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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江南人流]패션, 윤리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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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08 09:50 조회1,8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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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스텔라 매카트니 2017 겨울 컬렉션 광고 캠페인.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선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촬영한 캠페인으로 과소비에 따른 폐해를 테마로 한다.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야 하는 냉혹한 패션 비즈니스 세계에 '윤리'라는 단어가 들어 왔다. 퍼(fur)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줄을 잇는가 하면, 동물이 죽은 뒤 가죽을 채취하는 신발 업체부터 재고를 소각하는 대신 업사이클링하는 의류 브랜드까지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멋과 스타일만이 아닌 세상의 옳음과 공생을 생각하는 패션계의 새로운 조짐을 들여다 봤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각 브랜드
 

윤리적 패션, 동물도 인간도 행복한 옷 입기
동물 털·가죽 안 쓰고 재활용 디자인도
쉽고 싸게 만드는 패스트 패션에 반기


 

 
명품 브랜드, 줄줄이 퍼-프리 선언

 
구찌 2018 봄여름 컬렉션부터 적용되는 퍼-프리 정책. 이미 제작된 제품은 자선 경매를 통해 소진한다. [사진 구찌]

구찌 2018 봄여름 컬렉션부터 적용되는 퍼-프리 정책. 이미 제작된 제품은 자선 경매를 통해 소진한다. [사진 구찌]

최근 가장 뜨는 브랜드로 꼽히는 구찌가 10월 11일(현지 시간) 또 한 번 뉴스를 만들었다.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 회장은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런던에서 열린 '2017 케링 토크(Kering talk)'에서 동물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퍼-프리(fur-free) 정책은 당장 2018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적용됐다.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구찌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미켈레는 ‘퍼(furㆍ모피)’ 종목에 특히 힘을 발휘하는 디자이너가 아닌가. 2015년 구찌에 합류한 이후 그의 모피는 매출 신장의 일등 공신이었다. 퍼로 장식된 로퍼는 물론, 화려한 컬러로 염색되거나 프린트된 모피가 없는 구찌를 상상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따져 보면 구찌 이전에도 조짐은 있었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기술적 발전으로 모피를 대신할만한 다양한 대체 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모피를 얻기 위해 더는 동물들에게 잔혹한 방법을 쓰는 것이 불필요해졌다”고 밝혔다.
친환경주의자이자 동물 애호가이며 채식주의자인 영국 디자이너 스탤라 매카트니 역시 2001년 브랜드 론칭 때부터 가죽이나 퍼와 같은 동물성 소재를 전면 거부했다. 최근 브랜드 측은 연구를 통해 가짜 가죽(fake leather)으로도 충분히 최고급 가죽을 쓴 듯한 효과를 내며, 독특한 코팅 작업을 하면 패브릭을 고급 스웨이드처럼 보이게도 한다는 결과를 얻고 제품까지 선보였다. 2017년 가을 신제품으로 선보인 이클립스 스니커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 신발은 동물성 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가죽 대체 소재인 얼터카프(alter calfㆍ대안 송아지 가죽)와 얼터 스웨이드(alter suedeㆍ대안 스웨이드)를 사용했다.
에코는 야크가 죽을 때를 기다려 가죽을 채취해 신발을 만든다. [사진 ECCO]

에코는 야크가 죽을 때를 기다려 가죽을 채취해 신발을 만든다. [사진 ECCO]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가공 과정에서 '동물 복지'를 선택하는 패션 회사들은 훨씬 많다. 덴마크 신발 브랜드 에코(ECCO)의 경우 야크 가죽을 사용하되, 야크가 죽을 때를 기다려 가죽을 채취해 신발에 사용한다. 패션을 위해 인위적인 살생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는 아예 2014년, RDS(Responsible Down Standardㆍ책임 다운 기준)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운 제품에 사용된 깃털이 동물에게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사육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텍스타일 익스체인지’, 친환경 인증 전문 업체인 ‘컨트롤 유니온’과 공동으로 연구한 이 인증 프로그램은 현재 80여 개 의류, 아웃도어, 홈 퍼니싱 브랜드가 동물 깃털을 사용하고 있다.
RDS(책임 다운 기준) 인증은 동물에게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사육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친환경 인증 마크다. [사진 중앙포토]

RDS(책임 다운 기준) 인증은 동물에게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사육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친환경 인증 마크다. [사진 중앙포토]

또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로 유명한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로로피아나’ 역시 캐시미어 채취를 위해 인도적 방법을 사용한다. 부드럽고 가벼워 최고급 의류에 사용되는 베이비 캐시미어의 경우 3~12개월 사이 새끼 염소를 딱 한 번 빗질해 속털을 채취하는데, 이 역시 농장주와의 교감을 통해 염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최고급 섬유로 불리는 비쿠냐 역시 잉카 제국 시대부터 있었던 ‘차크’라는 의식을 통해 비쿠냐를 몰아 털을 깎는다.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를 얻을 때 아기 염소의 털을 빗질한 뒤 빗에 묻어있는 속털만 골라 사용한다. 이 과정은 염소가 자란 농장에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 로로피아나]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를 얻을 때 아기 염소의 털을 빗질한 뒤 빗에 묻어있는 속털만 골라 사용한다. 이 과정은 염소가 자란 농장에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 로로피아나]

 

 

 
지속가능성 타진하는 패션계

 
H&M 은 브랜드에 상관 없이 의류나 천 소재 제품을 매장에서 수거한다. [사진 H&M]

H&M 은 브랜드에 상관 없이 의류나 천 소재 제품을 매장에서 수거한다. [사진 H&M]

