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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세계 최고 갑부의 휴양지를 살짝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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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2-18 12:23 조회3,6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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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마넬레 골프장. 이곳에선 워터헤저드가 태평양이다. [사진 하와이안 항공]

 

 

하와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그러나 대부분 하와이의 관문 호놀룰루 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 와이키키 해변에 머물다 오기에 다른 섬에 대해선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하와이 주의 137개 섬 가운데 6번째로 큰 섬 라나이가 특히 그렇다. 미국 유수의 매체가 미국 최고의 해변으로 꼽은 남쪽 훌로포에 비치나 환상의 일출·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훌로포에 비치 인근의 푸우페헤 바위섬(스윗하트 록), 몽환적 장관을 연출하는 북쪽의 카이올로히아 비치(난파선 비치)가 있는데도 왜 이렇게 덜 알려진 걸까. 

럭셔리 여행의 종착역 '라나이'
빌 게이츠 비공개 결혼한 섬
오라클 회장이 98%소유

하와이 라나이 지도

하와이 라나이 지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섬 안에는 비교적 역사가 깊은 라나이 호텔이나 B&B(베드 앤 브렉퍼스트) 등 비교적 저렴한 숙소도 몇 개 있지만 이 섬을 찾는 게스트 대부분은 남쪽 마넬레 베이에 있는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 묵는다. (또 다른 포시즌 호텔이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데 지금은 리노베이션 중이다) 가장 싼 방이 하룻밤에 1000달러(110만원)에 달하는데도 결혼식은 물론 기업들의 대규모 컨퍼런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한마디로 부자들의 럭셔리 휴양지인 셈이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직접 가봤다. 
마넬레 베이에 있는 포시즌 호텔에서 15~20분 바위절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하와이의 슬픈 전설이 내려오는 낭만적인 명소 푸우페헤 바위섬(사진 한 중앙)에 닿을 수 있다. [사진 포시즌호텔]

마넬레 베이에 있는 포시즌 호텔에서 15~20분 바위절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하와이의 슬픈 전설이 내려오는 낭만적인 명소 푸우페헤 바위섬(사진 한 중앙)에 닿을 수 있다. [사진 포시즌호텔]


 

 
빌 게이츠가 선택한 은둔의 섬

 
라나이는 사실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은둔의 섬'으로 불린다. 세계 최고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4년 이 섬 전체를 통째로 빌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와 인접한 마넬레 골프장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이래 사생활 노출을 피하고 싶은 기업인과 연예인 등 숱한 유명인들의 휴양지 역할을 해왔다. 그중엔 세계 7번째 부자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도 있다. 그는 라나이를 너무 좋아해서 2012년에 아예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를 비롯해 섬의 98%를 사버렸다. 그리곤 애인과 함께 자가용 비행기 타고 수시로 들렀다 간다. 11월초에 이 리조트에서 잠시 묵었을 때도 로비와 호텔 안 일식당 노부에서 앨리슨 회장 일행과 마주쳤을 정도다. 
부자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라나이는 싱가포르 절반 정도의 적지 않은 크기인데 인구는 3000여 명이 전부다. 그나마도 인구의 3분의 1이 포시즌스 리조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섬 밖으로 말이 새나갈 일이 별로 없다. 
빌 게이츠가 결혼식을 올린 마넬레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꿈의 코스다. [사진 포시즌호텔]

빌 게이츠가 결혼식을 올린 마넬레 골프장.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꿈의 코스다. [사진 포시즌호텔]

 

라나이 홍보영상.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지금은 이렇게 세계 갑부들의 럭셔리한 휴양지가 됐지만 원래 이 섬은 부자는커녕 노동자들의 섬이었다. 1922년부터 불과 25년전인 92년까지 섬 전체가 돌 사의 파인애플 농장이었다. 한때 전세계 파인애플 생산량의 75%를 담당했을 정도였다. 지금 주민 대부분은 파인애플 농장 시절 노동자로 온 일본(식민지 시절 한국인 포함)과 필리핀 후손들이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의 한국인 직원인 고은 객실부 지배인은 "이런 역사적 배경 덕에 이곳 주민들이 한국인을 아주 좋아해서 이곳에 정착하자마자 큰 환대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게스트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호텔 조식 뷔페에선 물론 라나이 시티의 마켓에서도 김치 메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92년 파인애플 생산이 중단된 후엔 데이빗 머독 소유의 캐슬앤쿡사가 인수해 휴양지로 바꿔나갔다. 
라나이에 와보니 '인간이 이 섬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하와이 관광청의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포장도로가 48㎞에 불과(비포장도로는 644㎞)하고 신호등과 대중교통수단은 아예 없다. 또 제한속도라고 해봤자 대부분의 길에서 최대 시속 20마일(32㎞)정도라 차에 타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아름다운 자연에 압도된다. 특히 인구보다 열 배나 많은 사슴과 시시때때로 마주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박한 라나이 공항에 처음 도착해서 호텔로 가는 차창 밖으로 보인 풍경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초록 소나무였다. 섬의 대목장 관리자였던 뉴질랜드 출신 조지 먼로가 쿡 아일랜드에서 수입해 심은 것들인데, 물이 부족한 라나이 섬에서 빗물을 머금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라나이의 특징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목장 시절 조지 먼로가 수입한 쿡 아일랜드 소나무가 라나이의 인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안혜리 기자

