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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동시를 품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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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9-13 15:11 조회1,4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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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숙인(수필가,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회원)

 

요즘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시나 동화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냉정하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쳐 찢기고 상처난 마음을 위로받고져 어린 시절로 잠시나마 되돌아 가고픈 마음이 불현듯 현대인들에게 되살아난 까닭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을 벗어나 동시나 동화가 필요했던 유아 시절로 돌아가 아무런 잡념없이 잠깐이나마 순수하고 평온한 동심의 세상 가운데 머무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무의식중에 표출되는 것이리라. 책꽂이에 꽂혀진 책들 중에서도 동시 그림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꽂혀있는 책들을 모조리 집어 들었다. 딸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읽어주던 책들은 많은 손길을 거친 탓으로 귀퉁이들이 모두 닳았고 손때가 묻어 새까맸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친숙함에 마음이 마냥 설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허브차 한 잔을 만들어다 놓고 첫 책을 펼쳤다. 유월 초의 미풍이 열어놓은 창 너머로 뺨을 간질거리며 드나들었다. 깜박 초저녁 잠이라도 들만큼 전신이 나른한게 아주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이제 곧 내일의 맑음을 알리는 별들이 밤하늘 가득 총총히 뜰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슴을 콩당거리게 했다. 첫 장을 넘기니 동시와 함께 예쁜 그림이 펼쳐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두 쪽에 걸쳐 여백없이 채색되어 그려진 그림은 동시에 걸맞게 티없이 맑고 고왔다. 현란한 색채를 쓰지 않아 단순했고 고요했으며 그림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이 평화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세상에 물들었던 나의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은 더 없이 순수함을 향해 나래를 펼치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처럼 자유로웠다. 내 안에 품었던 욕심의 마음들, 이유없이 가졌던 미움의 마음들이 모두 달아나버리고 한없이 착해지고픈 욕망이 샘솟듯 뭉글뭉글 가슴 한 켠에서 피어올랐다.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동시는 내 안에 품은 여러가지 복잡하고 성가스런 세상의 일들을 순식간에 말끔히 사라져 버리게 하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다. 단순하고 쉬운 말로 이루어진 동시안에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지혜와 진실의 힘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 하나도 없듯이 읽는 내내 그 힘은 천천히 나를 동화시키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였다. 동시를 읽는 짧은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많이 뉘우치게 하고 초등학교 일학년으로 되돌아가 친구와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임선생님 앞에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우리에게는 종종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고 하여도 현실앞에 주저앉아 통곡할 때가 있다. 마음이 허하고 걷잡을 수 없이 정신이 피페하여 보이지 않는 정글을 헤매는 느낌으로 숨만 겨우 내쉬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할 때도 있다.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다 물빛 새벽을 맞으며 충혈된 눈으로 동트는 하늘을 바라만 보며 절망할 때가 있다. 나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던 친구는 이미 떠나버리고 없는데 누군가 손내밀어 붙잡아 주는 이 없는 세상을 정처없이 홀로 떠돌고 있다며 허무할 때가 있다. 내 안에 품은 마음의 허기를 잠재우고 힘있게 다시 정진하기 위하여는 내 안에 다시금 동시를 품어야 한다.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진실의 힘을 나누어 줄 동시를 가까이 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믿듯이 우리 어른들도 마음에 동시를 품고 이따금 그것을 꺼내어 들여다보며 힘들고 어려울 때는 거뜬히 이겨내는 지혜로움을 즐겁고 감사할 때는 진실이 살아있다고 믿어보도록 하자. 세상의 지혜와 진실은 책속에 살아 숨쉬고 우리에게 좋은 긍정의 기운을 전달해 준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이 읽는 동시 속에는 무궁무진한 요소의 지혜와 진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갖게 해주는 동시를 어른들이 마음에 품어 진정한 거울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세상은 한층 밝고 따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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