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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럭셔리 시계는 왜 ‘수퍼카’에 꽂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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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25 12:25 조회2,0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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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는 이제 막 22세가 된 청년 브랜드다. 그렇다고 얕잡아보면 곤란하다. 1995년 설립 후 빠른 시간에 럭셔리 시계 브랜드라는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올랐다. 파텍 필립이나 브레게 등 유명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이 200~300년 이상 축적하며 명성을 쌓아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토록 강렬한 브랜드 아우라를 만든 비결이 무엇일까.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로저드뷔 최고경영자(CEO)인 장 마크 폰트로이(53)를 만나 물었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 2종 모델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글(볼로냐)=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로저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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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9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 람보르기니 본사에서 로저드뷔의 장 마크 폰트로이 CEO를 만났다. 1995년 설립된 로저드뷔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강렬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는 비결로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 즉 다른 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혁신“을 꼽았다.


 

‘로저드뷔’ CEO 장 마크 폰트로이

 

“악어만 없죠. 우리 매뉴팩처에.”

 

 

만나자마자 장 마크 폰트로이 대표가 말했다. 갑자기 웬 악어 타령인가 싶지만, 말 그대로다. 로저드뷔의 매뉴팩처(manufacture·제조 공장)에 없는 것이라고는 시계 줄로 쓰는 악어가죽 뿐이다. 시계 줄을 제외한 무브먼트 전부를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간신히 모양이 드러나는 미세한 부품까지도 그렇다. 많게는 5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고 제조 시간만 2000시간을 상회하는 복잡한 시계도 예외는 없다. 숙련된 장인들이 시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무브먼트를 손수 제작한 결과 2016년까지 전 라인, 모든 제품에 제네바 실(제네바에서 생산하는 무브먼트와 시계 중 극소수 최고 등급에 주는 인증마크) 마크를 새겨 넣은 유일한 브랜드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2016년 이후 일부 엔트리 제품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네바 실 인증을 받지 않았다.
로저드뷔는 최고급 제조 기술에 강렬한 디자인을 더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로저드뷔 본사에서는 시계를 이루는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든다.

로저드뷔는 최고급 제조 기술에 강렬한 디자인을 더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로저드뷔 본사에서는 시계를 이루는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든다.

로저드뷔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때로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렬하고 화려한 그 디자인 말이다. 한번만 보아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소수의 특별한 취향을 만족시켰다. 엑스칼리버 모델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정밀한 기계 장치를 압축해 놓은 듯한 복잡한 무브먼트가 뼈대를 드러낸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디자인이 로저드뷔의 모든 것은 아니다. 전위적 느낌마저 풍기는 디자인 너머에는 최고의 제조 기술이 스며있다. 불과 2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최고 자리에 오른 것도 그 덕분이다.
그런 로저드뷔가 이번에 또 한 번 놀랄만한 물건을 내놓았다. 바로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와의 협업이다.  
 
질의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 어떻게 만났나.
응답 :
로저드뷔에서 6년간 CEO로 일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스케줄이 고객과의 저녁 미팅이다. 만나면 집이나 비행기, 배, 차 등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람보르기니가 대화에 아주 자주 등장했다. 1년 전쯤인 2016년 9월에도 람보르기니 본사가 있는 이곳 볼로냐에 왔다. 람보르기니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와 만난 지 약 10분 만에 같이 일하자고 악수했다. 우리는 비슷한 것이 많은 브랜드다. 기업 철학, 연구개발(R&D)에 대한 열정, 최첨단 기술 공학, 그리고 까다로운 고객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면에서 그렇다.  
로저드뷔가 람보르기니와 협업해 만든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한국에서는 2017년 12월 출시된다.

로저드뷔가 람보르기니와 협업해 만든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한국에서는 2017년 12월 출시된다.

