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의 보석상자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7.34°C
Temp Min: 4.6°C


LIFE

문학 | 이바의 보석상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02 15:27 조회1,370회 댓글0건

본문

c28aa8012871dcc2efce2eff3b2300ed_1509677531_7999.jpg

 

 

이바는 캐네디언 6. 25 참전 유공자 랄프의 아내이다. 지난 밤 이바의 꿈을 꾸었다. 밝고 화사한 얼굴로 지난여름 내가 그녀에게 안겨준 수국을 한아름 안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 이바의 사진을 보고 있던 중,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수국을 한아름 안고 있던 그녀는 내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게다. 사흘 뒤에 문병을 가기로 했는데..

 

10여년 전 칠리왁에 있는 이바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바는 가족사진과 한국의 문양이 담긴 여러 가지 기념품을 보석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벽면에는 한국에서 온 여러 종류의 포크와 스푼 등이 걸려있었다. 그 뿐 아니라 지하실에는 65년 전 남편인 랄프가 한국전에 참여 했었던 기록과 슬라이드, 지도 등이 가지런히 역사의 한켠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쟁과 분단의 파편 같은 아픔을 오히려 그녀를 통해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나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평생 간직하고 살아 온 그녀는 내게 캐나다의 어머니였다. 집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하나 설명을 하던 중 이바는 그녀의 보석 상자를 보여주었다. 뚜껑을 열었다. 이바의 보석상자는 텅 비어있었다.

 

“이바!!! 보석 상자에 아무 것도 없어요?”

 

이바는 웃음으로 답했다.

 

10년 가까운 시간, 이바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6 25 기념행사, 정전기념일, 칠리왁 한국전 기념일, 송년회 그리고 서로 집을 방문하여 한식과 양식의 상차림을 함께 가졌다. 외에도 한국의 전통공연이 있는 날은 어김없이 참석해서 내가 싸가지고 간 김밥이나 한국 음식을 함께 먹곤 했다. 이바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남달랐다. 내가 맡고 있는 입양인 문화학교 행사에 참여해서 전통혼례식의 아기 신랑신부로부터 폐백을 받기도 했다. 이바는 우리 한국 입양인 아이들에게 캐나다 속의 한국 할머니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녀의 벽에 걸린 한국의 문양은 이바의 또 다른 캐나다 속의 한국적인 삶이었다.

 

올 여름 컬터스레이크에서 본 환한 이바의 모습이 유난히 떠오른다. 해마다 6. 25가 돌아오면 칠리왁에서는 캐네디언 참전 용사들이 모여 추모 행사를 가져왔다. 올해부터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칠리왁 리젼에서 한국전 행사를 중단하게 되었다. 한국전 행사 중단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한인들이 마련한 호수에서 이바는 걷기조차 불편한 몸으로 한국전을 기억하는 분들과 함께 햇살 가득한 호수에서 정갈한 점심 한 때를 즐겼다. 호수에서의 파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테이블에 올렸던 수국 한 다발을 이바에게 안겨드렸다. 지난 밤, 그녀가 한아름 안고 내게 왔던 수국이 우리에겐 이별이었다.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매년 내 생일을 기억하고 카드를 보내왔던 이바는 낯선 이방인이었던 내가 받은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텅 빈 이바의 보석 상자를 떠올린다. 그 보석 상자에는 보석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그녀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지 못했다. 늘 환하게 웃던 아름다운 이바가 그리울 때면  그녀의 텅 빈 보석 상자가 떠오를 게다. 안녕 이바!!

 

                                                                        2017 11 2 이바를 추모하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39건 8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