이 터지듯 후련한 감흥과 감동으로 차올랐다. 공연 전에 마련된 마당 음식과 막걸리 한 잔의 기억에는 오전에 김매고 관람오신 어르신들의 햇빛 그을린 얼굴도 담겨있었다. 우리가 흘린 땀 한 방울보다 더 귀한 그 분들의 땀의 기록이 전주를 전주답게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곰곰 생각했다. 

 연수회 마지막 날, 실기를 담당했던 다섯 강사님의 지도로 익힌 우리의 판소리와 부채춤, 소고 춤, 탈춤, 사물놀이로 그간 땀으로 엮은 영롱한 진주를 쏟아 냈다. 마치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나온 듯, 그간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는지 가슴 뿌듯한 감동이 솟구쳤다. 여름이면 허물을 벗고 노래하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사랑가를 목청껏 불러대던, 부채 속의 꽃과 나비가 되던, 소고와 함께 태극을 돌던, 바람과 구름과 비와 천둥소리를 사물에 쏟아 붓던, 각시 탈을 쓰고 천년 탈춤으로 전주에서 보낸 열흘간의 이 시간이 떠오를 것이다.

 첫 재외한글학교 교육자 한국 전통문화 연수를 통해 우리의 역할로 우리의 전통문화가 다음 세대를 이어갈 민족적 자산과 세계 네트워크 조성에 이바지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가슴 깊이 되새겼다. 또한 이번 연수에서 나눈 정감은 한국 문화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하나로 꽃피우는 아름다운 소통의 계기였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고 확장하는 능력을 길러 전 지구, 우주를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첫 재외한글학교 교육자 한국 전통 문화 연수를 위해 애써주신 전주시청 김승수시장님 및 임직원 여러분, 열정적인 강의를 맡아주신 교수님, 그리고 해봄 대표박희양 대표님, 김태진이사님 외 관계자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세계 각국에서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후끈 달아 오른 열기로 9박10일을 어우러진 한 가지로 함께한 22개국, 34분 선생님들의 열정을 사랑한다. 열흘 동안 천 년의 꿈을 꾼 꽃심의 전주에 세계를 심고, 그 씨앗을 안고 돌아왔다. 아직도 돌담길, 달빛에 어린 배롱나무 꽃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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