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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집 주위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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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07 09:48 조회1,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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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일반적으로 집 주위의 나무들을 보면 어느 정도 집 주인의 일상생활태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 한 철 어떤 집은 나무들과 꽃밭이 질서 정연히 정리되고 잔디가 잘 가꾸어 진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아서 잔디가 씨가 보일 때까지 자라고 나무들은 사람이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동네는 1950년대에 형성된 주택가라서 인지 집 주위에 비교적 오래된 장성한 나무들이 많고, 높이가 상당한 나무들도 있다.  밴쿠버는 나무들이 자라기에 참 좋은 기후인 것 같다. 동네 집 뜰 안에 하늘 높이 올라간 전 나무들이 가끔 눈에 띈다. 사실 주택가에 거목들이 있는 것은 미관 상도 그렇고 안전상으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태풍이 올 때면 커다란 전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집 뒤뜰에는 요사이는 상상도 못 하는 빨랫줄이 우리 집과 이웃집에 설치되어 있다. 왼쪽 집과 우리 집 사이의 담 끝 위치에 시멘트로 된 기둥이 있고 그 기둥에 두 개의 도르래가 설치되어 하나는 이웃집 도르래로 하나는 우리 집 도르래로 연결되어 있다. 이웃집은 빨랫줄을 쓰지 않아 오래 전에 제거해 버렸지만 우리는 아직도 가끔 쓰고 있다. 그 시멘트 기둥이 서 있는 가까운 곳에 각 집에서 전나무 한 그루 씩 심어 놓았는데 이 전나무들이 쑥쑥 자라서 빨랫줄에 걸리므로 나는 우리 쪽 나뭇가지를 가차 없이 몇 년 동안 잘랐더니 잎이 없어서인지 말라 죽었는데 이웃집 나무는 자라서 눈짐작으로 거의 80m까지 자랐다. 바람이 센 날이면 휘청거리는 나무를 보며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다. 

 

우리 양쪽 집에는 백인 가족들이 사는데 안 주인이나 바깥주인이나 늘 부지런하게 정원을 가꾸고 나무들을 적절하게 전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좀 게으른 편인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수목 가꾸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나도 이웃과 보조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전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가 완전하지 못한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집 앞쪽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내 키 높이 정도로 자르는데 매년 왜 그리 잘 자라는 지. 허리 문제로 이제는 전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잔디 깎는 일은 이미 포기해서 사람을 쓰는 처지이다.

 

집 뒤쪽에 있는 나무들은 비교적 크게 자라고 있고, 가끔 미관상 이상한 가지가 있으면 잘라주는 정도인데 올해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름 모를 한 나무가 있는데 작년에 돌 배 비슷한 열매가 두서너 개 열렸는데 만져보니 매우 단단하였다. 무슨 나무인지 친지들에게 문의해 보았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별 관심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올해에는 상당한 수의 열매가 있지 않은가! 열매가 달린 가지를 꺾어서 인근 수목원에 가지고 가서 문의하니 호두나무(Black Walnut)라고 했다. 열매껍질을 벗겨 보니 과연 호두 알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뜻하지 않게 호두 수확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농사꾼을 3부류로 구분하여 하농, 중농, 상농이라 했는데, 상농은 곡식을 가꾸기 전에 농사의 근본이 되는 땅을 비옥하게 가꾸는 농사꾼이고, 하농은 농사를 짓지만 게을러서 자연 그대로 방치했던 땅에 잡초가 무성한데도 내버려 두고 농사짓는 농사꾼이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혼사를 맺을 때 상대 집안의 논밭을 먼저 보고 결정을 했다고 한다. 집 주위 가꾸기도 이처럼 수준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나 기른 아들은 이미 장가가서 가정을 꾸미고 사니 혼사 걱정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집 주위를 상농 수준으로 가꾸는 게 소원인데 기능이 젊은 때와 같이 온전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어찌해서 든 주위와 보조를 맞춰 눈에 띄지 않도록 중위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집 주위를 열심히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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