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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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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별 줄리아 헤븐 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0-25 16:08 조회1,3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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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별 줄리아 헤븐 김(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며칠 전에 우연히 보게 된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즐겨보던 드라마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앞 뒤의 정황만으로도 줄거리는 대충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회사와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이미 준비한 이혼서류를 내미는 아내의 모습이 화면에 담겨있었다

 

자녀들의 학업에도 무심한 남편이 직장동료와 은밀한 관계라는 것도 알고 있는 아내.

 

무표정한 아내의 얼굴과 말투 속에는 이미 체념과 무수한 상념을 거쳐 지칠 대로 지쳐있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가정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무뚝뚝한 남편이 이혼서류를 내밀어놓고 돌아서는 아내의 등 뒤로 나지막이 아내의 이름을 부르자 예상외의 반응이 아내로부터 나왔다.

 

미묘하게 떨리는 아내의 감정연기는 일품이었다.

 

비록,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고는 하지만 아내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것 하나로 파경을 치닫던 한 가정이 화해를 하게 되고 다시 행복을 찾게 되는 뻔한 결말로 가는 드라마였지만 그 날 내가 느낀 감정은 유독 남다르게 반응을 했다.

 

 

 

사실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를 땐 조직사회나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통용되는 딱딱함이 있다.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고 듣는다는 것은 ‘우린 친밀한 관계’라는 설정이 섞여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누구의 아내와 남편, 누구의 아빠와 엄마, 누구의 아들과 딸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를 빼고 이름이 불려 본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나마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곧잘 영어이름이 불려지기는 하나, 나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상대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내 이름이 불려지는 것을 들어본 지 꽤 된 것 같다.

 

나 또한 친밀하고 다정하게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있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네의 삶에 적지 않은 변화와 영향을 주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김춘수시인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던 것도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되어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꽃’이라는 시를 통해 서로의 존재의 가치를 부여한다.

 

 

 

생각해보면 유년기와 청년기의 내 이름 속에는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나를 낳아주신 생물학적 부모님이 들어와 있었다.

 

이름 속에 누구네 자녀라는 타이틀이 늘 나를 따라다녔고 장년기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내 이름 속에 나만의 내 얼굴로 사람들이 불러준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역시 때론 누구의 엄마와 누구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해서 온전한 내 이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이름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하거나 남기는 것이기에 한국속담에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내 이름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나님을 만나고 세례 받은 지 만 십일 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나의 이름을 되새겨 본다.

 

누구의 자녀도 아내도 그리고 누구의 엄마도 떼어내고 오롯이 나만을 떠올리는 이름을 불리우길 바라던 나.

 

이제는 되려 내 이름 안에 무언가의 수식어가 들어 와 있으면 한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예수님의 넘쳐나는 사랑.

 

언행심사를 숙고하고 나의 삶을 통괄하시는 그 분께서 계시기에 겸허히 삶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눈과 마음도 지니게 되었고 그 사랑으로 인해 나눌 수 있는 베푸는 사랑도 깨닫게 되었다.

 

골로새서 4장 5절과 6절에는 “외인에 대해서는 지혜로 행하여 세월을 아끼라”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

 

하나님께서는 내게 크리스천들의 말은 쾌적하고 친절해야 하며 소금과 양념처럼 맛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거룩하고 자애로운 사랑을 통해 앞으로 내가 누군가를 향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 안에도 그 분의 사랑이 멈추지 않는 폭포수처럼 넘쳐날 거라는 달콤한 기대를 갖는다.

 

비록,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새삼 되돌아보게 된 나의 이름이지만 지금 내 이름 속에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들어와 계신다고 확신에 찬 소망 또한 가져본다.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시편 39장 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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