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새벽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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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성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3 14:09 조회1,29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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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녀(시인,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회원)
카페의 빨간 문을 열고 들어서면
들창처럼 네모진 안경 뒤에
그 남자가 서 있다
싱글샷이죠? (늘 그렇듯이)
답을 아는 질문으로
어색한 침묵을 덮을 줄 아는 코리안 바리스터
밤 그림자 일렁이는 아라비카 진액에
호기심처럼 소복이 쌓이는 우유 거품
어떻게 이 유명한 카페의 바리스터가 되었는지,
새벽마다 마주치는 코리아의 힘: 아줌마(!)에게
묻고 싶은 건 없는지
……궁금해진다
오늘 그가 그려준 나의 라떼는
에게 해의 창으로만 뜰 것 같은 불꽃무늬 태양
설레이는 맨발로 산토리니 언덕을 넘으며
소리치리라
소리치리라
눈부신 태양에 눈이 멀어
무작정 그대에게 입맞추었노라고
커피 속 나의 태양은 서서히 일그러지고
카페의 창으로 아침 해가 종소리처럼 떠오를 때
에스프레소 내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안경을 고쳐 쓰는 그,
새벽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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