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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간장·생강으로만 맛 내는 전통 족발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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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3-26 12:57 조회2,2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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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㉖ 평안도집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26회는 족발(2014년 2월 19일 게재)이다.  
 

이경순 할머니가 만드는 장충동 '평안도집'
"내 족발이 '최고' 자부심"
장충동에서도 원조 꼽히는 족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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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식감의 평안도집 족발. 생강으로 누린내를 잡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특별한 재료가 어딨어. 족발은 그냥 족발처럼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거야. "
서울 장충동 '평안도집'의 주인 이경순(83) 할머니 말이다. 평안도집은 너도나도 원조라는 장충동 족발 골목에서 진짜 원조로 알려진 곳이다. 이 할머니는 맛의 비결로 생강과 간장을 꼽았다. 
"건강에 좋다고 한약재 넣고 고기 부드럽게 한다고 또 뭘 더 넣고 그런다는데 다 필요 없어. 족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돼지 냄새 없애는 거야. 생족(生足)을 깨끗이 씻고 삶을 때 생강을 적당히 넣으면 냄새는 충분히 잡혀. 거기에 싱겁지도 짜지도 않게 간장 비율을 잘 조정해 간을 하면 되지. "
이 할머니는 40년 넘게 이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내 족발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할머니의 자부심은 사실 예전부터 유명했다. 10여 년 전 일이다. "대학교수라는 양반이 와서 하도 으스대며 참견하길래 당신이 아무리 교수라지만 난 이 장사해서 밥 먹고 사는데 족발에 관한 한 잘난 척하지 말라고 했지. " 
그 교수는 불쾌해하기는커녕 "이렇게 자신 있게 장사하는 집은 처음"이라며 단골이 됐다.  

 

 
이북서 즐겨 먹던 족발  

 
평안도집 족발은 전통방식로 삶는다. 족발 최강달인으로 인정받은 방식이다.

평안도집 족발은 전통방식로 삶는다. 족발 최강달인으로 인정받은 방식이다.

평안도집의 시작은 이 할머니의 손윗동서가 1962년 낸 빈대떡집이다. 평양이 고향인 이 형님(손윗동서)이 지금 가게 근처에서 간판도 없이 장사를 했다. 근처에 장충체육관이 있어 농구·배구 선수들이 싼값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빈대떡을 자주 먹으러 왔다. 빈대떡 한 장에 10원, 소주 한 병에 20원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3년 정도 지나 빈대떡에 질린 일부 손님이 "다른 걸 좀 팔아보라"고 권했다. 그때부터 고향에서 즐겨 먹던 족발을 팔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72년부터 가게에 나왔다. 서울여상 나와 가정교사를 하며 남편의 사업 빚을 갚고 있었다. 직업 특성상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목 건강이 안 좋아져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형님과 동업을 시작했다. 평안도집이란 간판을 내건 것도 그 즈음이다. 이 할머니는 황해도 출신이지만 형님이 평안도 사람이라 간판을 평안도집이라고 했다. 돼지고기는 이북에서 즐겨먹던 식재료였다.
"원래 이북 사람이 요리도 잘해. 옛날에 이북사람은 호주머니에서 땟국물이 나도 먹는 건 잘 먹고 서울 사람은 멋쟁이라도 집에 가면 가마니자루 들추고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어. 그 정도로 이북 사람은 먹는 거에 관심이 많고 서울 사람은 멋 내는 거에 관심이 많았단 얘기지. " 

 

 
허영만 만화에 소개된 원조집 


 

평안도집 족발에 반한 허영만 화백은 만화 '식객' 15권에 이경순 할머니를 그렸다. 김경록 기자

평안도집 족발에 반한 허영만 화백은 만화 '식객' 15권에 이경순 할머니를 그렸다. 김경록 기자

족발 장사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 지금은 손질이 끝난 돼지 생족을 받아 삶지만 당시엔 직접 손질해야 했다. 면도칼로 털을 깍고 불로 그을리고 발톱도 방망이로 두들겨가며 뽑아냈다. 이때문에 이 할머니 손은 늘 물집이 잡히고 염증이 생기는 등 온전한 날이 없었다. 
초기엔 족발을 큰 가마솥에 장작을 때서 끓였다. 나무를 사기도 했지만 리어커 끌고 동네를 돌면서 나무를 많이 주워왔다. 시간이 지나고 연탄불로 바꿨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 할머니는 "형님이 돌아가신 2002년쯤까지 연탄불을 썼는데 그 전까지 형님은 연탄 불 조절 하려고 아예 가게에서 주무셨다"며 "지금 나더러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된 세월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곳에서든 맛을 인정받으니 뿌듯하단다. 평안도집의 족발은 2007년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15권에 소개됐다. 이 집 족발을 먹고 반한 허 화백이 이경순 할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만화 속에 그대로 그려넣었다. 2009년 방송에도 소개됐다. 

 

 
조금 모자라게 준비

 
장충동의 족발집 중에서도 원조로 꼽히는 평안도집 입구. 김경록 기자

장충동의 족발집 중에서도 원조로 꼽히는 평안도집 입구. 김경록 기자

방송을 타고 이름이 알려지자 손님이 크게 늘었다. 백화점 입점 제안에 프랜차이즈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이 할머니는 모두 거절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두 가지 장사 원칙 때문이다.첫 번째 원칙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 날 삶은 고기는 무조건 그 날 다 판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모자라게 족발을 준비한다. 빠르면 저녁 8시, 보통 오후 9시면 족발이 다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남은 족발이 아까워 다음날 데워 팔면 손님이 금세 안다"며 "그럼 그 손님은 다음부터 안오니까 그게 더 손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원칙은 세월이 흐르고 맛 유행이 달라져도 본인 방식대로 음식을 내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분점을 내면 안 된다는 게 이 할머니의 생각이다.
"솥 하나만 바꿔도 맛이 달라지는데 이 집 저 집 어떻게 같은 맛을 내. 가게가 많으면 처음엔 좋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맛이 달라지고, 그럼 분점 뿐 아니라 본점에도 손님이 안 와. 다 같이 망하는 거지. 그래서 난 그냥 우리 집에서만 장사할 거야. " 

 

 
맛·가격 3년 전과 똑같아  

 
이경순 할머니(오른쪽)와 함께 가게를 꾸리는 조카며느리 홍순옥(58)씨. 김경록 기자

이경순 할머니(오른쪽)와 함께 가게를 꾸리는 조카며느리 홍순옥(58)씨. 김경록 기자

맛대맛에 소개한 후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쉬지 않던 평안도집에 휴무일에 생겼다. 2016년 6월부터 월요일은 쉰다. 다만 2017년 10월은 추석 연휴가 길었던 탓에 월요일이지만 30일에도 문을 연다. 다른 건 여전히 그대로다. 초창기부터 거래하던 파주의 농장에서 돼지고기를 받는다. 레시피도 마찬가지. 이 할머니 방식 그대로 센 불에서 뚜껑을 열고 고기를 삶는다. 간장이 골고루 스며들게 30분 마다 큰 주걱으로 저어준다.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이 할머니는 여전히 건강하다. 하지만 가게엔 전처럼 매일 나오진 못한다. 대신 2011년부터 할머니를 도와 가게를 꾸려오던 조카며느리 홍순옥(58)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식재료랑 인건비가 올랐지만 불경기로 모두 힘들잖아요. 우리가 조금 덜 이익을 남기더라도 오시던 분들이 편안하게 오셨으면 하는 마음이죠. "

[출처: 중앙일보] [맛대맛 다시보기] 간장·생강으로만 맛 내는 전통 족발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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