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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그레이스 강의 손거울] 저출산이 웬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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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레이스 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31 10:01 조회1,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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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가 있던 아주 먼 옛날에 가수 유주용씨의 누이인 모니카 유가 나온 '파란눈의 며느리'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어렸을때라서 그 내용을 다 기억은 못 하지만 서양며느리가 한국에 시집을 와서 겪는 좌충우돌 신부일기였던 것 같다. 그 옛날에 국제결혼이라는 것은 잘 하지않을 뿐만 아니라 거의 금기시 될 정도로 기피하고 그들의 자녀들도 혼혈아로써 겪는 아픔이 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후로 반세기를 지나보니 글로벌화라는 기치아래 한국사람들이 세계 도처로 퍼져 나가서 살면서 내 나라가 아닌 낯선 땅에서 자녀들을 낳고 키우고 결혼을 시키는데 그들의 배우자가 같은 한국사람이어야 속이 편한 한국부모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서양처녀, 총각들과 결혼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도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서양며느리를 보게 된다는 것은 상상해 보지도 않았다.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미래의 신부감으로 서양아가씨를 집으로 데려온 날,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이 서양아가씨의 미래 희망이 '현모양처'라는 말에 한번 놀라고 깍두기김치를 와작와작 잘 먹는것에 두번 놀랐다.   문화와 언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음식들이 전혀 다른 사람과의 결혼생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과 경험하지 못한 여정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서양며느리는 생각조차 하지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할머니도 치매에 걸리면 영어를 다 잊어버리고 한국말을 한다든지, 오랜 외국생활에서 늘 먹고 살았던 서양음식에 아무리 익숙했어도 서양양로원에 들어간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매끼 나오는 감자에 질려서 양로원을 뛰쳐나오고 만다는 이야기가 있을정도로 언어와 음식은 삶의 전부임에 틀림없으니 나의 걱정도 당연하다고 합리화를 했었다.

그 많은(그렇게 많지만은 않은)한국 아가씨들을 두고 하필이면 서양며느리를 봐야하는지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며느리가 바리바리 싸준 도시락가방을 들고 초등학생처럼 신나서 출근하는 아들을 보면 자신의 꿈인 현모양처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아기를 많이 낳고 싶어하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대견하게 생각하고 기뻐했는데 셋째를 낳은 후에 1년도 안 돼서 넷째 운운하는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산아제한 시절에 정부시책에 맞추어 아이 둘을 낳은 나 한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로 들렸다.  조부모의 황혼육아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존재하므로.  그 증거로 에너지가 많은 남자 아이들 셋을 돌봐 주고 집에 와서 너무 피곤해서 쉬려고 잠시 누우면 거의 기절을 한다. 며느리의 친정어머니인 안사돈(물론 캐나다인)의 형제는 무려 11남매인데 밥을 먹어도 항상 2조로 나누어 먹어서 급하게 먹었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음식을 빨리 먹는다고 한다. 어릴때 엄마가 항상 임신중이어서 배불러 있는 모습만 기억에 남아있다는 안사돈을 보고 내 며느리를 보면 다산형이 집안의 내력인가 보다고 생각한다가도 아이들 네명은 벅차다는 생각만 머리속에서 맴돈다. 

캐나다에는 소위 아이들 우유값이라는 아동복지 수당을 아이가 18세가 될때까지 정부에서 지급한다. 부모의 수입에 따라서 차등으로 액수가 정해지는데 수입이 없는 극빈층은 일인당 500불 정도 나오는 집도 있어서 아이가 세명이면 아이들을 기본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조를 해 준다고 한다. 연금공단에서는 연금계산을 공정하게 하고 정부는 국민들이 존엄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생활보조를 해 준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서 생활보조금을 받는 수혜자가 해외여행을 여러번 간다든가 하면 금방이 아니라도 보조금이 끊기거나 정산을 한다고 한다. 이 나라가 어떤 면에서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모든 진행이 느리며 어리숙해 보여도 끝까지 추적해서 진실을 규명하는데는 선수이다.  

잔머리 굴리는 것도 안 통하고 얼렁뚱땅은 더 안 통하는 원칙의 나라 캐나다.

 넷째를 낳겠다고 아들도 흥분해서 들떠있으니 만약에, 만약에 정말 낳는다고 하면 소위 더블케어의 기간이 얼마나 더 연장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없는데 저렇게 좋아하니 대책없는 부부라고 웃고 넘기기엔 나야말로 대책이 없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며느리 친구들의 아이들이 기본이 셋이요, 네명도 있고 다섯명도 있다고 한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것도 아니고 친구따라 아이를 많이 낳으려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터울이 없이 다음 아이를 낳으면 같은 성을 낳기 쉽다는데 며느리는 아들 셋을 낳고 네번째로  딸을 낳고 싶어서 딸 이름을 '줄리아'로 지어놓았다고,

한국에서는 출산이전의 결혼도 선택사항이 되어가는데 우리의 서양며느리는 여건만 되면 넷이 아니라 다섯도 낳을 기세이니 이 파란눈의 며느리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한마디 질문을 하면 차분하게 열마디 대답을  해주는 며느리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키우고 있고 컴퓨터를 하면서도 아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몸이 부서지는지도 모르며 아이들이 먹다가 잠이 들면서 쥐고 있던 뜨뜻미지근한 사과를 먹는 비위좋은 아들.  둘 다 자격은 있다만 네명의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원초적인 걱정때문에 아직 세상에 있지도 않은 넷째 아기에 대해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면서 우리 집에서 저출산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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