 
질의 :그렇게 만든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엔 람보르기니가 어떤 식으로 담겼나.
응답 :
람보르기니 엔지니어들과 시계 제작자들이 만나 각각의 디자인 설계 기술을 공유했다. 단순히 두 브랜드의 만남을 컨셉트로 보여주는 시계가 아니다. 자동차의 엔진 후드가 투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시계 무브먼트가 들여다보이도록 설계했다. 양 옆의 더블 밸런스 휠(중력 영향을 덜 받게 해주는 바퀴 모양 장치로 로저드뷔는 2개를 쓴다)이 약간 옆으로 기울어져있어 날렵한 유선형의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람보르기니 자동차들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소재, C-CMC 카본을 시계에 사용했다.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의 협업은 디자인 교류뿐 아니라 자동차에 쓰인 소재를 시계에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의 협업은 디자인 교류뿐 아니라 자동차에 쓰인 소재를 시계에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질의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는 오렌지와 옐로 두 컬러가 각각 2억5000만원대, 2억3000만원대로 출시된다.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했나.
응답 :
하이엔드 슈퍼카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다. 람보르기니를 소유했는데 로저드뷔 매장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질의 :왜 이렇게 비싼가.
응답 :
가격을 정하고 시계를 만들지 않는다. 람보르기니가 그런 것처럼. 로저드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creativity)이다. 이미 스위스에는 700여 개의 시계 브랜드가 있다. 우리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걸 만들어야한다. 로저드뷔 시계 제작자와 디자이너는 ‘무엇이 아직 안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하고 백지에서 시작한다. 시계 제조 산업은 이미 260여 년이나 됐다. 자동차보다 더 오래된 산업이다. 손목 위에 올라가는 작은 기계에 할 수 있는 건 이제 다 했다고 본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늘 연구 하고 투자 해야 한다. 또 수작업으로 소량만 만든다. 이번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오렌지 컬러는 전 세계에 딱 8개(옐로는 88개)만 내놓는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몇 천만 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가 소재에 소수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 특허 등을 고려한 가격이다.  
2017년 9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의 로저드뷔 매뉴팩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모델’ 오렌지 컬러는 8개, 옐로 컬러는 88개 한정 제작된다.

2017년 9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의 로저드뷔 매뉴팩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 모델’ 오렌지 컬러는 8개, 옐로 컬러는 88개 한정 제작된다.

 
질의 :로저드뷔는 흔히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했다고 얘기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특별한 디자인을 만드나.
응답 :
두 개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다. 하나는 디자인팀, 다른 하나는 시계 매커니즘을 다루는 엔지니어 팀이다. 시계가 고가로 올라갈수록 디자인보다 기술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두 팀 모두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일한다. 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프로젝트를 할 때 이 두 팀이 많게는 수만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을 거쳐 완벽한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결합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질의 :스위스 제네바의 매뉴팩처(공장)에 갔을 때 8개월마다 새 무브먼트가 나온다고 들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빠른 속도다.
응답 :
우리는 아직 젊다. 보다 새로운 것, 보다 혁신적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유다. 가령 타이어브랜드 피렐리와 협업해 시계 브랜드 최초로 타이어 소재를 시계 밴드에 넣었다. 우리 크리에이티브 팀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매 년 새로운 칼리버를 출시해 시계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는다. 삼성이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계속 내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와 똑같은 것을 내년에도 선보인다면 실패할 것이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를 늘 강조한다. 자동차 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계 산업 안이 아닌, 밖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위스 제네바 로저드뷔 매뉴팩처에서는 8개월마다 1개씩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들어낸다.

스위스 제네바 로저드뷔 매뉴팩처에서는 8개월마다 1개씩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들어낸다.

 
질의 :전통있는 시계 브랜드는 헤리티지(역사)를 내세운다. 짧은 역사가 약점은 아닌가.
응답 :
우리는 젊은 브랜드라는 걸 숨긴 적이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역사가 아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오히려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의 원칙을 부수면서 일해왔다. 20년 전만해도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써오던 소재로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만 만들었다. 100년, 2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로저드뷔는 첫날부터 기술자들이 모여 원칙을 새롭게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다. 클래식한 매커니즘(고전적인 시계 제조 틀)이라는 코드를 부수자고 했다. 탄소나 실리시움(특수 실리콘) 등 다른 산업에서 따온 재료를 과감히 사용할 수 있는 이유다.  
 
질의 :좋은 물건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잘 알리는 것 같다. 경영의 탁월함은 어디서 왔나.
응답 :
베스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매장을 열 때도 우리는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 런던 해롯 백화점 등 가장 좋은 곳에 매장을 열기 위해 4년을 기다린 적도 있다. 람보르기니와의 협력을 맺는 것도 2년간 공을 들였다. 다른 브랜드와 계약할 수 있었지만 최고를 원했기 때문에 기다렸다. 때로는 이런 기다림이 힘들다. 터널 끝이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배운다. 섣부른 결정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다. 아이가 자라기까지 20년이 걸린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키우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  
 
질의 :한국에 로저드뷔 직영 부티크가 이미 3개다. 유럽 전체에 직영 매장 2개(제네바, 모스크바)만 있는 데 비해 많지 않나.
응답 :
아니. 아직 적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실제로 4호점을 모색중이다. 매장을 마구 늘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도시에선 한 개의 매장만으로 충분하다고 먼저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가 굉장히 잘 하고 있다.
 
질의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이유가 뭘까.
응답 :
2013년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다른 시계 브랜드에 비해 진입은 늦고 인지도도 높지 않았지만 틈새시장을 잘 노렸다. 한국 시계 시장이 성숙해지는 단계에서 로저드뷔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특별한 시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남다르고 차별적인 것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과 잘 맞아 떨어졌다. 한국은 로저드뷔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젊고 역동적이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럭셔리 시계는 왜 ‘수퍼카’에 꽂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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