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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심정석 교수의 건강 이야기] 달걀과 콜레스테롤(Egg Cholesterol Controver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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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정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06 10:05 조회1,6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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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UBC 농과대학에 부임해 채 자리도 잡기 전인 1978년 어느 날 두 젊은 손님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조부로부터 시작, 3대 째 달걀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라고 했습니다. 조부 적 시대인 1930년 대에는 캐나다의 달걀 소비량이 일인 당 연 350개였다고 했습니다. 1950년대인 아버지 시대에 와서는 220개로, 그리고 1970년 당대는 180개를 밑돈다고 하면서, 평균 일 년에 1% 씩 달걀 소비량이 줄어 드는 추세라 하면서 한숨을 쉬던 생각이 납니다.

 

이런 추세면 자기네 생업인 달걀 농사의 앞날이 몹시 걱정 돼 묘책이라도 얻을까 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분들은 저에게 자문을 구하기보다는 애원을 하고 돌아갔는데, 그 때만 해도 저는 달걀산업에 경험이 없던 터라 별 조언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이 두 젊은 농부의 방문이 훗날 제가 달걀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직접 동기가 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왜 달걀 섭취를 꺼려할까?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로부터 저의 달걀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달걀 섭취를 피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그 중 가장 빈도수가 큰 세 가지 이유를 보면, 우선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고,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으며, 자녀들의 달걀 알러지 반응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선 달걀에 콜레스테롤이 많아 꺼려하는 이른바 콜레스테롤 공포증(cholesterol phobia)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하겠습니다. 달걀은 사람에게 주어진 수많은 식품 중 아마도 가장 영양가 높은 고단백식품일 것입니다. 달걀은 인류문명과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천혜의 식품입니다. 사람이 창조되기 전 이미 닭이 있었고 생육을 위해 열심히 알을 낳았으까요(창세기 1:21). 식품의 영양가를 측정하는 생물가(Biological Value)를 잴 때 달걀 단백질을 100으로 기준 삼아 비교 평가를 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달걀의 우수성이 증명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언제부터 달걀섭취를 주저하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콜레스테롤 공포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생명을 빼앗는 병 중 으뜸인 심장병(Heart Attack)의 원인이 콜레스테롤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됩니다. 사망한 환자들의 혈관 내부를 막고 있는 덩어리(plaque)를 꺼내 분석해 보면 주로 기름 침전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이 우리 식탁에서 배척을 당해왔습니다. 달걀이 그 오명을 쓴 대표 식품입니다. 왜냐하면 달걀 노른자 속에는 180-200mg 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요? 캐나다에서 식이성 콜레스테롤 허용치를 하루 250mg 이하를 권하고 있습니다. 달걀 하나를 먹으면 하루 콜레스테롤 허용치의 80%를 섭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달걀을 먹으면 마치 콜레스테롤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일주일에 달걀을 4개 이상은 먹지 말라고 권유한다고 합니다.

 

“달걀은 콜레스테롤이다”라는 오명을 쓴 채 달걀 소비량은 급속도로 감소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콜레스테롤 공포증(cholesterol phobia)의 결과일 뿐입니다. 오히려 90년대 연구발표에 의하면 콜레스테롤은 증상(Symptom)에 불과하고 동맥 경화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판명이 났습니다. 그러나 달걀 소비자들의 이미 가지고 있는 인식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인 것이 실상입니다. 

 

콜레스테롤이 없는 달걀(Cholesterol-free eggs)을 만들 수 있을까? 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것처럼 어찌 보면 가능할 것도 같았습니다. 80년대에 필자는 여전히 젊고 남다른 용기가 있었는지 이런 엉뚱한 시도도 해 보았습니다. 보기 좋게 실패한 경험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실패는 곧 성공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암탉은 콜레스테롤을 몸이 필요한 만큼 만들어 씁니다.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얻은 탄수화물을 재료로 삼아 간에서 만들어 집니다. 그 과정 중에 HMG-CoA Reductase라는 환원 효소의 도움을 꼭 거쳐야 콜레스테롤이 만들어 집니다. 만약 이 효소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콜레스테롤은 만들어지지 못합니다. 독자님들 중 혹시 콜레스테롤 약을 드시는 분이 계신지요? 그 약은 곰팡이에서 추출한 “스타틴(Statin)” 류의 물질로 만들어집니다. 80년대 아직 약으로 개발되기 전 미국 어느 제약회사의 협조로 이 스타틴을 공급받아 암탉 사료에 섞어 먹이는 실험을 합니다. 일주일 간 흥분의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90%이상의 산란닭에게 스타틴 사료를  먹이기 시작한 날로부터 알을 수집해 콜레스테롤 양을 그날그날 분석, 측정, 기록을 했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점점 빠른 속도록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어갔습니다, 이때 느꼈던 흥분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이게 바로 콜레스테롤 없는 달걀이다”라고 외칠 순간이 곧 올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암탉이 낳는 알의 갯수가 점점 빠르게 줄어 들더니8일째는 알의 갯수가 0, 암탉이 총파업에 들어간 듯 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암탉에게 두 손을 드는 실패를 하고 말았는데요, 마치 암탉이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콜레스테롤 없이는 생육을 못하느니라, 이 바보야!” 그러나 저는 즐겁고 유익한 실패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실패를 통해 다음 길을 찾았으니까요.  “수고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이다 (---) 고기를 에운 것이 심히 많아 (---)“ (누가복음 5:5-6) 다음 시간에는 필자가 조금 철이 든 후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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