동물권뿐만이 아니다. 인권, 환경 보호 등 더 넓은 의미의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코오롱의 ‘래코드(RE;CODE)’가 대표적이다. 2012년 만들어진 래코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다. 리사이클(recycleㆍ재활용) 하되 디자인을 추가해 원래보다 가치를 더하는 제품을 만든다. 래코드가 주목한 것은 3차 재고다. 신제품으로 매장에 나왔지만 팔리지 않으면 이월상품으로 할인 매장에 간다. 여기서도 판매되지 않는 3차 재고는 보통 소각된다. 코오롱에서만 이 소각 비용으로 연간 40억 원이 사용되는데, 환경 오염이 더 큰 문제다. 래코드는 이렇게 단 한 번도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옷에 대한 고민을 새로운 방식 풀기 위해 등장했다. 단지 재활용만이 아니라,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의류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신진 디자이너, 독립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더해진다. 래코드를 총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한경애 상무는 “최근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의의를 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해변에서 수거된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닉’으로 제작된 드레스를 입은 H&M 모델 나탈리아 보디나오바. [사진 H&M]

해변에서 수거된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닉’으로 제작된 드레스를 입은 H&M 모델 나탈리아 보디나오바. [사진 H&M]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옷 쓰레기 양산'에 주범으로 불리는 패스트 패션 역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M의 '지속가능한 패션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는 2009년부터 이에 관한 리포트를 발간해 왔고, 2017년 4월 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100% 재활용 혹은 지속가능한 소재만을 H&M 전 제품에 적용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또 2013년부터 ‘브링 잇(bring it)’ 캠페인을 벌여 연중 어느 때나 브랜드, 상태에 상관없이 의류나 천 소재 제품을 가까운 H&M 매장에 가져가면 일부 보상을 해주고 있다. 올해는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섬유로 가공, 드레스로 선보이기도 했다.
 

 

 
윤리적 패션, 한국은 이제 걸음마

 
이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변화와 비교해 국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산업에서 윤리적 패션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0.03%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디자인재단이 서울시와 협업, 국내 윤리적 패션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건 첫 단추나 다름없다.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허브'라는 이름으로 7월 기업을 모집해 현재까지 모두 9개 기업이 재단 산하에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11월 8일에는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몰 4층에 공동판매장, ‘SEF(seoul ethical fashion)’도 연다. 편집숍 형태로 입주 기업 포함한 23개의 윤리적 패션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데, 버려진 가죽과 방수천 사용해 가방을 만드는 ‘리블랭크’, 모피 가죽 실크 울 등 동물성 소재 사용하지 않는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 옥수수 추출 친환경 섬유로 양말과 옷을 만드는 ‘콘삭스’,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그루’ 등을 만날 수 있다.
① 서울디자인재단이 서울 동대문 두타몰 4층에 오픈한 ‘서울 윤리적 패션(SEF)’ 매장. 23개 업체의 제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SEF는 2017년 11월 8일에 오픈한다. ②소 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채 버려지는 재고 의류에 새로운 디자인적 가치를 불어넣 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③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원더 스타일’의 페이크 퍼 머플러. ④ 서울 명동 성당 복합 문화 공간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전시 공간. 김경록 기자

① 서울디자인재단이 서울 동대문 두타몰 4층에 오픈한 ‘서울 윤리적 패션(SEF)’ 매장. 23개 업체의 제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SEF는 2017년 11월 8일에 오픈한다. ②소 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채 버려지는 재고 의류에 새로운 디자인적 가치를 불어넣 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③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원더 스타일’의 페이크 퍼 머플러. ④ 서울 명동 성당 복합 문화 공간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전시 공간. 김경록 기자

이런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비용 때문이다. 이태성 한국 윤리적 패션네트워크 대표 겸 콘삭스 대표는 “옥수수 가공해 섬유 만드는 콘삭스 양말은 6000~8000원대까지 한다”며 “1000원짜리 양말도 흔한 현실에서 윤리적 패션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고를 다시 디자인하는 래코드 제품 역시 완전한 수작업인 데다 소량만 만들에 제품에 번호까지 더해져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맨투맨 셔츠가 10만 원대, 재킷이 50~60만 원대 수준이다.
버려진 트럭 방수 덮개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 [사진 중앙포토]

버려진 트럭 방수 덮개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자. 싼 옷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왜 굳이 윤리적 패션을 생각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윤리적 패션의 핵심이 동물권도 환경도 아닌,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만들고 싸게 만드는 패션이 무한 경쟁하다 보면 결국 사람의 값, 인건비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실제 방글라데시의 생산자들은 일반적으로 옷 1벌에 1원도 아닌 그의 절반, 50전 정도를 받는다. 이 대표는 “언제까지 이렇게 옷을 만들 수는 없다”며 “지속 가능성을 경영의 한 목표로 삼고 기업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대기업이 대량의 물량을 만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윤리적 패션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의미도 의미지만 디자인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래코드의 권송환 팀장은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개인 규모의 공방 정도의 차원에서 윤리적 패션이 머물러 있는 인상”이라며 “스위스의 업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처럼 제품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개념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재의 제한을 둔 스텔라 매카트니의 핸드백·구두 역시 합성 가죽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일단 디자인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팔라벨라 백은 스웨이드 가죽처럼 보이도록 가공한 패브릭을, 앨리스 슈즈는 재생 가능한 고무를 쓴다.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스텔라 매카트니의 팔라벨라 백은 스웨이드 가죽처럼 보이도록 가공한 패브릭을, 앨리스 슈즈는 재생 가능한 고무를 쓴다.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기업의 참여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세대 장남경 교수(패션학)는 “윤리적 패션이 확산되려면 소비자 스스로 그 가치를 발견하고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만원 더 싸다고 해서 쉽게 만든 제품을 선택하는 것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 후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당한 명분에 걸맞는 비용 지불, 우리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을까.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패션, 윤리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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