대목장 시절 조지 먼로가 수입한 쿡 아일랜드 소나무가 라나이의 인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안혜리 기자

라나이는 하와이에서 6번째로 큰 섬이지만 포장도로가 48km밖에 없다. 신호등은 아예 없다. 안혜리 기자

라나이는 하와이에서 6번째로 큰 섬이지만 포장도로가 48km밖에 없다. 신호등은 아예 없다. 안혜리 기자

길에서 마주친 사슴들. 라나이에는 사람보다 사슴이 열배쯤 많다. 안혜리 기자

길에서 마주친 사슴들. 라나이에는 사람보다 사슴이 열배쯤 많다. 안혜리 기자


 

 
호텔에 가장 럭셔리한 여행지

 
라나이는 해안절벽 풍경 등 섬 안과 밖 모두 경이롭지만 사실 꼼짝 안하고 호텔 안에만 머물러도 충분히 만족할만큼 호텔 자체가 볼거리로 가득하다. 객실이든 레스토랑이든 어디서나 보이는 압도적인 마넬레 베이 바다 모습은 물론이고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케 할만큼 리조트 내부를 잘 가꿔놓았다. 로비 양 옆 어느 방향으로 가든 사람 얼굴만한 앵무새 여러 마리가 사는 대형 새장이 있는데, 전문 조련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새장 밖으로 앵무새를 꺼내 게스트와 교감하게 한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로비. 밖으로 보이는 마넬레 베이의 바다와 어우러져 언제 봐도 멋스럽다. 로비 중앙에 놓은 건 하와이 전통 아웃리거 카누. [사진 포시즌호텔]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로비. 밖으로 보이는 마넬레 베이의 바다와 어우러져 언제 봐도 멋스럽다. 로비 중앙에 놓은 건 하와이 전통 아웃리거 카누. [사진 포시즌호텔]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피트니스 센터.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피트니스 센터.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수영장.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수영장.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분명 해변 옆 호텔인데 호텔 안에 들어서면 마치 식물원 속에 있는 것 같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분명 해변 옆 호텔인데 호텔 안에 들어서면 마치 식물원 속에 있는 것 같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똑같은 곳이 없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똑같은 곳이 없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새장에서 앵무새를 꺼내 게스트가 교감할 수 있게 한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새장에서 앵무새를 꺼내 게스트가 교감할 수 있게 한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 리조트 라나이. 11월말부터는 엄청난 크기의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고래 시즌이다. 스위트급 룸 이상엔 고래 감상용 망원경이 있다. [사진 포시즌호텔]

포시즌 리조트 라나이. 11월말부터는 엄청난 크기의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고래 시즌이다. 스위트급 룸 이상엔 고래 감상용 망원경이 있다. [사진 포시즌호텔]


 

 
꿈을 이뤄주는 액티비티

 
해변이나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하지만 라나이에선 그 어떤 기대도 뛰어넘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게 라나이만의 매력이다. 해질 무렵 요트를 타고 나가 2시간 동안 세일링 하며 일몰을 보는 선셋 세일링이나 스노클링처럼 다른 휴양지의 해변 리조트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승마와 사격에 헬리콥터 투어도 할 수 있다. 심지어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까지 있다. 
수십 가지 액티비티 가운데 선셋 세일링과 승마, 클레이 사격에 도전해봤다. 선셋 세일링을 하며 감상한 푸우페헤 바위섬(스윗하트 록) 뒤로 떨어지는 해는 정말 일품이었다. 물이 아니라 뭍에서 하는 액티비티도 차원이 다르다. 가령 승마는 가파른 숲 속을 오르내리며 1시간 30분을 꼬박 말을 탄다. 18살 먹은 늙은 숫말을 탔는데, 말도 땀 흘리며 헉헉 거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 자리에서 과녁을 맞추는 게 아니라 무려 숲 속의 14개 스테이션을 옮겨다니며 여러 방향에서 튀어오르는 표적을 쏘는 클레이 사격도 인상적이었다. 과거 단 한 번도 총을 쏴본 적이 없었는데 가이드가 워낙 세세하게 지도를 해줘서 이날 80발이나 쐈다. 
역시 문제는 비용이다. 선셋 세일링 99달러, 승마 195달러, 사격 125달러였다. 이외에 라나이 헬리콥터 투어 (20분에 249달러), 저 멀리 마우이와 몰로카이 섬까지 다 보는 2시간45분짜리 헬리콥터 투어는 무려 725달러나 한다. UTV를 타고 섬을 돌아보는 가이드 투어도 커플에 395달러다. 고민하다 언제 또 와보겠나 싶어 이것저것 해봤는데 모든 액티비티가 다 본전 생각 안날만한 제값을 했다.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선셋세일링을 한 배. 안혜리 기자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선셋세일링을 한 배. 안혜리 기자

