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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튀기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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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02 14:03 조회1,5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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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어느 비오는 봄날 코모레이크에 산책하러 갔다. 호숫가 구석진 한곳에 외로이 떠있는 오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거위도 아닌 것이 있었다. 카나다에서는 흔히 루니 (1불 동전에 그려져 있는)라고 한다.  입쪽을 보면 오리 같은데 뒤궁뎅이쪽을 보면 거위 같았다. 나혼자 추측해 본다. 밤눈이 어두워서 서로 다른 종들이 짝짓기를 한 것인가? 그 외로운 튀기오리는 몸집이 보통 오리보다 두배나 컸다.

 

내가 처음 이사와서 이른 아침 산책할 때 그날도 비가 왔다. 어미가 새끼 루니들을 7~8마리 데리고 호숫가에 나와서 길을 지나 잔디로 가고 있었다. 나는 불현듯 귀여워 집에서 키워보려고 쓰고 가던 우산을 땅으로 가려서 어미와 떨어진 두마리중 한마리를 집어 올렸다. 그러다가 그냥 애처러워 1-2분내로 도로 땅에 내려 놔주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공원에서 새를 잡거나 고사리같은 것을 꺾는 것은 불법이고, 어떤 조치를 받는다고 한다. 그사이 어미 루니는 수컷 루니에게 공격적인 행동을(새끼를 방어하지 못했다는 꾸지람을 주듯이) 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도 산책을 하면서 그들 곁을 지나는데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몰라도 부리를 벌리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자기 새끼를 잠시 잡았던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알낳는 곳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처럼 (빅토리아 살 때 어린이 자연학습장에서 연어를 해부해 머리부분에 콩알만한 뇌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루니에게도 그런 뇌가 있는가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친구 하나는 집앞에 놓인 까마귀 시체를 쓰레기 통에 버렸는데 동료 까마귀들이 한동안 그집 앞에서 까악 거리며 울부짖어 이민 온것을 후회하고 다시 돌아갈 생각까지도 했단다.

 

 여기 이민 온 가정들은 저마다 자녀들의 결혼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 이민 왔을 때 나는 큰딸은 한국사람하고 결혼하고, 둘째는 어떤 국적의 상대하고도 무관하게 결혼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저희들만 좋다면 국적을 초월해도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내 둘째딸은 홍콩인과 결혼하였다. 그들 둘은 서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사돈끼리는 의사소통에 있어 언어가 틀려 조금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충분히 서로 이해하고 좋은 사돈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옛날 어렸을적 내가 사는 후암동에 흑인병사와 한국인 여자 사이에 난 혼혈아가 있었다 .그 아이는 여러사람들을 의식하며 살았을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된다. 카나다같이 다민족끼리 혼인하여 낳은 자녀들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요즘 시골 청년과 결혼한 아시아 여러나라 처녀들의 자녀들이 잘 적응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보여진다. 카나다 자체는 국가의 구성이 다민족 사회로 이루어지고, 한국은 배달민족이라고 여기는 한국에서 태어난 혼혈아의 위상자체가 많이 다르다고 본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과 결혼해도 행복하게 잘 살면 그리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외로운 튀기오리를 통해, 서로 다른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의 결혼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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