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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그레이스 강의 손거울] 여자가 여자사람 노인이 되어가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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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레이스 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09 14:50 조회4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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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노래를 부를 때, 한 옥타브가 낮아져서 남자 키로 부르게 된다.

한때는 구슬이 쟁반에 굴러가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양희은의 '아침이슬'정도는 그런대로 불렀던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이었었나?

게다가 기타까지 배우러 다니고 통기타를 치기도 했다.

 

나에게 통기타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가수 이장희였다.

 콧수염이 난 외모나 목소리나 가사나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정형화된 한국노래와는 전혀 다른, 흐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치라고 하기엔 어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있는 창법의 신인간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었다. 기타의 신처럼 보이는 수려한 반주에 틀릴듯 하면서도 가까스로 이어가는 그의 노래와 연주에 매료되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서 주변에 이름만이라도 아는 사람이 신문에 난 적은 절대 없었다. 그런데 신문의 하단 한 쪽에 해외토픽란이 있고 그 옆에 '이장희 결혼'이라는 단신이 떴다. 그 날 부터 곡기를 끊은 것이 아니라 당분간 기타를 끊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그의 결혼과 내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왜 그런 발상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지금 연예인 광팬의 반응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1970년대에 남자들은 장발에 개혓바닥같은 남방의 깃에다 아가씨들은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서 경범죄에 걸린다고 안달하면서도 짧게 입지못한 한이 맺혔는지 혹한의 겨울에도 짧은 치마에 비치는 스타킹만 신고  오돌오돌 떨면서도 싸돌아 다니기도 했었다. 

여자들이 노인이 되어가면 몸의 골격이 허물어져서 어떤 옷을 입어도 안 어울리고 아무리 화장을 분장수준으로 해도 거뭇거뭇한 기미와 얼굴 가득 빼곡한 점들, 게다가 목에는  피가 섞인 피점까지 있어서 도저히 감출 수가 없으며 비대칭의 얼굴은 웃으면  무섭기까지 하다고. 지금 일본에서 개발하는 인공피부에 가까운 화장품이 나온다면 몰라도.

우리같은 동양인은 털에 대해서 그리 민감하지 않지만 서양여자들은 다리털을 시작해서 확실한 제모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공을 들인다. 

그래도 서양여자들은 노인이 되면 홀몬이 바뀌면서 코밑에 거뭇한 수염도 나고 목소리도 완전히 남자처럼 변한다. 보통 뒤에서 보면 아가씨인줄 알았다며 아부까진 아니더라도 귓맛이 좋은 농담이 서양할머니들에겐 전혀 맞지 않는다. 짧은 커트머리를 한 할머니들은 목소리도 거의 남자 목소리여서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남자노인과 구분이 되지않는 경우가 많다. 얼굴의 주름도 작은 정사각형의 주름이 많은데 내가 아는 어떤 서양할머니는 72세 치고는 얼굴에 주름이 없고 고와서 칭찬을 했더니 목까지 올라온 스웨터를 확 내려 보이는데 얼굴과 비교할 수 조차도 없는 목주름이 가득해서 깜짝 놀란 내모습을 알아차린 후에 한다는 말이 몸과 얼굴의 늙는 속도가 다른 것도 자기엄마를 닮은 유전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할 말을 잊었었다.  

 

젊었을 때 나타났던 성의 특징이 나이가 들면서 중성으로 되어감과 동시에 태도도 우악스러워지는 아줌마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모이면 예전에  들어 볼 수도 없던 희한한 웃음소리가 우렁차다. 부끄러움을 잘 모르는 것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습관인 것 같다. 이제는 집에서 브라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고(뽕브라를 해도 될까말까 한데도) 뽀글이 파마를 해도 아무렇지 않으며 식탁에서 꼭 한다리를 세우고 앉아야 편하다

 

'미쉘 푸코'의 말처럼 '욕망이 있는 곳에 권력이 나타난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맞는 말인 것 같다. 돈도 외모도 몸매도 권력인 세상에서 나이들면서 따라오는 상실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은 어쩌다가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노래를 들어보니 그 옛날에 느꼈던 감흥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막같이 다 말라서 버석한 느낌만 있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여자가 늙어갈 때 느끼는 병맛 감정에 약간은 촉촉한 물기가 스며드는 느낌을 가지면서 '늙어도 여자는 여자'라는 말에 반쯤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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