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말 동무 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9-28 09:06 조회1,50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 제주 만나서
이 승 돈(시인.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반딧불이 인도하는 길 반경 내
낚시 간 저수지 인근 젖은 풀밭
어린 말을 말뚝에 묶어두고
주인은 제 집으로 잠들러 갔다
한 움큼 들꽃 집어 환심 사렸더니
고개 내저으며 땅 긁는 품이
불청객 따윈 범접 말란 태세다
이제나 저제 나도 딴청 부리며
어신(魚信) 없는 떡밥 개다가 보니
저만큼 던져놓은 쑥부쟁이 망초 따위
어느새 콧김 방긋 호기심 갖는 낌새
슬며시 다가 콧등 악수 말 트는 사이
목덜미까지 내주는 게 사뭇 황감하다
이후로 친구 삼아 재롱 떠는 망아지
낮길 지나며 경적 울릴 때도
나임을 알아채고 기뻐 설쳐 나댄다
떼어놓은 젖먹이 마음 쓰인 어미처럼
밤배 불 밝힌 오밤 그를 찾아 나서면
망아지는 어떤 꿈 꾸다 새로 깼는지
혼자 심심치 않더냐고 머리 쓸 땐
괜한 걸 왜 묻느냐고 등 떠미는 그와
아침을 걷어갔던 안개들이 다시
개펄 밀물 흥건한 별 이슬 데리고
밤 이부자리 펴놓는 풀 더미 속에서
벌레소리 한참은 귀 기울이거나
달 오름 민둥산을 오래도록 지켜봤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