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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아주 멋진 가짜’… 비닐백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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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4-23 12:59 조회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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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2018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한 얘기다. 그의 말처럼 올봄 샤넬의 신제품 대부분이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만들어졌다. 모자·부츠·장갑 등의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판초·스커트 등의 의상에도 PVC가 적극 사용됐다. 샤넬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2018 봄·여름 시즌의 트렌드 키워드로 ‘비닐’이 자주 언급됐다. 디올, 캘빈 클라인, 버버리, 셀린, 발렌티노 등 유명 패션 하우스가 약속이나 한 듯 PVC 소재로 만든 패션 아이템을 내놨다. 그 중 여심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PCV 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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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 소재의 투명 비닐백이 올봄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사람들은 가볍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닐백에 재미와 매력을 느낀다.

 

 

 
물건 사면 담아주는 비닐백이 원조?

 
다양한 브랜드에서 PVC 소재의 투명백을 선보였다. ①② SPA브랜드 자라에서 선보인 투명백. 캐주얼한 매력이 돋보인다. ③④ PVC백 열풍을 몰고 온 셀린의 솔로 클러치. 클러치를 구매하면 포장지 대신 담아줬던 투명백이 오히려 주목받았다. ⑤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샤넬의 투명 비치백. ⑥ 슈퍼마켓 비닐 봉투를 연상시키는 버버리의 PVC백.

다양한 브랜드에서 PVC 소재의 투명백을 선보였다. ①② SPA브랜드 자라에서 선보인 투명백. 캐주얼한 매력이 돋보인다. ③④ PVC백 열풍을 몰고 온 셀린의 솔로 클러치. 클러치를 구매하면 포장지 대신 담아줬던 투명백이 오히려 주목받았다. ⑤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샤넬의 투명 비치백. ⑥ 슈퍼마켓 비닐 봉투를 연상시키는 버버리의 PVC백.

지난 2월 출시된 셀린의 솔로 클러치가 대표적이다. 2월 16일 미국 워싱턴의 노드스트롬 다운타운 시애틀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 독점 판매된 이 클러치는 클러치를 구매할 때 함께 준 투명 비치백이 유명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마치 식료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담아주듯, 투명한 비닐 백에 가죽 클러치가 들어있는 이 가방의 가격은 590달러다. 거의 60만 원대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히트를 쳤다. 국내 매장에도 소량 입고됐지만, 지금은 ‘완판’되어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셀린’ 로고가 새겨져 있을 뿐 판매용도 아닌, 쇼핑백 개념으로 한정 생산된 이 가방은 현재 이베이를 비롯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귀한 대접을 받으며 거래되고 있다.
샤넬의 비치백도 상황은 같다. 런웨이에서 모델이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가죽도 아닌, 값싼 PVC 소재의 백에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할까 싶었지만 막상 출시되고 나서는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팔려나갔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자라 등의 SPA 브랜드와 럭키 슈에트 등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투명 비치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고루한 이미지 대신 재미와 위트 입혀

 
PVC 소재 투명 백의 인기는 지난해 봄 쇼핑백을 연상시키는 명품 브랜드의 쇼퍼백이 인기를 끌었던 현상과 닮았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에 브랜드 로고만 단순히 프린트 된 형태라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1000원짜리 장바구니와 똑같은 모양에 소재만 가죽으로 바꿔 출시해 논란을 불렀던 발렌시아가의 200만원대 오버사이즈 쇼퍼백이 대표적이다. 2016년 주목받았던 꼼 데 가르송의 PVC 쇼퍼백도 비슷한 경우다. 마치 꼼 데 가르송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 처럼, 누런색 종이봉투에 투명한 비닐이 덧씌워진 이 가방은 출시될 때마다 품절 사태를 빚었다.
쇼핑백에 비닐을 덧씌운 듯한 형태의 꼼 데 가르송 쇼퍼백. 멋스러운 일상룩 연출에 제격이다.

쇼핑백에 비닐을 덧씌운 듯한 형태의 꼼 데 가르송 쇼퍼백. 멋스러운 일상룩 연출에 제격이다.

명품 로고가 박혀 있을 뿐 소재도 디자인도 평범한 플라스틱 쇼퍼백, PVC 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기존 가치를 뒤엎는 전복적 사고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그리고 파격이다. 누구도 가치를 둘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쇼핑백·비닐백에 가치를 부여하고 심지어 이를 고가에 거래한다. 가짜, 싸구려, 일회용 제품이라는 플라스틱의 이미지는 명품 브랜드의 고루한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스트리트 패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수혈하려는 명품 브랜드들의 노력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18』에서 ‘아주 멋진 가짜’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은 바 있다. 지루하고 심각한 진짜보다 재미있는 가짜가 낫다는 의미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들어야 할 것 같은 지루한 가죽 가방보다, 그 위에 프린트된 로고마저도 가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흐느적거리는 비닐백. 요즘 젊은이들은 후자에 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한 멋이 장점

 
투명한 PVC 백은 그 안에 어떤 것을 넣느냐에 따라 자신의 개성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카메라, 즐겨 읽는 잡지, 심지어 과일까지…. 실제로 PVC 백을 든 패션 피플의 스트리트 사진을 보면 훤히 비치는 내용물에 따라 스타일의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비닐백의 물품들을 통해 색다른 자기표현도 가능하다. 일상에 재미와 위트를 주는 패션인 셈이다. 
비록 고가이긴 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PVC 백은 장점이 확실하다. 어떤 차림에 들어도 자연스럽다. 일부로 멋을 안 낸 것 같은 ‘쿨함’은 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한 룩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소품은 없다.
가격을 제외하곤 에코백과 공통점이 많지만, 요즘처럼 쓰레기 문제가 대두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생활에 가치를 둔 에코백과 PVC 백을 동일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 실제로 샤넬의 2018 봄·여름 컬렉션은 주요 환경오염
원 중의 하나인 PVC를 주제로 한 패션쇼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 ‘아주 멋진 가짜’… 비닐백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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