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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위스키를 왜 와인 오크통에…풍미 더하는 피니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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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07 11:35 조회2,4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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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편집자>

  
“이 위스키를 마시니 눈앞에 꽃밭이 펼쳐지고, 벌들이 내 혀 위에 꿀을 한 방울 떨어트린 것 같으며, 남국의 열대과일 풍미가 꿈틀대고, 블루베리 향이 코끝을 맴돌아…” 
  
위스키를 처음 마실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들이 남다른 감각기관을 가진 건지, 아니면 표현력의 천재인 건지. 같은 술을 마시고도 무덤덤한 내 코와 혀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간에 미안해질 만큼 위스키를 마시고 나면 꽃과 꿀, 열대과일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오크통서 최소 3년 지나야 ‘위스키’로 탄생  

위스키가 이런 다양한 향과 맛을 품는 건 숙성 때문이다. 증류를 마친 투명한 위스키 원액은 오크통에 담겨 숙성된다. 최소 3년이 지나야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발베니, 글렌피딕 증류소 등을 소유한 윌리엄 그랜트 & 선즈 (William grant & Sons)의 마스터 블렌더(주류 제조전문가) 브라이언 킨즈맨(Brian Kinsman) 은  
 "위스키의 풍미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최초의 3년입니다. 왜냐하면, 이 기간에 다양한 특성이 급속히 덧입혀지기 때문입니다.  6~18개월간은 위스키의 밸런스가 잡히지 않습니다. 밸런스를 갖추려면, 3년이라는 시간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각종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위스키. [사진 김대영]

각종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위스키. [사진 김대영]

  
위스키 숙성에 가장 많이 쓰이는 오크통은 쉐리 오크통과 버번 오크통이다. 쉐리 오크통은 스페인의 쉐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이고, 버번 오크통은 미국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이다. 쉐리와 버번, 각각의 술이 가지고 있던 향과 맛을 위스키 원액에 덧입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쉐리 오크통은 드라이후르츠, 건포도, 견과류 등의 풍미를 입히고, 버번 오크통은 바닐라, 벌꿀, 시트러스 등의 풍미를 입힌다. 
  
1980년대까지는 이들 오크통이 위스키의 평생직장이었다. 제품화되기 전까지 하나의 오크통에서만 숙성됐으니까. 그런데, 데이비드 스튜어드(David Steward)라는 사람이 철밥통에 안주하던 위스키에 경종을 울렸다.

바로 '피니싱(finishing)'이라는 숙성 기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오크통에서 숙성되던 위스키를 다른 오크통에 옮겨 담아 추가 숙성을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쉐리냐 버번이냐 한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던 위스키가 제3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위스키 라벨 왼쪽에 CASK TYPE ‘버번 혹스헤드, re-racked in 쉐리 혹스헤드’라고 쓰여있다. 이것은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 하다가 쉐리 오크통으로 피니싱했다는 뜻이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 라벨 왼쪽에 CASK TYPE ‘버번 혹스헤드, re-racked in 쉐리 혹스헤드’라고 쓰여있다. 이것은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 하다가 쉐리 오크통으로 피니싱했다는 뜻이다. [사진 김대영]

  
지금은 피니싱 기법이 보편화해 많은 위스키 증류소에서 사용하고 있다. 맛이 뒤죽박죽 섞여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두 가지 오크통의 좋은 맛을 머금은 훌륭한 위스키로 탄생한다. 맛의 폭이 넓어진 위스키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새로운 향기를 내뿜어 우리의 코와 입을 기쁘게 해준다. 

 

고급 와인 오크통으로 옮겨져 신분 상승하기도

최근에는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위스키를 피니싱하는 게 유행이다. 위스키를 당도 높은 소테른 와인 오크통으로 피니싱해 달콤하게 만들기도 하고, 라피트 로쉴드 같은 고급 와인 오크통을 만나 신분 상승을 꾀하기도 한다. 이런 시도는 와인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스키 쪽으로 끌고 오는 역할도 한다. 물론, 반대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와인에 관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위스키도 환승한다. 여러 오크통을 거쳐 새로운 향과 맛을 겹겹이 쌓아나간다. 그리고 그 모든 향과 맛이 조화를 이뤄 완성된 하나의 위스키를 만들어낸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나의 인생관이나 하나의 취미, 그리고 하나의 직업만으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길고 세상은 복잡해졌다.

위스키처럼, 우리 인생도 환승하면서 지나온 길에 새 길이 더해진다. 좁은 길에서 앞만 보다가 넓은 길에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챙긴다. 바닐라 향에 자두 맛이 더해지고 혀 끝에넛츠의 고소함까지 남는다면, 얼마나 맛있는 인생일까.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kim.d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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