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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신비한 엘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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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6-25 08:52 조회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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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성 희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 꿈속에서나 볼 법한. 신들이 사는 천상. 상상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장소. 
  아잔타 석굴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세계의 경이로움이라 불리는 엘로라에 당도했다. 굽타, 찰루카, 라슈트라쿠타 왕조 시대(6C-10C) 만들어진 이 석굴은 500년에 걸쳐 완성돼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를 합쳐 총 2킬로미터에 34개의 석굴을 조성했다.  
  시바 신의 산 히말라야 카일라사를 본떠 만든 16번 석굴 카일라사나타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바위를 잘라내고 파낸 돌덩이만 20만 톤. 오직 정과 망치로만사원을 짓는데 100년이 걸렸다. 높이 29미터, 길이 50미터, 폭 33미터 사원은 시바 신께 바쳤다. 사원엔 실물 크기의 수많은 코끼리, 시바신과 여신들, 오벨리스크, 신화 속 주인공 조형물이 기풍 당당하게 서 있고 기하학적 문양이 화려하고 세밀하게 새겨졌다.
  살아 있는 듯한 신들이 내게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너는 현생을 잘 살고 있느냐?” 
  한쪽엔 ‘모든 것은 마하바라타에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암호처럼 조각돼 있다. 20만개가 넘는 운문에 등장 인물이 3천명에 달한다는 마하바라타의 한 구절을 읊어본다.
  ‘최선의 것이라 해도 그 속에는 악의 요소가 들어있다. 세상엔 온전히 선한 것도, 온전히 악한 것도 없다. 행위가 있는 곳이면 얼마만큼의 악이 있다.’   
   인간의 끈질긴 행위로 불가능이 가능이 되고, 무가 유가 되고, 예술이 되고, 감동이 된다. 분명, 이곳은 신의 재주를 초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 틀림없다. 
  승려들이 수행했던 큰 석굴, 부처님과 신화, 우아한 자태의 보살들과 지혜의 여신 마하마유리(불교에 귀의한 힌두 신)가 있는 1번부터 12번 불교 석굴로 발을 옮겼다. 지나가는 인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서 한국인이라고 하니 10번 석굴을 가란다. 겹겹 아치형 내부천장과 스투파 앞에 부처님이 모셔진 고요한 예배당이다. 자비로운 모습이 한국 부처님과 겹쳐진다. 기원전 6세기경 고타마 붓다(석가모니)에 의해 불교가 발생해서일까 부처님이 젊다.
  아까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돌 공예품을 사달라는 장사꾼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따라붙는다. 아무리 꼬셔도 비싸고 무거워 안 산다고 해도 2시간째 쫒아 다닌다. 땀 나고, 힘들고, 두 애들 물 달라, 다리 아프다 찡찡대는 것도 버거운데, 돌덩이를 한 짐 사서 안고 다니라니? 
  시바, 두르가, 비슈누의 화신들이 있는 13번부터 29번 힌두교 석굴은 감각적이고 역동적이다. 외관이 아름다운 21번 석굴은 강가의 여신, 시바와 파르바티의 결혼, 라바나, 난디, 가네쉬, 칼리와 수호자들이 입구부터 안쪽까지 가득하다. 힌두 신들은  어디서나 관능적 에너지가 넘친다. 그 기운을 받고 카일라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두마르레나’로 불리는 자유공간분리구조로 지은 29번 석굴 앞 폭포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고대 시대로 돌아가 보는 상상을 해본다. 수많은 등잔불이 켜지고, 온갖 향불에서는 향이 모락모락 날리고, 그 안에선 신들이 나를 내려다본다. 
  불교 윤회설을 믿고,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 ‘불살생’을 교리로 하는 자이나교는 어떤 곳일까. 
  엘로라 석굴 중 가장 늦게 지어진 자이나교 석굴 30-34번을 가려면 버스나 릭샤를 타고 1킬로미터를 가야한다. 자이나교는 불교 붓다와 동시대인 마하비라(바르다마나, 6C)의 가르침에서 유래한 무신론적 자력 신앙이다. 이들은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영혼의 해탈을 목표로 한다. 해탈에 이르려면 아힘사(ahimsa, 해치지 않음)라는 바른 행동을 중요시 여긴다. 
  자이나교 석굴 중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건축된 32번 석굴에는 신 같은 존재 마하비라는 부처님 자세로, 마탕가는 코끼리위에, 시다이카는 사자를 타고, 바후발리는 포도나무 앞에 서 있는데 교 규율에 따라 모두 발가벗은 채다. 
  땀범벅이 된 돌 공예품 장사꾼이 이제 싸게 줄 테니 다 가져가라고 보따리를 안긴다. 나는 어떨 결에 여러 마리의 코끼리를 사고 말았다. 코끼리 뱃속에는 모두 또 한 마리의 새끼 코끼리가 들어 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코끼리가 당신을 보호하고 행복과 부를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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