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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비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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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요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1-15 09:23 조회1,5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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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요상(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비가 내리고 있다.

호숫가에 떼 지어 놀던 청둥오리 남쪽으로 떠날 때가 되면

시도 때도 없이 하늘은 구름을 몰고 오며

구름은 떠나지 않고 비를 부르며

대지를 촉촉이 적셔놓고 있다.

 

비의 리듬과 박자 안에 감정이 따라가고 있다.

아침이 오고 짧은 밝음이 지나고 황혼도 없이 

흑백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겨울 초저녁 

 

한해의 긴장이 풀리는 비 내리는 계절 

심신이 쉬고 싶은 오후가 되면

비의 새로운 리듬이 가슴속에 쌓여가고  있다.

 

우리의 육체는 어디까지 적셔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을 좋아하며 사는 것일까.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을 잃어버린다.

마치 노래를 들으며 차를 즐기는 사람들처럼

 

비의 노래는 어둠을 향해 달려가면서

살아가는 모든 짐을 삶의 바깥으로 실어 가고 있다.

빗속에서 만난 여러 모습이 보인다. 

 

생활의 틈새마다 마주하는 그 자리에

다과와 함께 이야기에 젖어 있는 사람들

주류를 즐기며 감정을 교류하는 사람들, 

공원과 산길을 걸으며 숲과 대화하는 사람들

높고 낮은 그린의 잔디에서 클럽으로

자신을 의식하며 기를 모으던 사람들

 

아직도 생의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은 사람들은

중심을 잃은 갈대처럼 흔들리며 세월의 조화로 정착하지만 

20세기에 같이 태어나  함께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선택의 의지와  우연의 일치가 이루어놓은 좌표의 교차점에서

신이 예정한 운명적인 축복이라고 하듯이...

 

함께 사는 이 도시에 눈보다 더 많은 비는 숙명인 듯 바람까지 몰고 오며

격정과 한으로 메마르고 우울해진 가슴을 낮은 곳으로 쓸고 간다.

어쩌다 흰 눈이 온천지를 하얗게 칠해도

눈 쌓이는 거리에 비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풀려는 듯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비는 줄기차게 시간여행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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