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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나는 나의 어리석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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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석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0-19 09:39 조회1,7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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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석중

나는 나의 모자람이 좋다.
꽉차있지 않아서 안심되고
빈큼이 있어서 넉넉하다.

나는 삼등이 좋다.
네 명이 있을 땐 사등이 좋다.
열 명이 있을 땐 열등, 나는 열등하다.

나는 항상 분발한다.
잘하는 사람들의 분발과는 달라서
해도 해도 안되는 노력이긴 하다.

나는 항상 뒤에 선다.
나중으로 처진다.
뒤에 사람들이 있는 것 보다
앞에 사람들이 있는 게 편하다.

나는 나의 경쟁을 포기하고
나의 성공을 포기하고
나의 완성을 포기했다.

그것은, 안 되는 건지 이미 알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알았고
나의 늘력 밖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 있다.
그래도 꿈틀대며 기회를 노리고
약한 곳이 있으면 거기로 나오고
틈새 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그러나 이내 
나는 성공하지 못하고
나는 뽑히지 못하고
나는 선택되지 않는다.

나는 안다.
나는 얼마나 게으르며
나는 얼마나 머리가 나쁘며
나는 얼마나 운이 없는지.

다행
나는 그게 나라는 걸 안다.
다행이다,
나는 이내 나 자신에게 돌아오고
다행이다,
더 이상 무모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나는 경쟁하지 않아도 노인이 되었고
나는 부자가 되지 않았고
나는 유명해지지 않았다.

아마 나는 남하고 경쟁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문제없이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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