배 앞쪽에는 바닷물이 그대로 보이는 그물 위로 두 사람이 함께 누워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배 앞쪽에는 바닷물이 그대로 보이는 그물 위로 두 사람이 함께 누워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라나이 섬 중앙의 목장에선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출발해 1시간 30동안 산을 오르내린다. 안혜리 기자

라나이 섬 중앙의 목장에선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출발해 1시간 30동안 산을 오르내린다. 안혜리 기자

승마장 인근의 사격장. 총을 한번도 쏴보지 않은 사람도 가이드와 함께 클레이 사격을 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승마장 인근의 사격장. 총을 한번도 쏴보지 않은 사람도 가이드와 함께 클레이 사격을 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낭만적인 일출과 일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라나이의 하이라이트는 푸우페헤 바위섬에서 하는 일출과 일몰이다. 
선셋 세일링 하며 감상한 일몰. 푸우페헤 바위섬(스윗하트 록) 뒤로 떨어지는 해가 낭만적이다. 안혜리 기자

선셋 세일링 하며 감상한 일몰. 푸우페헤 바위섬(스윗하트 록) 뒤로 떨어지는 해가 낭만적이다. 안혜리 기자

포시즌스 리조트가 있는 라나이 남쪽 훌로포에 베이와 마넬레 베이 사이의 바다에 아주 작은 바위섬이 솟아 있다. 이게 바로 푸우페헤 바위섬, 일명 스윗하트 록이다. 이런 이름은 슬픈 하와이 전설에서 유래한다. 마우이 처녀 페헤와 라나이 전사 마카케하우의 사랑 이야기다. 마카케하우는 페헤를 라나이로 데리고 와 마넬레 절벽 아래 바다 동굴에서 같이 숨어지냈다. 마카케하우가 나간 사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페헤가 익사하고 만다. 마카케하우는 이 바위섬에 페헤를 묻게 가파른 바위섬을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애원했고, 그렇게 바위섬에 페헤를 묻은 후 바위 꼭대기에서 페헤를 따라 몸을 던졌다고 한다. 
모닝 요가 후 해안절벽을 올라 감강한 일출. 푸우페헤에서의 일출은 일몰만큼 아름다웠다. 안혜리 기자

모닝 요가 후 해안절벽을 올라 감강한 일출. 푸우페헤에서의 일출은 일몰만큼 아름다웠다. 안혜리 기자

오전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훌로포에 비치에서 모닝 요가를 한 뒤 동쪽으로 걸음을 옮겨 바위절벽을 올랐다. 푸우페헤 뒤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아찔한 해안절벽을 따라 15~20분 걸으니 점점 해가 솟아 올랐다. 선글라스를 꼈는데도 너무 눈이 부셔 똑바로 못쳐다볼 정도였다. 바로 전날 선셋 세일링을 하며 반대편 방향에서 봤던 일몰과는 또 다른 흥분이 일었다. 이 태양만으로도 이 은둔의 섬에 왜 사람들이 빠져드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라나이=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라나이 섬 북동쪽 카이올로히아 비치(난파선 해변)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산호초에 걸려 난파된 수송선이 있다.[사진 하와이안 항공]

라나이 섬 북동쪽 카이올로히아 비치(난파선 해변)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산호초에 걸려 난파된 수송선이 있다.[사진 하와이안 항공]

여행정보=오아후 섬에서 하와이안 항공을 타면 30분만에 라나이 공항에 도착한다. 마우이 섬에서 페리를 타면 45분 걸린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 묵으면 항공 시간에 맞춰 픽업하러 나온다. 라나이호텔 등 다른 숙소에 묵으면 렌터카나 현지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세계 최고 갑부의 휴양지를 살짝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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