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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운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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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15 14:29 조회1,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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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가는 學兄에게 

 

                                       유병수 / 시인, 소설가

 

 

 

한 떼의 새들이 다른 땅으로 갔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그들의 목소리는 변성기였고

 

그래서 가끔씩 불러 보는 그들의 노랫소리는 언제나

 

떨리고 음계가 맞질 않았다

 

저물 무렵 빈 산허리에서 몇 번이고 목소리를 바꿔 보던 

 

새 몇 마리는

 

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며칠 밤을 웅크리고 앉아 울기도 했다

 

그들이 이 땅을 떠나며 구구 거리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목청에서 몇 번쯤 피를 토해 본 몇몇은

 

입안에 저마다의 꽃씨를 물고 

 

이 땅을 차고 날았다

 

그들이 날아가 제 꽃씨를 떨구는 밤마다 

 

크고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의 꽃이 피기를 바란다

 

달이 바뀌어 새날이 오고 

 

빈 둥지를 채우러 새로 일군의 새떼가 온다

 

꿈틀거리면 언제나 벽이고 바람 찬 세상 

 

눈뜨면 언제나 밤이고 침묵인 세상에서 

 

그들은 모두 홀린 넋이다

 

끝없이 가라앉는 일상의 침강 

 

그 가라앉는 환상을 퍼올리며 그들이 많이 상처 입고 

 

많이 아물기를 바란다

 

우리의 날개 죽지를 저리게 하는 우울의 무게를 감당하며 

 

저문 산에서 몇 번이고 죽음을 맛보아 

 

우리 삶의 방에 환하게 불을 지피기를 바란다

 

이 거대한 이국의 땅에서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홀린 넋이다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쓰다듬으며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아 세상 끝의 어둠을 일구어 빛을 캐내고 

 

창백한 세상 허공의 위로 떠올라 그곳의 노래를 불러줘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부추겨 줘야 할 

 

목소리가 다른 일군의 갈매기 조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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