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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교사 정년 8년 남기고 여행작가로…하루하루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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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31 10:02 조회1,9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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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인생 전반전을 대한민국의 국어교사로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교단을 떠났다. 인생 후반전에는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 계획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우주를 통째로 선물로 받는다고 생각한다. 너무 크고 넓어서 내가 받은 선물을 가늠도 못 하면서 살지만, 지구별만이라도 속속들이 다 살펴본 다음에 반납하고 싶다.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다가 알게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며 사는 것이 여행 작가로서의 꿈이다.’  
  
나는 2016년 8월 31일 자로 명예퇴직을 했다. 그런 다음 다섯 번째로 나온 책과 여섯 번째로 나온 책의 저자 프로필을 위의 글로 바꾸었다. 나는 정말로 받은 선물을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한 채 반납하고 싶지 않다. 세상 구석구석을 다 살펴보고 싶다.  
   

명예 퇴직하던 날, 마지막 수업을 한 학생들과 함께. 아쉬워하면서도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떠나는 나를 학생들은 이해하고 응원해 주었다. [사진 신양란]

명예 퇴직하던 날, 마지막 수업을 한 학생들과 함께. 아쉬워하면서도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떠나는 나를 학생들은 이해하고 응원해 주었다. [사진 신양란]

  
나는 직장생활이 힘들거나 싫어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여행 작가로 살고 싶은 열망을 가슴에 담은 채 교단에 서는 것이 마치 양다리를 걸치는 것처럼 떳떳하지 못해 하나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가족과 동료, 심지어 학생들조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정년을 9년이나 남겨두고 명예 퇴직하는 나를 이해해 준 것이다. 
  
40대 중반부터 나는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하면서 살까?’를 생각하곤 했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해본 끝에 내린 두 가지 결론은 ‘좋아하는 여행을 맘껏 하고, 그 여행을 글로 정리해 책으로 내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강의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또 여행을 떠나자’와 ‘그 모든 일을 남편과 함께하며 사이좋게 늙어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제일 먼저 여행 관련 책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출판사의 문턱은 내가 넘기에 너무 높았다. 원고를 보내는 출판사마다 ‘귀한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우리 출판사와는 맞지 않으므로…’라는 거절의 답신을 보내왔다.  
  
아무래도 노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낙심하던 찰나, 전자책 출판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게 됐다. 전자책 출판은 진입 문턱이 낮다는 내용이었다. 꺼져가던 꿈의 불씨를 되살려 7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유명작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석 달마다 통장으로 인세가 들어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학생들이 나와 작별하며 써 준 글들. 훌륭한 여행 작가가 되라고 당부한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사진 신양란]

학생들이 나와 작별하며 써 준 글들. 훌륭한 여행 작가가 되라고 당부한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사진 신양란]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 출판사와 인연이 닿았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낸 책은 꽤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출판사에서는 아예 시리즈로 내자고 제안해 왔다. 현재 6권의 책이 나왔고 일곱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책 출간은 강의 요청으로 이어져 지금도 여행 인문학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40대 중반에 꿈꾸었던 나의 첫 번째 계획은 이뤄졌다. 책의 사진을 담당하는 남편과 늘 함께 여행 다닌다. 매니저 해주겠다며 명예퇴직한 남편과 지방 강의 때는 여행하는 셈 치고 함께 다니니 두 번째 계획도 이뤄진 셈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생에 나라를 하나만 구한 건 아닌 팔자”란 말을 들으며 더없이 행복한 은퇴 후 생활을 하고 있다.  
  
명예 퇴직하고 학교 밖으로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운 좋게도 여행 작가 겸 여행 인문학 강사로 잘 살고 있다. 언젠가는 두고 온 둥지를 그리워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 때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행복한 은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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