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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단풍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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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은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01 13:51 조회1,2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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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그녀가 떠났습니다. 혼자 가야 하는 먼 길을, 떠났다

는 저린 소식에 물든 잎새 하나 뚜르르 떨어져 길 위에 

굴렀습니다 둥둥, 물 위에 떠 오른 크랜베리 알곡 빽빽

순식간에 펼쳐진 붉은 바다를 건너 들판에 가득한 단풍

의 시간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단풍나무 

그늘에 멈추어서 그녀의 두 번째 시집을 읽고 있었는데

물 위 꽉 찼던 크랜베리, 회오리 물로 다 빠져나갔습니

다, 단풍나무에 핀 이파리마다 빛깔은 모두가 하나같지

않고 색색 단장 부시다가 저마다 점점 깊어지고 있었습

니다 단풍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그녀 잠처럼 단단히

물들고 있어, 시월 내도록 그녀 시어들이 수런수런하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낯선 하늘 아래서 반생이 깊이 물들

었던 그녀 시간 속, 시어와 시들 앞에서 설익은 단풍잎

하나 어설픈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단풍은 나무에 어른

대던 아침 햇살, 한낮 먹구름도 가슴 붉게 끌어안고 사

라지는 저녁노을처럼 텅 빈 크랜베리 밭을 가르고 그렇

게 지워지는 하늘 한 조각처럼…… 

 

 

*시작 노트: 

 

나의 단풍처럼 붉었던 한 시인이 이 시월에 떠났다. 

우리는 곧은 길이 굽어질 것을 처음부터 알지는 못해도

단풍의 시간이 다하면 떠나야 한다는 것은 진작 알기에

오래 슬퍼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프고 또 아프다. 

시월 내내, 그녀의 시에 기대 부끄러운 채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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