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산책] 수영 예찬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7.9°C
Temp Min: 5.13°C


LIFE

문학 | [문학가 산책] 수영 예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21 11:31 조회1,080회 댓글0건

본문

 

 

                                     

나는 기분이 좋을 때도 수영장을 찾고 기분이 나쁠 때도 수영장을 찾는다. 수영을 하고 나면 좋았던 기분은 더욱 좋아져 행복에 달하고 나빴던 기분은 어느 정도 좋아져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 보통 수영장의 길이는 25미터이다. 캐나다에는 지역마다 대형 커뮤니티 센터(community center)들이 있다. 이 커뮤니티 센터에는 수영장과 체육관이 기본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여러 종류의 교육을 위한 교실들이 있다. 얼마 전 내가 사는 곳과 많이 떨어진 미션(Mission)이라는 지역에 국제시합의 규격을 갖춘 수영장이 생겼다. 그 곳을 가려면 자동차로 30분은 족히 가야 한다. 한 시간 수영을 하기 위해 한 시간 이나 운전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 운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좋은 것을 얻으려면 갑절로 공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더군다나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꾸준히 자기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만이 힘들고 지친 세상 살이 에서 승리할 수 있다. 

 

나는 한 번에 몰아서 볼 일을 보는 습성이 있다. 달력에 동그라미가 쳐진 날은 꼭 봐야 할 일이 있다는 표시이다. 이왕이면 약속을 정할 때 똑같은 거리와 방향을 두 번 왕복하지 않도록 날짜와 장소를 고려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목적지까지 다녀오며 그 날의 볼 일들을 중간에 껴 넣어 모두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 요즘처럼 자동차 가스비가 엄청나게 비쌀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내가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 새로 지어진 수영장을 찾는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만나는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반 시간을 드라이브하여 좋아하는 수영을 한 시간 동안 하고 다시 반 시간을 드라이브 하여 집에 오면 이십 대 청춘을 새로 얻은 듯 마음이 날아갈 듯 하다. 실제로 거울에 비춰진 얼굴에서는 아주 싱그러운 빛과 기운이 발한다. 나를 위하여 투자한 시간과 돈이 절대로 아깝지 않은 순간이고 우리 사람에게 있어 최 고의 호르몬인 베타 엔도르핀을 한아름 선물 받는다. 이따금 우리 인생에서는 이런 맛이 필요하다. 사람은 태어나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골고루 맛보아야 한다고 했다. 제아무리 가스비가 비싸다고 하여도 나 자신보다 엄청난 것은 아니질 않는가. 나를 위하여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하는 것이야말로 값진 인생을 사는 것이고 눈과 귀와 입이 호강하고 사지(四肢)와 오장육부(五臟六腑)까지 건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먼 거리를 달려 그 곳 수영장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 새로 생긴 빌딩이라 최신 시설과 장비, 여러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는 눈을 경쾌하게 해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터닝(turning)을 많이 하지 않아 좋은 점이 있다. 25미터짜리 수영장은 쉬지않고 계속 헤엄치기를 원하는 나를 맘껏 충족시켜 주질 못한다.  조금 가다 돌아야하고 또 조금 앞으로 나아가다 돌아야 하는 것이 만만찮은 일거리다. 수영을 시작하면 보통 50회 이상 왕복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터닝이 귀찮을 때가 있다. 매일 한 시간 동안 수영을 하는 것은 매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나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수영을 하기 시작해서 어렴풋이 한 시간 후면 60 바퀴의 왕복을 끝마친다. 한 시간을 미처 채우지 못할 경우는 내 몸 어딘가가 고장이 났다는 신호이고 한 시간 이상을 하고서도 몸이 거뜬하다면 아주 건강하다는 신호이다.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으로서 하루 한 시간만큼은 물 속의 물고기가 되어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재미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내가 세워놓은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나에게 도전하고 나를 이기는 시간은 나를 성찰하게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게 한다.  

 

이따금 물 속에서 나는 별의별 것들을 한다. 내 옆을 스치는 수영 마니아들의 자세를 보고 잘못된 나의 자세를 교정하고 그들의 갖가지 수영기법을 공짜로 배운다. 풀리지 않았던 고민을 계속 하다보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지나간 학창 시절의 추억과 옛 친구들을 떠올리고 좋은 글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나의 가족을 비롯하여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물 속에서 깊이 기원한다. 아, 수영은 이 얼마나 매력있는 스포츠인가!

 

이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물을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물 마시기를 싫어하고 강이나 호수에서 노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시퍼런 바닷물은 극도로 경계한다. 하얀 포말을 일으켜 세우며 거대하게 다가오는 파도는 언제보아도 공포스럽다. 강, 호수 그리고 바다에서 이미 한 차례 이상씩 빠져봐서 아주 공포스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백사장 모래밭에서도 몰려오는 파도더미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물을 마시고 나동그라진 적도 있다. 그래서 내게 제일 만만한 물이 수영장 물이다. 수영장에는 안전 요원들이 언제나 있으며 물밑으로 환한 등이 켜져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나는 이렇게 나만의 스타일로 수영을 즐긴다. 수영을 즐기며 내게 주어진 인생을 최대한 즐겁게 살기 위해 부단히 오늘도 노력한다.  

 

정숙인 시인, 수필가/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10-10 16:19:43 문학에서 이동 됨]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1,115건 4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