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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늦가을, 갈대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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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22 13:52 조회1,131회 댓글0건

본문

 

 

 

 

                       유병수/시인, 소설가

 

 

 

 

 

산발 산발한 햇살이 백발로 

 

휘젓대고 있다

 

눈부시지 않은 가을 젖은 

 

갈대

 

봉우리를 휘감은 비탈이 아슬 거린다

 

 

 

쇠어서 피는 

 

꽃 흩어져 가는 

 

꽃잎 기약 없는 

 

맹세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새카만 적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

 

한 사내는

 

때절은 이불 속에서

 

분 냄새나는 여자의 치마폭에 

 

묻혀 한없이 깊은 

 

수렁 속으로 허물어져 

 

갔다는데 찌든 여자의 젖무덤 

 

속에

 

한 가닥 순결처럼 꽃 

 

하나 피어서는 누렇게 누렇게

 

잘 자라고 있었던지 속살 

 

스쳐 허옇게 된 술 냄새나는 

 

노래를 우리는 들었던가

 

 

 

바람을 타고 올라 구름이 되는

 

사라진 자들의 깊은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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