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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어느 노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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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요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06 09:06 조회1,2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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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요상(시인, 캐나다 문학가협회 회원) 

 

낮에는 

수그리. 수그리.

밤에는 

아까맨치로. 아까맨치로.

 

그래서 우리는 살았다.

이름 모를 산 능선 어느 전선에서

소대장의 짧고 큰 사투리 구령에

그대로 따르고 총알받이가 되지 않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어느 가을  날

침묵으로 고요한 단풍 물든 산속에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조금도 쉴 사이 없이 마음에 수를 놓듯이

풀어도 풀어도 넘쳐 지나간 살아 숨 쉬는 이야기 

가슴에 남기지 않고 산 아래로 흘려보낼 때가 되었는데도.

 

태풍이 몰아쳤던 역경의 체험들이 

지난 날 기억 속에서 흩어져 

다시 몇 배의 나이가 되었어도 

 

생생했던 전우는 함께 남아서 살아 온 일정을 헤아리며 

숙명이었는지 들판의 억센 풀처럼 

사시사철 새롭게 돋아나며 빛으로 반짝였는지....

 

우왕좌왕하다가 날은 저물었다.

너무 바쁘게 생각나는 대로 방황하면서

물질에 충실했고 추구한 것도 많았지만 

여유 없는 생활 속에서 종내 남아있는 

푸른 넋의 그림자들이야 잃을 수 있을까.

 

그때마다 떠오르던 것들이 

지금은 어느 계곡에서 들려오나.

 

낮에는 

수구리. 수구리.

밤에는 

아까맨치로. 아까맨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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