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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눈 산 길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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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18 09:46 조회1,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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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길에서
큼직한 여백을 내일로 가늠하는 것이
어떤 예사롭지 않은 설렘인지
 
눈 속에선 내가 여태 몰랐던 분별도
더 이상 염려로 고립시키지 않고
또 다른 지름길과 소통케 한다
 
수면을 알 수 없는 얼음 호수 위
겁 먹은 소 달구지 걸음마적 유년의
 
언제까지 녹지 말았음 내 안의 눈사람
귀에 든 소문마냥 잠시 사라졌다가
호 불면 어느새 다시 깨날지도 몰라
 
겨울이 이르자 눈에 묻히고
쌓인 눈 그대로 덮고 잠든 봉분 사이로
 
얼마쯤 앞서 간 형을 가만 부르면
메아리 영감이 홀로 되울림하며
우리들도 조금씩 산을 닮아간다.
 
  *       *       *
 
눈을 다져 누군가에게 길 내준다는
주름지듯 허방한 베품에는
고단함만 배어있는 것이 아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날들이 풀리면
눈들은 더 오래 남기 위해
등고선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고
 
초죽음에 엎드린 근시안의 나무도
비로소 제 앞가림을 한 뒤
세상을 내다보기 시작할거다
 
길을 물으면 언제나 한 곳에서
이정표처럼 수긍하던 소나무
 
불현듯 그도 무슨 시련을 겪었는지
몸통의 행방은 알려주지 않고
 
육십년 수령 그루터기로만 남아
안면만으로도 좀 쉬어가라 권하며
호젓한 자리 하나 내 주었다.
 
 
이 내 들(시조시인) /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10-10 16:19:43 문학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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